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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와 테러, 무엇이 미 대외정책의 핵심목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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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와 테러, 무엇이 미 대외정책의 핵심목표인가?

[해외시각] "이란 핵논란의 진짜 속셈도 석유 이권'

다음은 최근 미국 외교정책 비판 사이트인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Foreign Policy in Focus)에 게재된 나페즈 아메드의 기고문 '석유 또는 테러리즘: 어느 것이 미국 정책의 더 중요한 동기인가?(Oil or Terrorism: Which Motivates U.S. Policy More?)을 번역(☞원문보기)한 것이다. 필자는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 '정책연구개발원(IPRD) 원장으로 저명한 안보 전문가다.

그는 이 글에서 미국 정부는 공개적으로는 '테러와의 전쟁'을 외치면서 탈레반과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들을 지원하는 아랍 동맹국들의 행위를 모른 체 하거나 협력해왔다고 폭로했다. 또한 그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미국의 이런 이중적 정책은 미국의 진정한 속셈은 석유 이권의 확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비로소 이해가 간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필자는 미국이 석유에 대한 의존과 석유에 대한 통제력 확보를 위해 아랍의 사악한 독재정권들을 지원하는 일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개발로 정책을 전환해야 안보환경도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집자>


▲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지난 12월 16일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 전쟁은 테러와의 싸움을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진짜 속셈은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이권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들 중에는 미국과 함께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고 있다는 핵심 동맹국들이 이슬람 테러조직에 방대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는 언급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한 외교전문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이 지난 2009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세계 수니파 테러조직에 가장 중요한 자금원'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정부는 유엔안보리 결의 1267호에서 테러단체로 지목한 탈레반과 LeT(라슈카르 e-타이이바) 조직(이들은 알카에다와 연결돼 있다)의 자금모집을 차단하는 활동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클린턴 장관은 걸프연안과 중앙아시아 일대의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다. 클린턴 장관에 따르면, 쿠웨이트는 이곳에 기반을 두고 해외 테러공격을 계획하는 자금 후원자와 중개인들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은 규제감시체제가 부실해 테러 자금 후원자와 협력네크워크의 활동에 취약하다.

카타르는 테러와의 전쟁에 미국과 협력하는 이 지역 국가들 중 '최악'의 나라이며, 이곳 당국은 알려진 테러리스트들에 대해서도 조치에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한편 파키스탄 의 군사정보 관리들은 매우 광범위하게 극단주의 조직, 특히 탈레반과 LeT 등과 연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 동맹국들의) 테러조직에 대한 재정지원 행위들을 이처럼 폭넓게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미국 행정부들은 이런 나라들에 대해 군사적 또는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군사적, 경제적 원조를 통해 사실상 그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했다. 그 이유는 석유다.

문제는 석유야, 이 바보야

1908년, 영국이 페르시아에서 원유를 발견한 이래로 석유는 중동에서 서구의 압도적인 이익이 걸린 문제였다.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중동지역 석유의 대부분을 통제했다. 2차대전 이후에는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자국의 세력권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중동 석유에 대한) 주도권을 장악했다. 이후 약간의 힘겨루기 끝에 결국 영국은 중동에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인정했다.

1945년 미 국무부 석유정책국 국장의 비망록에는 "미국과 영국 기업이 관할하고 있는 이 지역 석유자원의 개발 및 사용에 관한 양국의 폭넓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이야말로 최고의 전략적 상업적 중요성을 갖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같은 영미의 지정학적 전략은 이 지역에서 가장 전제적인 정권들과 동맹을 맺어 통제력을 행사함으로써 서구시장에 값싸고 안정적인 석유공급을 보장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최근 비밀해제된 영국 외교문서(1940~1950년대)에 따르면, (2차 대전 후) 걸프연안에 태어난 여러 왕정국가들은 대부분 중동에서 영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영국은 이들 왕정을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이들 나라 내부의 적대적 행위에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부 치안 유지를 위해 경찰과 군대의 훈련도 약속했다.

1958년 미 국무부의 한 관료도, 걸프연안의 왕정들은 "지배집단의 근본적인 권위를 훼손하지 않은 채" 근대화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사악한 전제적 정권들을 보호하는 것이 세계의 전략적 자원인 석유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지정학적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과제가 된 것이다. 즉 두 나라는 석유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안보'라는 값비싼 대가를 기꺼이 치러온 것이다.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자금 지원

서구에 대한 알카에다의 최대 불만 중 하나는 오사마 빈라덴이 말했듯, 이슬람의 땅에 '십자군적 유대인'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서방이 억압적인 아랍정권들을 지지한다는 사실이다. 이들 정권들은 미국의 지시와 후원 하에서 빈라덴이 이끌던 아프가니탄의 무자헤딘 세력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등 지원을 해 소련에 맞서도록 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난 지 한참 후에도 이들 정권 내부의 일부 분자들이 빈라덴의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이들은 단기적인 지정학적 이익에 맛을 들인 미 정보당국들과의 유착을 통해 빈번히 이런 지원을 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이야말로 가장 극명한 사례가 되고 있다. 1994~2001년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의 협조를 얻어 중동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매개체로 탈레반을 은밀하게 지원하고, 거래하고, 협상했다.

