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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외국군의 공격으로 결코 오지 않는다"

[김민웅 칼럼] 서방연합의 리비아 공습, 무슨 전쟁일까?

서방의 리비아 공격, 옳은가?

지중해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기지를 중심으로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한 리비아 공습은 과연 정당한가? 답은 "아니다"이다. 카다피가 이들의 공격에 대해 "식민지 전쟁"이라고 규정한 것이 그의 전제 권력을 방어하기 위한 선전술책이라고 해도, 서방의 북아프리카 최대 유전확보를 겨냥한 의도를 부인하기 어려운 전쟁의 내면적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진정한 목적은 달리 은폐하면서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수호를 명분으로 건, 이른바 '인도주의적 개입 전쟁(Humanitarian Intervention)'의 전형적인 사태다. 리비아의 원유에 대한 서방의 탐욕이 이 공격의 숨겨진 동기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려면, 친서방적인 막강한 원유국가이자 존재 자체가 반민주적인 왕정체제 사우디가 군사력까지 지원해서 민간인들의 살상을 가져오고 있는 탱크진압 국가 바레인과 예멘이 유엔의 경고에서 제외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20일자 <뉴욕타임스>도 이 점을 지적하면서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바레인과 예멘 정부에 대한 응징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유엔과 서방의 이중 잣대(double standard) 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우디를 비롯한 이들 나라들이 비무장 반정부 시위 민간인들을 군사력으로 진압, 사망자가 생겨나고 있는데도 이들은 도리어 아랍 연맹의 이름으로 리비아 공격에 지지를 표하면서 서방 연합군의 공격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적반하장이다.

▲ 21일 오전(현지시간) 카다피의 본거지 트리폴리에서 한 리비아 군인이 전날 서방 연합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무너져 내린 건물의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AP=연합

사우디, 바레인, 예멘은 뭔가?

카다피가 휴전 약속을 어겼다고 하는데, 유엔은 국제법적 절차에 따라 이에 대한 조사단을 파견한 적이 없으며 카다피 세력의 벵가지 진격을 막기 위한 비행금지구역 설치 결의가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 대한 전투기와 미사일의 즉각 공격을 허용한 것은 더군다나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그렇게 굴러갔다. 공격 후 서방 연합군은 부인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과 리비아 시민들의 삶을 위태롭게 할 트리폴리 지역의 파괴가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카다피의 휴전 선언이 서방 연합군의 반격을 저지할 시간을 벌면서 반군 장악지역인 벵가지 지역의 신속한 탈환을 위한 위장책이라고 해도, 수도 트리폴리에 대한 연합군의 공격은 유엔이 설정한 목표인 민간인 방어 수준을 넘어 리비아 카다피 정권과의 전면전을 의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카다피의 제거"라는 목적을 전혀 명시한 바 없는 유엔 결의와도 배치된다. 그렇지 않아도 서방 연합군은 카다피 제거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이걸 믿을 사람은 없다.

또한 유엔 결의대로 하자면 비행금지구역을 비행해서 벵가지를 공격하려는 카다피 진영의 전투기만 격추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미국은 비행금지구역의 군사적 의미를 넘어서는 공격적 선택을 했다. 이는 명백히 침략행위다. 유엔 결의안에는 지상군 진입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으로 해서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공과는 다른 차원을 일단 가지기는 하겠지만 상황에 따라 지상군 개입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그 한도

민주주의는 외국 군대의 군사적 공격과 그 나라 정권 붕괴전략에 의해 결코 오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외세의 점령정책과 그에 기반 한 식민지적 질서를 만들어 낼 뿐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은 이를 지금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카다피에 반기를 든 무장 반군세력이 리비아를 민주화하려는 세력인지 어떤지 분명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다른 북아프리카 반정부 민주화 시위와는 달리 이들은 무장 세력이고 이들의 군사력 확보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에 대한 정보와 판단 또한 명확하지 않다.

이와 함께 서방 언론이 지속적으로 보도한 대로의 카다피에 의한 전투기나 박격포, 미사일 학살사태가 일어났다는 관련 증거 사진 하나 나온 바가 없다. 있다면 얼마나 설득력 있는 군사개입의 요건이 되겠는가? 카다피의 비무장 민간인 학살은 주장만 있고 이에 대한 증거를 확실히 잡아내는 보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학살사태가 없다고 단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리비아 정세에 대한 지식의 부정확함과 정보 부족이다. 이런 상태에서 서방언론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사실 반군의 무장력이 전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카다피 측의 군사적 조처는 비무장 시민들의 시위가 중심이 되었던 튀니지나 이집트와는 다른 조건에 놓여 있는 셈이다. 무장을 갖추고 공세를 펴는 세력에 대해 지구상의 어떤 정부도 평화적 방식으로 대응하진 않는다. 카다피가 서방 언론이 강조하고 있듯이 아무리 악이라고 해도 카다피를 학살자로만 묘사하는 것은 이로써 일방적 프로파간다가 될 가능성이 생겨난다.

