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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전쟁의 '악당', 카다피인가 오바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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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전쟁의 '악당', 카다피인가 오바마인가?"

"리비아 전쟁, 무너지는 달러 패권 지키기 위한 방어 전쟁"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 개입이 날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나토(NATO)는 28일(현지시간) 수도 트리폴리의 바브 알아지지아 지구에 재차 공습을 감행했다. 나토는 지난 24일에도 동일한 장소에 6차례의 폭격을 가하는 등 개전 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가한 바 있으며, 26일에는 영국이 전투헬기 '아파치' 4대를 파견할 계획임이 밝혀졌다.

나토 고위관계자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내달 말 또는 늦어도 7월 초에는 패퇴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카다피의 퇴진을 위해 군사 작전의 속도와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도 앞으로 몇 달 내 카다피 축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이같은 서방의 군사 행동은 개입 초기부터 많은 논란을 낳았다. 리비아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개입'임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리비아의 석유 자원이 개입의 진짜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이미 수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캐나다 외교관 출신인 피터 데일 스콧 미 버클리대 교수는 그러나 리비아 전쟁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단지 석유만이 아니라 달러화(貨)를 통한 미국의 세계 패권 체제라고 보았다. 달러로만 석유 대금을 결제할 수 있게 하는 '페트로달러'(석유-달러) 체제를 고수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스콧 교수는 지난 6일 한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카다피가 유럽으로의 원유 수출 대금을 유로로 받겠다고 한다면 미국은 이를 중지시키려 할 것"이라며 올해 초 인도와 이란의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인도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지난 2월 인도는 독일의 이란 은행을 통해 석유 대금을 유로화로 지불하려고 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미국은 독일에 이같은 시도를 중단시키라고 압력을 행사했고, (이는) 곧 중지됐다"고 말했다. 또 아랍에미리트연방(UAE) 두바이의 누어 이슬람 은행을 통해 이란과의 거래를 트려는 인도 정부의 노력도 UAE 정부의 거부로 불발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만약 리비아가 (기축통화 달러에 도전하는 이슬람권 공용 화폐인) '이슬람 디나르 금화' 체제를 만드는데 성공한다면, 이는 세계 무역의 달러 시스템 전체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며 더 격렬한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은 일본의 비판적인 웹사이트 <재팬포커스>에 게재된 그의 칼럼에 잘 정리돼 있다. 그는 리비아 전쟁의 배후에는 세계 금융 체제를 둘러싼 복잡한 갈등이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2003년의 이라크도, 현재의 리비아도 페트로달러 시스템에 도전한 이후에 바로 서방의 군사적 공격을 받았다는 데 주목했다.

이는 앞서의 인터뷰에서 그가 "벵가지의 반군들이 리비아 중앙은행과 경쟁할 새로운 중앙은행을 설립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이 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동결된 리비아 정부의 자산을 사용하도록 했다는 결정을 내린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 연장선상에 있다.

이에 따라 리비아의 전직 중앙은행장 파라트 오마르 빈 귀다라가 27일 카다피 진영을 떠나 반군에 합류했다고 밝힌 소식이 더욱 주목된다.

또 스콧 교수는 아프리카 공동의 통신위성 발사 계획에 자금을 대는 등 리비아가 아프리카 역내 국가들에게 점점 영향력을 높여 갔던 것이 과거 이 지역 몇몇 나라들을 식민지배했던 프랑스와 서방 국가들의 위기 의식을 자극했다는 점도 이번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았다. 다음은 지난 15일 <재팬포커스>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
원문 보기) <편집자>

▲ 지난 24일(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밤하늘은 나토(NATO)가 퍼부은 사상 최대 규모의 공습으로 환하게 밝혀졌다. ⓒAP=연합뉴스

리비아전쟁과 미국의 패권,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몰락

카다피를 몰아내기 위한 나토의 리비아 군사작전은, 이 비효율적인 작전을 수행하는 쪽과 지켜보는 쪽 모두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 평소에는 존경할 만한 의견을 내놨던 몇몇 인물들도 리비아 전쟁을 '악한에 대한, 필요한 전쟁'이라고 본다. 다만 그 '악한'이 누구냐는 데서는, 누군가는 카다피를, 누군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목한다는 점에서 좀 갈린다.

