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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北 정치ㆍ경제,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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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北 정치ㆍ경제, 어디로 가나?

[토론회] 김정은 위상 어디까지? 후계구도와 당정관계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대외 무대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북한 인민군 대장 칭호가 부여된데 이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선임, <노동신문>을 통한 얼굴 공개까지 앞서 김정일 위원장 시절 6년 걸린 것을 단 사흘로 압축 시킨 초고속 데뷔전이다.

오랫동안 북한을 지켜봐 온 전문가나 소식통들조차 김정은 그 파격적인 속도에 놀란 눈치다. 이러한 '깜짝 쇼'를 천천히 되짚어보고, 앞으로 북한 동향을 예측하는데 있어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30일 평화재단이 '북한 당대표자회 평가와 향후 전망'이라는 주제로 긴급 전문가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선 후계구도가 향후 북한의 경제 정책, 대외관계에 미칠 영향까지 폭 넓게 논의됐지만 북한의 권력구조 변화 그 자체가 집중 조명됐다. 새로운 후계자에 대한 대응책을 논하기에 앞서, 갑작스레 지각변동을 일으킨 북한의 권력을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고 있느냐는 물음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2인자급 위상"

▲ 북한 <노동신문>에 공개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이번 김정은 후계구도 구축 과정을 파악하는 데는 무엇보다 그가 맡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직책의 의미와 크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당초 예상대로 당 중앙위 정치국이나 비서국의 주요 직책을 맡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비서국) 조직비서의 업무와 (정치국) 상무위원의 위상도 차지한 것"이라며 "(김정은은) 사실상 북한의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데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정성장 연구위원은 리영호 군 총참모장이 김정은이 진출하지 못한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꿰차긴 했지만, 두 사람이 동시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오른 만큼 서로 상응하는 위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김정은이 조직비서의 역할도 상당 부분 겸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비록 '이름'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하나를 얻었지만, 김정은의 현재 위상은 사실상 1980년 6차 당대회 당시 김정일이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비서·당 중앙군사위 위원 등 세 요직을 맡았을 때와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정치, 비서국 요직이 아닌 중앙군사위의 요직을 먼저 맡은 걸까? 정성장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먼저 군권부터 확실하게 장악을 하고 나서 나머지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첫 직책이 정치국 상무위원인 것 보다는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인 편이 외부에 주는 충격이 덜했으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후계작업의 속도를 높인 배경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김정일이 후계자였을 때는 김일성이 건강했기 때문에 권력 승계 작업을 차근차근 할 수 있었지만, 김정은의 경우 그럴 여유가 없어 보인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은 아무도 모르는 문제지만,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치 김정은-외치 김정일 시대"

한편 그는 김정은이 북한의 비밀경찰기구인 국가안전보위부의 부장 자리에 이미 작년부터 임명돼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 엘리트들이 김정은 앞에서는 충성서약을 하면서도 뒤에선 어떨지 아직 진심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보위부장을 먼저 맡겼을 것"이라면서 "지난해 보위부장, 올해 군대 2인자 자리를 넘겨받은데 이어 앞으론 조직비서, 상무위원 자리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김정은의 행보를 전망했다.

정 연구위원은 또 "(김정은 후계자설이 처음 나왔던) 작년 1월부터 사실상 김정일-김정은 공동정권이 출범한 거고, 이번에 공식화된 것"이라는 과감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는 "지금부터는 확실히 내치는 김정은, 외치는 김정일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을 자주 비우는 등, 공개 활동 행보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국정 전반을 일일이 관장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지금은 핵심적인 문제에만 관여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상당 부분 김정은에게 맡겼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국방위원회는 '껍데기'…실세는 중앙군사위

정 연구위원은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르고 인원도 6명에서 19명으로 느는 등 당 군사위의 조직적 면모가 강화된 것과 관련해 "군사위가 국방위원회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가 다시 도약하게 됐다는 식의 해석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언론들이 마치 국방위원회가 최고 권력기관인양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과 같은 법치국가가 아닌 당 우위 체제의 북한에서는 (원래부터) 당이 모든 결정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 헌법을 개정하면서 국방위원회에 대해 "국가 주권의 최고 국방 지도기관"이라고 명시했지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영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11조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듯 '국가기구'는 '당' 아래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 연구위원은 이런 주장에 대한 근거로 "국방위원회 이름으로는 군사 작전 명령이 내려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국방위원회에서 나오는 명령은 후방에서의 요새 건설, 댐 건설이나 민방위와 관련된 것들"이라며 "작전과 전쟁 수행 등 직접적 군사 업무와 관련한 명령은 당 중앙군사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에서 당 중앙군사위의 역할이 쇠퇴했다는 식으로 보도되는 이유도, 이 기구가 맡는 군사 관련 업무가 비공개 영역에 속해 활동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아서라고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은 "이번 당대표자회 결과를 보면 인민안보부장, 국가안전보위부의 제1부부장 등 군·공안권 실세들이 당 중앙군사위에 들어가 있어 국방위원회 기능까지 흡수한 만큼, 국방위원회를 없애거나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그는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권력 '실세'로 불리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에 그친 것과 관련, "외부 세계에서 장성택을 과대평가할수록 북한 내부 입지는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장성택 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섭정'에 나선다는 등의 보도가 나올수록 북한으로선 그의 운신 폭을 좁게 하려 한다는 역설이다. 정 연구위원은 "그래서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급부상한 리영호 총참모장은 알려진 것과 달리 장성택 측근이 아니며, 측근이었다면 오히려 그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제, 개방·개혁으로 갈 가능성 있어"…"대외관계는 미지수"

북한 경제 정책 전망에 대한 발표를 맡은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 정책은 남북교역이나 북미관계 등 대외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많다"며 "아직 김정은 자력으로 경제 정책을 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예단을 경계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한 2012년에는 자립 경제를 이뤄야 한다"며 향후 2~3년 안으로 '김정은 체제'의 경제 정책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나아가 "조중 국경지역의 개방을 필두로 중국과의 관계 속에서 다소 개혁·개방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권력이 대물림 되는 상황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의 개혁·개방은 한꺼번에 나타나기 힘들 것"이라고 기대치를 낮췄다. 그러면서 "북중 밀착 관계를 고려해 한국도 중국과의 협력 속에서 북한의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며 "(남북관계를) 너무 핵문제와 연계시키지 말고, (한국이 북한을) 적극적으로 보듬어 안고 가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외정책 변화와 관련한 전망은 더욱 간단치 않았다. 이 분야 발제를 맡은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얼마 전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부총리에 오른 것을 비롯해 북한 대미 외교라인 3인방이 승진했는데, 이것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포석이라기보다) 미국과 중국의 대화 파트너에 걸맞도록 급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미 외교라인의 승진과 김정은 권력 승계를 연결 지어 '북한의 대외정책 변화'라는 테마로 묶어내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연구위원은 향후 북한 체제가 안정과 불안정 중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가와 관련해 "조선시대 때 내부 권력다툼이 있으면 제일 먼저 세자책봉을 했던 것처럼, 북한은 김정은 후계체제를 조기에 구축시킴으로써 체제의 안정화를 도모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김정은이 군의 지지를 바탕으로 자기 권력을 만들어 갈 수 있는가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면서 "권력이 안정화된 상태에서 승계가 이뤄진다 해도 (김정은은) 군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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