그러나 이런 질문과 문제제기가 카다피에 대한 정치적 옹호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어떤 범죄라도 그 판단이 증거에 입각해야 하고 상대가 존재하는 정황이 있기 마련이라는 의미다.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어떻게 무너지고 미국의 점령정책이 펼쳐졌는지를 기억한다면, 어떤 국가에 대한 국제적 제제와 군사적 조처가 얼마나 명확한 증거 위에 이루어져야 하는지 신중하게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경향신문> 사설 유감

그런 점에서 진보언론인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최근 사설은 리비아의 반인권적 현실과 민간인 희생에 대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유감스럽다.

<한겨레>는 19일 사설 "리비아 군사개입,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야"에서 리비아 국민들의 주체적 의지를 비롯해서 여러 단서를 달았으나, "군사개입은 불가피하지만"이라며 군사개입의 정당성을 일단 인정했고, 단지 개입의 강도와 수준만 문제 삼고 있을 뿐이다. 사우디 등에 대한 이중잣대 논란은 아예 없고, 군사개입이 리비아에 대한 서방 연합의 식민지적 장악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와 우려는 전혀 표명하고 있지 않다.

<경향신문>의 경우는 "희생 최소화와 카다피의 축출이 관건이다"라는 사설을 통해 연합군의 군사개입과 공격을 보다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이번 대 리비아 군사개입은 과거 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 사례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그것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 보호 의무를 방기한 정부에 대한 적극적 응징이란 점이다. 물론 이런 개입에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자칫 내전 같은 국내 문제에 대한 자의적 개입이 될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군사개입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국제관계에서 무력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거나, 리비아인들 스스로 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유감을 표시한 것도 그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리비아의 경우는 이 같은 원칙론이나 신중론이 무색할 만큼 분명한 개입 명분이 있다고 본다. 카다피는 정상적 국가 지도자라기보다는 이성을 상실한 학살자로 규정하는 게 타당하기 때문이다."

과연 과거의 경우와 차별성을 갖는가? 그리고 만일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향후 서방연합이 "정상적 국가 지도자라기보다는 이성을 상실한 학살자로 규정하는 게 타당"하기만 하면, 군사개입은 언제든 정당화되고 만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자 서방연합의 군사개입에 대해 순진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연합이 리비아의 민주주의와 민간인 희생을 저지하기 위해 그토록 막대한 군사력을 동원할 만큼 순수한 의지를 지니고 있다면, 사우디 등의 경우에는 왜 아무런 조처를 취하고 있지 않은지는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리비아의 민주주의는 리비아인들의 손에

다른 나라는 혹시 몰라도 적어도 프랑스와 영국은 북아프리카의 현실에 군사적 개입을 할 역사적 권리가 없다. 과거 제국주의 세력으로 북아프리카에서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던 이들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북아프리카 민주화를 가로막아 온 독재정권 그리고 군사주의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집트의 무바라크는 그 대표적인 경우이며 무바라크의 퇴진에 소극적이거나 주저했던 것도 바로 이들 국가들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이들이 유엔을 앞세워 북아프리카 민주화 세력의 수호자로 나서고 있는 것은 위선이자 그 목적의 진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이 모든 사태의 밑바닥에는 일차적인 책임이 카다피와 그의 세력에게 있음은 물론이다. 한때 반제국주의 노선을 통해 리비아의 탈식민지적 독자적 입지를 다진 기여가 있다 해도 혈통을 중심으로 한 권력 승계와 관리는 리비아의 미래를 암담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권력은 당연히 청산되어야 마땅하고 지구상에서 소멸해 가야 한다. 이는 인류적 차원의 극복대상이다. 모든 외교적 압박과 국제적 비판 속에서 리비아인들의 민주화 투쟁은 지원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리비아인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안 되면 미래에 어느 시점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리비아의 운명을 리비아인들의 손에 맡기지 않고 남들이 무력으로 간섭하고 나서는 순간부터 리비아의 민주주의는 병들어버리고 말 것이다.

학살을 막겠다고 다른 학살이 발생한다면 죽어나가는 것은 오직 리비아인들 뿐이다. 아무도 이들의 죽음에 책임질 생각이 없는 군사적 개입은 더욱 무서운 비극을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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