로널드 레이건 시절 백악관 특보를 지낸 다나 로라바처 공화당 하원의원은 남아시아에 대한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중앙아시아로부터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이르는 석유수송로 건설에 필요한 지역적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탈레반을 은밀히 지원한 결과, 탈레반의 세력이 강화됐다고 증언했다.

(19세기말 이 지역에서 영국과 러시아간에 벌어졌던 것과 같은) '그레이트 게임'은 지금도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AP> 통신은 "미국 주도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이후 이 프로젝트는 부활했으며,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 석유수송로가 완공되면 옛소련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의 통로에 의존하지 않고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수출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자금원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인데 미국은 일본과 함께 이 은행의 최대 주주다. 이 파이프라인이 지나는 (아프간) 남쪽은 탈레반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지역으로 나토연합군의 군사 작전이 집중된 곳이다.

세계의 전략적 에너지 자원에 대한 통제가 언제나 '테러와의 전쟁'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핵심요인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른 증거도 있다. 예를 들어 2001년 4월 당시 딕 체니 부통령이 지시로 이뤄진 조사는, 글로벌 석유공급 경색 임박, 에너지 부족, 그리고 중동의 안정을 위한 '군사개입'의 필요성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보여준다.

에너지와 이란

영국의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다른 외교전문들은 세계가 이란의 석유공급에 의존하지 않도록 만들려고 혈안이 된 미 행정부를 묘사해, 석유가 미국의 대이란 정책에서도 중심에 놓였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전세계의 원유 생산량이 2006년 무렵 정점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이란은 세계의 석유 생산량을 하루 300만 배럴 늘릴 수 있고, 천연가스는 더 많이 증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급국이다. (이란의) 핵개발논란은 진짜 현안이 아니라,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한 구실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란을 적대시하는 미국의 정책은 매우 비생산적으로 기능했다. 미국 행정부와 정보당국 관료들의 발언을 인용한 <뉴요커> 시모어 허시의 일련의 보도에 따르면, CIA와 펜타곤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알카에다와 연계된 중동 및 중앙아시아 일대의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들에게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제공했다.(비아랍이며 시아파 위주의 이란에 대항하라는 것)

2008년초 당시 미국 대통령령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정책은 2003년에 시작됐으며 이라크와 레바논 같은 지역에 적용돼 수니-시아파의 종족간 분쟁을 부추겼다.

어떤 민주당 하원의원들도 이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 정책의 설계자 로버트 게이츠를 국방장관에 재임명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고위 관료 출신들인 플린트와 힐러리 맨 레버렛이 말했듯,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비밀 군사작전을 강화하기로 한 올해 초 오바마의 결정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비밀공작이 강화된 것을 반영한다.

반이란 정책을 지시한 이러한 대통령령은 알카에다와 연계된 반시아파 이슬람 무장네트워크에 대한 미국의 비밀 지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공개적 목표와 맞아 떨어진다고 하기 힘들다. 테러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에 대한 통제력이 주요 동기라는 것을 인정해야 이해가 된다.

의존을 넘어서

테러 활동을 지원하는 비밀작전들이 지속되는 동안 오바마 행정부는 지정학적 후폭풍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실패를 거듭해 왔다. 이 난관을 벗어나려면 첫째, 석유에너지 자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진정한 국가안보에 해가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서구 정부들은 석유산업계의 로비와 석유 장악으로 얻은 지정학적 지배력의 대가로, 무슬림권에 적개심을 확산시키는 독재정권들을 지원해왔다.

설상가상으로 서구는 기존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정권들이 알카에다의 테러 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눈감아주고, 최근까지 공모했다.

오일 피크와 기후변화가 겹쳐 일어나는 상황에서 새로운 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은 지상과제다. 이런 전환은 석유에너지 고갈에 초래할 타격을 줄여주고, 인간이 초래하는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최악의 결과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기반시설 개발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적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중적인 외국 정권들에 대한 의존을 탈피해 재생에너지와 석유 독재정권에 대한 지지 중단으로 전환하는 것은 우리를 더욱 안전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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