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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이나 北이나 대화할 생각이 있긴 하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실종된 '대화 의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한반도포커스> 12호(2011년 3·4월호)를 전재합니다.

<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이번 12호는 '한반도, 봄은 오는가'를 주제로 5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3월 첫째 주 동안 매일 1편씩 소개됩니다.(☞제12호 전체 내려받기)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일 3.1절 기념사를 통해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의 '진정성'있는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그러나 북한의 태도 변화만을 바라는 것은 '수동적 태도'라며 남한 정부에 주도성을 발휘할 것을 주문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8~9일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대령급 실무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다. 이 회담은 고위급군사회담의 의제와 일자, 장소, 수석대표의 급 등을 정하는 실무적인 회담이었다. 그러나 한반도 및 전반적인 남북관계 차원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하고 국내외적인 관심도 높았던 회담이었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다. 협상은 절충안을 주고받으면서 입장 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이다. 군사실무회담에서 북측은 남측보다 많은 절충안을 제시했다. 북측은 의제와 관련해서 1차안으로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해 견해를 밝히고, 군사적 긴장해소 방안에 대하여'를 제시했다.

2차안으로 북한은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군사적 긴장해소 방안에 대하여'라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해 단순히 견해만 밝히는 것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 절충점을 찾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이다. 3차안으로는 '①천안함 사건, ②연평도 사건, ③군사적 긴장해소 방안'을 제시했다. 의제 순서를 보다 명확히 한 절충안이었다.

회담일자와 관련해서는 2월 14일을 제시했다가 절충안으로 18일을 제시했다. 남측은 의제로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시인‧사과에 대하여'를, 회담일자로는 2월 말을 제시했다. 2일간의 회담에서 절충안의 제시 없이 기존 주장만 반복했다.

남북한 모두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고 회담이 중단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북측은 진정성이 부족했고 남측은 유연성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협상의 관점에서 엄격히 말하면 북측은 우수점이고 남측은 낙제점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모처럼 조성된 남북대화의 분위기가 결실을 맺기도 전에 실무급에서조차 타결되지 못한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회담결렬의 득과 실은 따져 보아야 한다. 북측은 이번 회담의 결렬로 적지 않은 것을 잃게 되었다.

첫째, 올해 초부터 북한이 펼치고 있는 대화공세, 평화공세의 기조가 무너지게 됐다. 남측이 대화의 전제로 내세운 천안함, 연평도 사건의 해결이 향후 남북대화의 향방을 가늠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측도 1월 5일 발표한 정당·정부·단체 연합성명 이후 대화공세를 펼치면서 남측이 명확히 요구하고 있는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 해결은 북한 군부만이 풀 수 있다는 계산 아래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고위급 군사회담의 개최와 함께 적십자 회담, 금강산 관광 회담, 개성회담 등 여타 실무회담을 순차 병행적으로 이어나갈 전략적 의도를 가진 듯했다.

그러나 실무회담에서 남측을 설득하지 못함으로써 기대를 저버린 셈이 되었다. 결국 북측의 대화 의지가 위장된 것이었다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고 북한이 주장하는 대화공세가 공허하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둘째, 미국과의 대화 모색에 어려움을 더하게 됐다. 북측은 고위급군사회담을 통해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를 빌미로 미국과의 대화까지 연결시키려는 의도를 가졌다. 북측이 남측과의 군사회담을 추진하면서 미국에 북미 고위급군사회담을 제의했던 것이 이와 같은 맥락이다.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넘기면 북측 자신에게도 명분이 생기고 곧바로 미국과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북측으로서는 그러한 접근법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 간 군사실무회담의 결렬은 미국 강경파로 하여금 북측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에 의구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셋째, 이는 6자회담 재개 문제와도 연관된다. 중국을 통해 6자회담을 재개하고 비핵화 관련 조치를 협의하면서 제재 해제와 반대급부를 꾀하려던 북한의 시도는 당분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게 남북대화를 압박하던 중국도 주춤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남북 간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만 증폭됨으로써 북측은 천안함·연평도 문제의 해결을 뛰어넘지 못하고 기회를 뒤로 미루어야한 하는 처지가 되었다.

남측도 회담결렬의 손실이 크다. 일부에서는 남측의 요구가 진정성을 가진 이상, 현재의 대북정책을 고수하면서 북한을 더욱 압박할 유인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미국·중국 등의 남북대화 재개 압박에 대한 여유도 생겼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남측 역시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뛰어넘고 남북관계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쉬운 점이다.

군사실무회담의 북측 대표가 고위급군사회담이 열리면 남측이 납득할 만한 무언가를 제시하겠다는 모종의 기대감을 주었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북측이 실제 뭔가를 준비했다고 볼 수 있고 남측은 그것이 무엇인지 들어보기도 전에 실무선에서 회담이 종료된 것이다.

