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오디세이 새벽'이라고 명명된 군사작전이 시작됐음을 선언했다. 최초 작전에는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 5개국이 참여했다.
이번 작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17일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결의를 채택한지 이틀만에 전격 단행된 것이다. 이로써 리비아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 19일 미군의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 장면 ⓒAP=연합뉴스프레시안 |
카다피 지지자들 '인간방패' 자처
서방 군대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와 반군 거점인 벵가지 등 각 지역의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으며 리비아 내 방공망을 무력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20여대에 이르는 프랑스 공군의 라팔, 미라주 전투기들은 이날 리비아 영공에 진입해 반군 거점인 동부 벵가지 상공에서 리비아군의 탱크와 군용차량을 공격했다.
아랍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프랑스군 전투기가 벵가지 남서부에서 카다피군 탱크 4대를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리비아 국영 TV는 프랑스의 전투기가 수도 트리폴리에서 격추당했다고 보도했으나 프랑스 정부는 보도를 부인했다.
프랑스군의 첫 공격 이후 몇 간 뒤 미국과 영국 해군 함정들이 리비아 방공망 시설들을 목표로 110발 이상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현재 미 해군 잠수함 3척을 포함해 서방 군대의 함정 25척이 지중해에 배치되어 있다. 윌리엄 고트니 미 해군 중장은 미국과 영국 함정들이 리비아 내 20곳을 목표로 크루즈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리비아군의 정확한 피해 상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다국적군 관계자들은 트리폴리 인근 해안에 위치한 리비아 방공망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국적군은 또 20일 새벽 트리폴리에 대한 공습을 감행해 이 가운데 일부 포탄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관저인 '바브 알-아지지야' 인근에도 떨어졌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다국적군의 공습 직후 리비아 국영 매체들은 수도 트리폴리를 비롯한 리비아 곳곳의 민간 시설이 폭격을 당해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국영 TV는 리비아군 대변인의 발표를 인용해 "트리폴리의 민간 시설이 '십자군 적(crusader enemy)' 전투기들에 폭격당하고 있다"면서 서부의 주요 도시 미스라타에서는 연료저장 탱크가 피폭됐다고 밝혔다.
국영 TV는 또 군 성명을 인용해 트리폴리 교외의 한 병원이 폭격 피해를 당했고 카다피 고향인 시르테와 벵가지, 미스라타, 주와라가 공격을 받았다면서 "민간지역"에 대한 다국적군의 크루즈 미사일 공격과 공습으로 적어도 48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은 미스타라에서 폭격을 당한 곳은 카다피 부대의 공군 기지라고 주장했고 트리폴리에서 포격을 당한 곳도 동쪽으로 20㎞ 떨어진 군부대 주둔지 부근이라며 국영 TV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리비아 정부군도 이에 맞서 대공화기로 응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카다피 지지자들은 '인간방패'를 자처하며 서방 전투기가 공습할 가능성이 있는 주요 시설물에 모였다.
수백 명의 카다피 지지자들은 이날 국제공항과 카다피 관저, 군사시설이 모여 있는 트리폴리 복합단지 주변으로 몰려들어 리비아 국기를 흔들고 카다피 초상화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항전의 의지를 다졌다.
▲ 미 국방부 대변인 전황 브리핑 ⓒAP=연합뉴스 |
미국, '제한적 행동' 강조…"지상군 투입 없다"
이같은 군사행동에 대해 아프리카연합(AU)과 러시아, 중국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이번 작전의 범위에 대한 확대 해석을 차단했다.
브라질을 방문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한적인 군사행동"(a limited action)을 승인했다고 강조하며, 미군 지상군의 투입은 없다고 못 박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행동의 목표에 대해서도 "리비아 국민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 정부의 폭력적 진압으로 인한 대량 인명 살상을 막으려는 인도주의적 목적 때문이지, 카다피의 군사적 축출을 위한 행동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미군은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이행하려는 동맹국들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군사적 행동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이날 파리에서 열린 리비아 사태 관련 주요국 회의에 참석해 "미국은 리비아에 대한 유엔 결의안을 이행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들이 시작됨에 따라 서방연합국들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며 '지원자' 역할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새로운 중동전쟁에 뛰어들겠다는 신호로 보지 말라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2개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미 정부로서 아랍국가와의 새로운 전쟁에 대한 부담감이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행정부 내에서는 그간 로버트 게이츠 국방방관과 존 브레넌 백악관 국토안보좌보관이 군사행동 신중론을 제기하는 등 이견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가 '민간인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승인한 만큼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 대비해 지상군 투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안보리 결의에 "외국 군대가 리비아 영토의 어떤 부분을 어떤 형태로든 점령하는 것은 배제한다"는 규정이 있고, 지상군을 투입하면 안보리 결의에 기권했던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의 강력한 반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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