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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최악의 대홍수로 휘청…출범 3개월 새정권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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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최악의 대홍수로 휘청…출범 3개월 새정권 흔들

"일본 등 외국기업 초토화, 동남아 산업지도 재편될 판"

지난 8월8일 태국 최초의 여성 총리에 취임한 잉락 친나왓(44)이 이끄는 집권 푸어타이당 정권이 50년만의 대홍수 사태로, 출범하자마자 위기를 맞고 있다.

태국에서는 지난 7월말부터 줄기차게 폭우가 쏟아지는데, 80여일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비가 더 올 것이라는 예보다. 이미 국토의 35%에 가까운 면적이 침수됐다. 남한의 1.5배, 홍콩의 13배 면적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이며, 77개 주 중 30여개 주가 침수돼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 태국 수도 방콕 인근의 나바나콘 공단마저 침수되자 18일 공단 노동자들이 군 트럭으로 대피하고 있다. ⓒAP=연합
사망자 3백명 넘고, 수십만명 대량 실직 사태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제는 수도 방콕의 북부 지역까지 수몰 위기에 놓였다. 친나왓 총리는 취임 전부터 홍수에 의한 침수 피해에 대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는 등 민주당 등 야당으로부터 거센 정치적 공격을 받고 있다. 18일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최소 315명에 달하고 대량 실직 사태까지 겹쳐 민심은 흉흉하다.

경제적 타격은 태국 경제는 물론, 동남아의 산업지도가 재편될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태국상공회의소가 추산한 이번 홍수의 경제 손실액은 1567억 밧(약 5조8731억 원)으로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1.3∼1.5%에 이른다. 이에 따라 올해 태국의 GDP 성장률이 4.4%에서 3.6%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홍수로 태국의 대표적인 공단 지역들이 침수되면서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했다. 태국 노동부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20여개 주의 공장 1만4172곳이 침수돼 근로자 66만30218명이 실직 위기에 처했다.

아팃 이스모 노동부 국장은 "홍수로 방콕 북부의 파툼타니 주에서만 3326개의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근로자 21만80474명이 임시 실직 상태"라면서 "최대 홍수 피해 지역 가운데 하나인 아유타야 주에서도 10만여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태국 정부는 홍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홍수가 끝난 뒤에도 가동이 중단된 공장들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대량 실직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와 컴퓨터 부품 산업 초토화, 세계적인 생산망 타격

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많은 나라들도 경악하고 있다. 특히 일본 자동차업계 등 일본 산업계는 지난 3월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이후 해외 공장들까지 자연재해에 초토화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어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그동안 태국은 일본의 자동차 생산공장이 몰려있어 '동남아의 디트로이트'로 불리고, 게다가 컴퓨터 하드디스크 생산의 세계적인 거점이기도 하다. 지금 이런 공장지대가 모두 침수피해로 가동이 중단된 상황이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經)> 신문 등에 따르면 17일 현재 태국 방콕과 아유타야주(州) 인근 6개 공단에 발생한 홍수로 700여개 기업이 침수됐으며, 일본 업체는 420여개로 절반이 넘는다.

아유타야에 있는 5개 공단에는 혼다와 캐논, 니콘 등 315개 일본 기업이 입주해있고, 17일 침수된 방콕 근처 나바나콘 공단에는 입주 기업 200여개 중 NEC, 카시오, 파나소닉,세이코 등 108개가 일본 기업으로 집계됐다.

나바나콘 공단은 방콕에서 불과 50km 떨어진 곳까지 이곳까지 물에 잠기면서 방콕 시 당국도 침수 피해 우려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태국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자동차 및 부품의 생산 거점으로 조업중단이 장기화하면 생산과 부품 공급망이 끊기면서 세계 전체의 생산, 판매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번에 침수 피해를 본 공단지역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와 포드도 진출해 있고, 도요타자동차는 세계 생산의 8%를 태국에 의존하고 있다.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경우도 세계적인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 시게이트와 함께 세계 하드디스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이 태국에서만 전체 생산량의 60%를 생산하고 있고, 이밖에도 시게이트, 히타찌, 도시바 등 다른 제조공장들도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그런데 태국에서 하드디스크 생산 비중은 전세계에서 25% 정도인데, 세계적으로 심각한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이유는 하드디스크에 들어가는 부품 공장들도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하드디스크의 핵심부품인 '자기 헤드'를 만드는 TDK와 모터를 만드는 일본전산은 각각 전세계 하드디스크에 90%를 납품하는 업체들이어서 하드 디스크 생산이 정상화되려면 이들 부품 업체의 피해 복구 이외에 다른 부품 업체로의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방콕 침수 위기에 정부와 방콕시장 딴목소리

이에 따라 다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이 태국의 위기를 틈타 일본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하는 등 "이웃국가의 불행을 호기로 이용하는" 약삭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와 전자 등 집적효과가 큰 산업을 위한 공장 건설을 태국에 집중시켰던 일본 기업들도 이번 대홍수를 계기로 태국의 주변국으로 리스크 분산을 시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등 태국의 이웃 국가들은 일본 기업을 위한 경제특구를 지정하거나 법인세 감면 혜택 등을 제시하며 일본의 자동차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현재 태국 정부는 수도 방콕까지 침수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군 병력까지 동원해 저지대인 방콕을 둘러싼 제방에 2m 높이의 모래주머니를 쌓는 등 긴급 방재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방콕에 물이 들어차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정부는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야당 민주당 소속의 수쿰판 빠리밧 방콕시장은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해서 시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17일 밤 늦게 긴급 기자회견에서 나선 빠리밧 주지사는 "홍수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48시간 이내에 방콕 북부 지역이 침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홍수 대책을 총괄하고 있는 프라차 프롬녹 법무부 장관은 18일 "방콕은 홍수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며 "설혹 북부 지역의 강물이 방콕으로 유입되더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친나왓 총리가 수도 방콕의 침수를 막는다고 해도 정권 차원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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