남북관계는 상당부분 통치행위적 판단이 들어갈 수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해결은 더욱 그러하다. 그 여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회담이 종료되고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앞으로 남북관계에서는 불확실하지만 소강상태가 예상된다. 북측은 여전히 대화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회·민간차원을 대상으로 하는 통일전선 전술도 계속되고 있다. 실무회담의 결렬에 대해 남측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면서 남측이 대북정책을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남측 또한 대북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남과 북 당국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 김정일 정권은 남측의 도움을 갈구하면서 왜 변하지 않으려 하는지, 반대로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를 임기 중에 반전시킬 의지가 있는지, 북한을 압박하면 항복하고 나올 것으로 보는지 등이 궁금하다.

최근 북한 상황을 보자. 내년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북한은 당·정·군·민을 총동원하여 식량 확보와 외자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북한은 미국, EU 등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과 국제기구에 대북 식량지원을 요청해 놓고 있는 상태다. 남북교역이 끊긴 이후로 북중 무역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지원이 없다면 사실 북한 정권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대화 혹은 협상이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관철해 가는 과정이다. 최근 북한이 보여준 대화 자세는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부족한 점이 많다.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진정성을 요구하면서 과거 북측이 해왔던 남북관계에서의 자세 변화를 근본적으로 촉구하고 있지만, 북측은 사실상 남측 당국이 요구하는 것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판단인 듯하다. 지난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농축 시설을 공개한데 이어 최근에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가 세워지고 풍계리 핵실험 갱도 굴착도 상당부분 진행이 되고 있다.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되고 3월 한미합동군사훈련, 천안함 사건 1주기 등을 앞두고 북한이 또 다른 방식의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북한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앞두고 체제 결속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볼 때, 북한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입지도 그렇게 넉넉한 것만은 아니다. 남북군사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게 됨으로써 남북대화를 남측이 원하는 페이스로 이끌 수 있는 주도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현 정부는 앞으로 북측의 태도 변화만을 고수하고 북측의 태도에 따라 대응하는 수동적 입장을 계속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남북관계의 급진전이 이루어지려면 올해 상반기에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임기 중 회복시키려고 하는지, 아니면 대북압박을 계속하면서 북한의 변화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정책을 고수할지 궁금하다.

북한의 핵보유는 더욱 강화되고, 중국 등의 대외원조에 의존하여 그럭저럭 버티면서, 어찌되었든 2012년 강성대국을 건설하려고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북한의 추가적인 위협과 긴장조성 행위도 충분히 예견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향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남측 주도로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매듭을 짓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로 시인·사과를 강력히 촉구하는 '역사적 기록'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북측의 또 다른 위협은 한반도의 안정만을 해할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를 더 이상 회복불능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다. 대통령 혹은 통일부 장관이 직접 3.1절 기념사의 메시지나 주요 계기를 통해 고위급군사회담 혹은 그 이상의 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먼저 제의하고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천안함 사건을 마무리한 이후 남측 주도의 포괄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 북측을 압도하고 남측 페이스대로 이끌어올 수 있는 종합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는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남북관계 패키지 형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 확인을 위한 고위급 라인을 가동한다던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 조치를 견인해야 한다.

북한이 3대 세습체계를 본격화하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김정은이나 북한의 군부세력들이 핵을 가지고 모험주의를 하지 않도록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반드시 비핵화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를 중요한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관련한 북한의 자세변화를 유도하면서 정상적인 남북관계를 재구축해 나가야 한다.

비핵화와 관련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5.24 대북조치들을 완화하고 상징적인 차원의 경협 프로젝트를 제시하여 반전의 흐름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경협 프로젝트는 개성공단과 같은 경공업 단지나 지하자원 개발협력, 금강산 관광 재개와 여타 관광특구 개발과 같이 남북에게 서로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우선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남북대화도 군사, 경제, 사회 등 외연을 넓힘으로써 전방위적인 협력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식량지원은 중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대북지원에 있어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접근하되 의지가 중요하며, 국내외적으로 우려하는 분배투명성도 갖춘다면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중요한 레버리지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한미 간에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어떤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전략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이 결렬된 이후 상황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한미 간에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재배열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이상 북한의 핵개발을 더욱 방치해서는 안 된다.

또 중국도 말로만 남북대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중재자로서 대(對)한반도 균형외교정책이 요구된다. 중국이 북한문제나 김정은 후계구도에 어정쩡한 모습을 보일수록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된다는 점을 중국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한반도 문제는 남북관계의 영역이 약화될수록 주변국들의 개입이 늘어났다. 분명한 것은 남북문제는 남북한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국제사회 모두 남북 간에 정상적인 대화가 열리길 바라고 있다. 미국, 중국도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에 있어 남북 간 대화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가 남북관계를 통해 한반도 주도력을 거머쥘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북한도 고위급 군사회담 결렬 이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원칙을 지키되 북한을 끌어낼 수 있는 유연성의 발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 원제 : 군사실무회담 이후 남북대화 : 평가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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