리비아 전쟁은, 잘못 계획된 위험한 전쟁이다. 이 전쟁은 리비아, 미국, 중동, 나아가 세계 전체의 이익을 위협한다. 리비아 민간인의 안전이라는 간판 아래 더 깊은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숨겨진 것은 쇠퇴하는 페트로달러 경제를 방어하려는 서방의 우려다.

미국이 리비아에 개입해야 하는 우선적인 이유가 뭐냐는 데 대한 토론도 없다는 점과 워싱턴이 겪고 있는 혼란은 미국의 세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증후다. 미국의 세기의 종언은 장기적으로는 예측 가능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불규칙하고 통제되지 않은 양상을 보일 것이다.

미국과 나토의 혼란

리비아 봉기에 대해 미국에서는 다양한 범위의 의견이 제시됐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지상군 투입을 제외한 모든 수단을 통해 반군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마이크 로저스 하원의원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리비아 반군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사실 이런 혼란은 중동 전체에 걸친 것이다. 이집트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은] 비정부 기구들의 연합은 비폭력 혁명 준비를 도왔지만 프랭크 와이즈너 전 대사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게 권력을 놓지 말라고 설득했다. 예멘이나 요르단처럼 미국의 주요 이익과 밀접히 연관된 나라들에 대해서도 일관성 있는 정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나토 내에도 회원국들 간의 불화를 일으키는 혼란이 나타났다. 나토 회원국 28개국 중 14개만이 어떤 형태로든 리비아 작전에 참여하고 있으며, 6개국만이 공습에 동참한다. 이 중 미국, 영국, 프랑스 3개 나라만이 반군의 지상 작전을 전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많은 나토 국가들이 카다피와 그 지지자들의 은행 계좌를 동결하긴 했지만 미국은 몰래 수상한 행동을 취했다. 리비아 정부의 전체 자산 300억 달러를 동결한 것이다.

나토 내에서 미국 다음으로 강한 국가인 독일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1973호] 채택에서 기권했다. 귀도 베스테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우리는 군사적 해결이 아니라 정치적 해결을 보기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혼란은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던 절정기에는 생각할 수조차 없던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다피의 제거라는 공개된 목표와 가능한 수단이 없다는 현실 사이에서 마치 마비된 것처럼 보인다. 특히 미국은 이미 두 개의 전쟁에 개입하며 많은 돈을 쓰고 있으며, [오바마의] 우선 순위도 국내정치에 있다.

리비아 문제에 대한 미국과 나토의 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당장이라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스당 1500달러까지 금값이 전례없이 올랐다.
△연방 및 지방 정부의 재정적자 문제 해결은 답이 없는 상태다.

이미 무너져 가는 미국의 헤게모니는 리비아 사태로 도전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가는 배럴당 112달러까지 올랐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미국이 리비아 전략에서 혼란된 모습을 보인 탓이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힘겹게 회복되고 있는 미국 경제는 회복 속도가 둔화되거나 오히려 다시 악화될 수 있다. 이는 리비아 전쟁이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 중 하나다.

오바마는 이라크‧아프간전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리비아 사태에는 제한적으로 반응해야 한다고 했지만, 전황이 교착상태로 접어들면서 반군에게 무기와 자금, 군사고문단을 보내자는 등 많은 점진적 (개입) 확대 방안이 고려됐다. 리비아전은 점점 베트남전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베트남전도 군사고문단 파견에서 시작됐다.

미군의 아프간‧이라크전에 대한 기록만 봐도, 리비아에서 교착 상태가 계속되거나 전황이 악화된다면 엄청난 인명 피해가 있을 것임을 알 수 있다.

▲ 금값 변동 추이 ⓒ재팬포커스(www.japanfocus.org) 홈페이지 화면캡쳐


석유와 금융자본, 리비아 전쟁의 관계

올해 펴낸 책 <미국이라는 전쟁 기계>(American War Machine)에서 필자는 이렇게 썼다.

몇몇 강대국의 번영은 세력 확장(침공)을 촉진시킨다. 지배적 국가들의 확장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켰으며,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해당 국가의 공공 서비스는 계속 악화되며, 국민 다수를 억압해 소수에게 이득을 안겨주는 '안보 관리'만이 강화된다.

