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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팔레스타인 유네스코 가입에 6000만 달러 지원금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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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팔레스타인 유네스코 가입에 6000만 달러 지원금 '싹둑'

국제사회 영향력 감소 우려 '딜레마'…한국은 기권

미국이 팔레스타인의 정회원국 가입에 반발해 유네스코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다음달 중으로 예정된 6000만 달러(약 668억 원)의 지원금 집행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31일(현지시간) 말했다. 미국은 유네스코 예산의 약 22%를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팔레스타인을 받아들이면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것과는 달리 유네스코 회원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눌런드 대변인은 유네스코의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다", "시기상조다"라고 비난하면서도, 자금 지원을 중단하더라도 미국은 유네스코의 정회원으로 남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네스코는 이날 프랑스 파리 총회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을 정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유엔 산하기관 중 팔레스타인을 정회원국으로 받아들인 첫 사례다.

173개국 중 107개국이 찬성했으며 14개국은 반대, 52개국은 기권했다. 영국 <BBC> 방송은 표결 결과가 나오자 총회 참석자들이 박수갈채를 보냈다며 이를 '상징적 승리'라고 평했다. 팔레스타인은 11월 중 유엔 회원국 가입 여부가 결정된다. 아랍 국가들은 대거 찬성표를 던졌으며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공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들도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독일, 캐나다 등은 반대했다. 한국은 영국 등과 함께 기권표를 던졌다.

리야드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은 "이번 투표는 팔레스타인 민중에게 가해진 불의 중 아주 작은 부분 하나를 제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은 현재 이스라엘의 지배하에 있는 베들레헴 지역의 '예수탄생교회' 등 문화유산들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AP> 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외무부 성명을 통해 "평화 협상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거부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양국 간의 평화협상은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이 정착촌 건설 재개를 강행하면서 중단됐었다.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36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이 정회원국으로 받아들여지자 각국 대표단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같은 순간 미국 대사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고민

미국이 유엔의 대표적인 문화사업기구인 유네스코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것은 1990년 미 의회에서 통과된 법률에 근거한 것이다. 당시 친이스라엘 성향 의원이 압도적이었던 의회가 통과시킨 이 법률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한 팔레스타인을 정식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유엔 산하 기구에 자금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유네스코에서 2년간 분담금을 체납한 회원국은 투표권이 제한된다. 따라서 미국이 분납금을 내지 않으면 다음 총회부터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국가 이미지에 좋을 리 없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다른 유엔 산하기구들이 팔레스타인을 받아들일 경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엔개발계획(UNDP), 국제마약통제계획(UNDCP), 식량농업기구(FAO) 등도 모두 유엔 산하 기관이다.

유네스코와 연관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팔레스타인의 회원국 가입을 허용하면 미국은 법률에 따라 WIPO에도 지원을 끊어야 하고 이 기구에 대한 영향력을 잃게 된다. WIPO는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등 미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해 왔다.

눌런드 대변인은 다른 유엔 기구들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데 우려를 표하고 행정부는 의회와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기권

한국은 언제나처럼 한미동맹과 '국익'을 고려해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연합뉴스>는 한국 정부의 상황에 대해 "외교안보의 기축인 한미동맹을 포기할 수 없고 그렇다고 에너지 자원의 주공급처이자 주요 교역대상인 아랍권의 요구도 외면할 수 없다"며 "불가피하게 기권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정부 당국자는 "아랍권, 미국과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권 결정했다"며 "미국의 입장만을 생각한다면 반대표를 던지는 게 맞지만 경제적 이해가 걸린 아랍권의 요구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통신에 말했다. 이 당국자는 "국익을 고려한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 결정에서도 한국 정부가 기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합>은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한국 정부는 양측이 협상 프로세스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협상의 틀을 벗어난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 승인에 대해 지지를 보낼 수 없다"는 것이 한국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협상의 틀'을 먼저 깬 것은 이스라엘이라는 점을 들어 이같은 논리는 부당하며 미국의 눈치만을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행위를 조사한 '골드스톤 보고서' 채택과 레바논 민간인 학살 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한 유엔인권위원회(UNHRC) 표결에도 기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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