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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바마는 월가에 놀아나고 있다"

크루그먼 "장기금리 급등 경고는 월가의 작품"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2009 하반기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을 5.5%로 상향 전망했다. 불과 2개월 사이에 1.3%포인트나 상향 조정한 것이다.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0.7%에서 0.2%로 올렸다.

이러한 KDI의 전망은 가파른 경기회복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른바 '출구전략' 시행 시기를 앞당겨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출구전략'은 경기회복에 동반하는 인플레이션이나 자산 거품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하는 등 통화정책을 팽창에서 긴축으로 선회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의 경제정책 우선순위, 왜 돌변했나

하지만 일각에서는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면서 "내년에도 미국 등 주요 경제국들과 세계 경제의 회복세는 불투명하다"고 경계하고 있다. 일본처럼 장기불황을 가져오는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협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날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위협이 더 큰지, 디플레이션 위협이 더 큰지는 누구도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정치적 동기, 또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어느 한 쪽을 과장되게 전망해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출구전략'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로 인해 이런 논쟁은 한국보다 더 첨예한 현안이 되고 있다. 출구전략을 빨리 시행하지 않으면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이 월가를 중심으로 계속 제기될 뿐 아니라, 최근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재정적자 대책에 더 무게를 두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현재 상황은 여전히 추가적인 경기 부양 대책이 필요할 때이며, 인플레이션 위협은 월스트리트가 조장한 '보이지 않는 위험'이라고 반박해 주목된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크루그먼 교수는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The Phantom Menace(보이지 않는 위험)'이라는 글(☞원문보기)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측근들은 월가가 만들어내는 무서운 이야기들에 의해 겁에 질려버렸다"면서 "그들은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할 때 말한 것과 정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당초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 최고 총괄자인 로런스 서머스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에 임명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경기침체에 과감히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많은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2009년 말 10%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지나치게 하는 것보다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가 더 위험하다"고 말한 바 있다.

"높은 실업률, 경기부양 노력 미흡 탓"

그 이후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실업률은 갈수록 올라가 10.2%(10월 기준)가 되었다. 8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경기부양책도 "규모가 너무 작다"고 질타했던 크루그먼 교수는 "서머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충분하게 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추가 대책을 위한 결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경제정책에 대해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제 정책에 대해서는 애매하게 말한 반면,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강조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채를 계속 늘려간다면,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잃어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크루그먼 교수는 "나와 의견을 나눈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경기회복을 크게 위협하는 것은 정부의 불충분한 노력이라고 본다"면서 "경기부양책의 규모가 너무 미흡했고, 내년에는 경기부양책도 종료될 예정인데 높은 실업률이 소비자와 기업을 위축시키고 있는 상황 "이라고 경고했다.

▲ 폴 크루그먼 교수. ⓒ로이터=뉴시스
오바마는 월가의 하수인?

이어 크루그먼 교수는 오바마가 사실상 '월가의 심부름꾼'이라는 의혹을 연상케 하는 주장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글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가 충분한 규모의 제2차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가능한 한 경기 부양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을 하도록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대통령의 할 일이라는 것이다.

정치전문 인터넷신문 <폴리티코닷컴>은 최근, 오바마의 취임 후 첫 연두교서에는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적자 감축이 핵심 내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의 이런 태도 돌변에 대해 크루그먼 교수는 "이 의문을 푸느라고 시간이 좀 걸렸지만, 오바마가 월가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취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가 제기한 우려가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에 따르면, 이번 경기침체 이후 월가의 주요 금융업체들의 일부 분석가들은 경기침체와 싸우는 노력은 더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특히 그들은 미국이 매우 낮은 장기금리로 자금을 끌어들이는 미국 정부의 능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재정적자로 인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 금리가 치솟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994년 미국, 그리고 일본 경제의 사례

크루그먼 교수는 "오바마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조한 주장이 바로 금리 급등에 대한 주장이었다"면서 "그의 우려가 올바른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1994년 미국 채권의 장기금리가 급등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당시 미국 경제는 매달 30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연준(Fed)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왜 지금처럼 일자리가 감소하고 Fed는 금리를 올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장기금리 급등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일본의 사례가 더 적절할 것"이라면서 "일본은 막대한 재정적자를 지속하면서도 불황을 벗어나지 못했고, 장기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런 사례들을 제시하며 "아무래도 관료들이 그들의 머릿속에나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위험'에 테러를 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누가 인플레를 말하나"

나아가 그는 누가 이런 '보이지 않는 위험'을 퍼뜨리고 있는지도 지목했다. 크루그먼 교수에 따르면, 금리 급등을 경고하는 분석가들은 경기침체가 시작된지 몇 달도 지나지 않아 미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은 인플레이션이라고 주장한 자들과 동일한 경우가 많다.

크루그먼 교수는 "역사상 최대의 주택거품을 인식하지 못하는 등 시장의 행태에 대한 예측을 엉망으로 해온 것이 월가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면서 장기금리 급등 주장에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위협설'은 금융자본가의 이해관계에 의해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은 모두 경제에 해로운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똑같이 해로운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금융자본가들은 인플레이션을 가장 두려워 한다.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크루그먼 교수도 "두 자릿수 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채권 시장의 신뢰를 훼손할 위험은 어느 정도 있다고 해두자"면서도 "이런 위험은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대다수가 고통받을 것이 확실하다는 점과, 노동자와 기업들의 자신감의 위축될 가능성과 반드시 비교, 대조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서머스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는 지나치게 대응하는 것보다 너무 소극적으로 하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처음에 한 말은 맞았다"면서 "슬프고, 불행하게도 오바마 행정부는 그런 진리를 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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