오랜 기간 동안 영국의 대(對) 아시아 정책은 많은 부분 동인도회사에 의해 수행됐다. 이와 유사하게, 미국 석유기업들이 중앙정보국(CIA) 및 연방수사국(FBI)과 비밀스런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대 아라비아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영국과 미국은 같은 정책을 계승했다. 세계적 국가가 이런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세계의 질서와 안정은 위협받게 됐다.

한 강대국의 헤게모니가 마지막을 맞을 때쯤, 그런 나라들은 사소한 이익을 위해 벌거벗고 개입하는 모습을 보인다. 안정적인 국제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자신이 앞서 기울인 노력은 이를 위해 포기된다. 영국이 금과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기 위해 제2차 보어전쟁을 일으킨 것이나 프랑스‧이스라엘과 손잡고 수에즈 운하를 공격해 제2차 중동전쟁을 일으킨 것을 보라.

또 베트남전과 아프간‧이라크전에서도 미국의 메이저 석유 회사들의 로비 활동은 전쟁을 촉진하는 요소가 됐다. 리비아전쟁에서 석유회사들의 역할은 명확하지 않지만, 딕 체니 전 부통령이 재임 당시 창설한 에너지정책 태스크포스(TF) 팀이 이라크 뿐 아니라 리비아의 석유자원도 논의의 대상으로 했음은 확실하다. 리비아 석유 매장량은 410억 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이라크의 1/3에 달하는 양이다.

미 정부 내의 몇몇은 이라크에서의 신속한 승리가 리비아와 이란에서도 되풀이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4년 전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 사무총장이 미국 독립 뉴스 프로그램 <데모크라시 나우>에 밝혔듯, 9.11 직후 미 국방부는 클라크에게 미군에 의해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는 몇몇 나라들을 알려줬다. 그 목록에는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이란이 포함돼 있었다.

2003년 5월 존 깁슨 헬리버튼 에너지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이라크가 첫 번째 도미노가 되고, 다음이 리비아와 이란이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시장에서 쫓겨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경쟁자들에게 불공정한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라고 <인터내셔널 오일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한 유엔이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치한다는 1973호 결의안을 채택한 3월 17일은 카다피가 리비아에서 서방 석유 회사를 몰아내겠다고 위협한 지 정확히 보름 후라는 사실도 눈여겨볼 만하다. 카다피는 결의안 채택을 사흘 앞둔 14일에는 중국, 러시아, 인도 회사들을 초청해 리비아 석유 사 가라고 했는데, 이 나라들은 결의안 채택시 모두 기권했다.

석유 문제는 달러와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대금을 주로 달러로 받고 있다는 데 크게 의존하고 있다. 오늘날의 페트로달러 경제는 1970년대 사우디와 맺은 두 건의 비밀 협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중 하나는 달러 체제의 안위를 위해 사우디가 특별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다른 하나는 OPEC 회원국에서 생산된 석유 가격을 달러로 매기는 것에 사우디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보장했다. 이 두 협상으로 인해 OPEC이 석유 가격을 올려도 미국 경제는 무너지지 않게 됐다. 하지만 이때부터 석유 수급을 위해 달러를 구입해야 하는 발전도상국들이 가장 무거운 부담을 지게 됐다.

이라크와 리비아는 모두 페트로달러 시스템에 도전하는 결정을 했다. 즉 그들 국가에서 생산되는 모든 석유를 달러로 판매하는 것을 중지했다. 그 바로 다음에 이들 국가는 공격을 받았다. 케네스 쇼트겐 2세는 <이그제미너닷컴>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사담 후세인 제거작전을 펴기 6달 전 이라크는 달러 대신 유로를 받고 석유를 팔기로 했고, 이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세계 지배에 위협이 될 것이었다"고 썼다.

또 한 러시아 언론은 기사 제목을 "리비아 폭격은 달러화를 거부한 데 대한 처벌"이라고 뽑았다. 이 기사에 따르면, 카다피는 달러 뿐 아니라 유로도 거부하고, 아랍‧아프라카 국가들끼리 새로운 통화인 '디나르 금화'를 만들어 쓰자는 대담한 제안을 내놨다. 또 카다피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 2억 명이 동일한 화폐를 사용하는 '아프리카 연합'을 주장했다.

미국은 이 계획을 미국을 부정적으로 봤고 유럽연합도 그랬다. 특히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리비아를 '인류 전체의 금융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하지만 카다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었다.

[서방이 보기에는] 리비아 중앙 은행 역시 문제다. <마켓 오라클>의 에릭 엔시나는 "리비아 중앙은행은 100% 리비아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며 "금융 세계화를 주장하는 은행 카르텔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리비아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리비아 중앙은행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기에는 어떤 지배력도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엔시나는 "오바마도 캐머런도 사르코지도 언급하지는 않지만, 리비아를 고분고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리비아 중앙은행을 쓰러트리는 것이 중요한 의제"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디나르 금화'를 만들자는 카다피의 제안은 지난 2003년 마하티르 모하메트 말레이시아 총리나 몇몇 이슬람주의 운동에서 주장한 '이슬람 디나르 금화'를 상기시킨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규칙을 부정하고 무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달러 대신 금을 점점 더 많이 쌓아두려는 국가는 리비아와 이란 뿐만이 아니다. 중국, 러시아, 인도도 가세했다.

리비아가 보유한 금과 리비아 통화에 기반해 아프리카 연합을 창설하려는 카다피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프랑스는 가장 큰 패배자가 됐을 것이다. 프랑스는 과거 식민지로 삼았던 중앙아프리카에서 아직도 경제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프랑스는 리비아 공습을 최초로 감행한 나라다.

또 미국은 "리비아 정부와 그 소속 기관, 그리고 리비아 중앙 은행"의 자산을 동결했다. 미국 언론에는 이것이 "카다피 본인과 그 자녀 및 가족, 리비아 정부의 고위 인사들"의 자산이라고 잘못 알려졌다. 무려 30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동결한 것은 미국의 금융 제재 조치 중 최대 규모다. 이런 전례는 1979년 미국의 체이스 맨해튼 은행을 위협한 이란의 자산을 동결한 것 뿐이다. [리비아 제재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뜻이다.]

300억 달러를 동결한 결과는, 리비아 뿐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동결된 300억 달러는 아프리카 연합 창설을 위한 세 개의 핵심 사업에 쓰일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비아 시르테에 '아프리카 투자은행'을 설립하는 사업과, 카메룬 수도 야운데에 '아프리카통화기금'(AMF)을 설립하는 것, 그리고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 '아프리카 중앙은행'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런 구상들이 실현되면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등 옛 프랑스 식민지 8개국이 쓰고 있는 화폐인] '세파(CFA) 프랑'을 통한 프랑스의 아프리카 지배는 50년 만에 종언을 고하게 될 것이었다. 카다피에 대한 프랑스의 분노를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또 지난 1992년부터 아프리카 위성통신 조직위원회(RASCOM)을 통해 추진한 아프리카 공동의 통신 위성을 띄운다는 계획이 세계은행, IMF 등 서방의 이해를 대변하는 모든 기관들에서 거부당했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카다피 정권이 내놓은 3억 달러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 정황 때문에,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군사 행동은 카다피 정권이 벵가지 반군을 위협했다는 이유 때문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아프리카를 식민 지배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는 카다피의 계획을 좌절시키려는 목적에서 군사 개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결론

이 모든 혼란과 거짓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미국이 평화를 유지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잃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단지 석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주장에 합류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즉각적인 교전 중지를 요구하는 것 말이다.

물론 협상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교전 중지를 하지 않는다면 사태가 악몽과도 같이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 미국은 이미 앞서도 이런 비극적 결말을 맞은 바 있다. [베트남전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정의할 뿐더러 곧 붕괴될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위해 이같은 희생을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

또 미국에게는 대 리비아 관계만이 아니라 대 중국 관계도 문제다. 아프리카 전체는 서방과 브릭스 국가들이 모두 투자할 지역이다. 자원에 굶주린 중국 혼자서만 2015년까지 매년 5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프리카에서 서방과 동방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서방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만적인 전술(1956년 제2차 중동전쟁과 같은)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들의 영향력 감소를 순순히 받아들이는가에 달렸다. 미국 이후 새로운 헤게모니 구도로의 변화가 얼마나 평화롭게 이루어질 것이냐 하는 데 전 세계의 막대한 이해 관계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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