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스티글리츠 "오바마 금융개혁, 월가 협박에 좌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스티글리츠 "오바마 금융개혁, 월가 협박에 좌초"

"은행 구제가 아니라 '경영진ㆍ주주 구제'…미국은 기업 복지국가"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개혁이 월스트리트의 협박에 의해 좌초되었다고 단언했다. 앞서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개혁이 실종되고 있다고 우려한 것보다 더욱 비관적이어서 충격적이다.(☞관련 기사: 크루그먼 "오바마의 금융개혁 공약, 물건너가고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9일 '부자를 위한 미국식 사회주의:기업 복지국가주의(America's socialism for the rich: Corporate welfarism)'라는 칼럼(☞원문보기)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는 정치적 압력과 대형은행들의 협박에 굴복했다"면서 "그 결과 오바마 정부는 은행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과 주주 등 은행 관계자들을 구제하는 방식을 택했다"면서 절망감을 토로했다.
▲ 오바마 대통령과 가이트너 재무장관. ⓒ로이터=뉴시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경기회복 기미가 보인다고 떠들고 있을 때, 미국의 은행들은 자신들을 규제하려는 노력을 좌초시키려고 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다시는 이런 위기가 재발되지 않도록 규제개혁을 하겠다고 떠들고 있지만, 은행들은 예전 방식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다.

현재 월스트리트를 구제하려는 노력은 위기 이후의 금융체제 구축과는 별 관계가 없다. 우리는 오히려 경쟁이 약화된 은행시스템과 가뜩이나 '대마불사'의 지위를 누린 기존의 대형은행들을 더욱 거대화시키는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대마불사급의 미국 은행들은 그 큰 규모로 인해 경영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은 알려진 지 오래다. 일부 은행이 참담한 실적을 기록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 관료들은 순자산 가치가 거의 없는 좀비은행들을 존속 가능한 기관으로 취급해 계속 지원하면, 이런 은행들이 '부활'을 위한 도박에 나서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큰 판이 걸린 이 도박에서 그들이 이기면 털고 일어서면 그만이지만, 실패하면 정부가 뒷감당을 해야 한다. 이런 결과는 그저 이론이 아니라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 사태 당시 큰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이다.


'구조조정 하기에는 너무 크다'는 새로운 개념

금융업체들에 대해 재무적 구조조정을 할 경우, 대마불사급의 은행들이라고 해도 주주들과 채권자들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구조조정을 하며 회생시키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재무적 구조조정을 하기에는 너무 크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이런 은행들을 일반적인 규칙에 따라 다루면 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진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부실 은행의 채권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고사하고, 정부의 구제금융을 기대하는 요소가 없다면 휴지조각이 될 주식을 들고 있는 주주들조차 건드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판단은 잘못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정치적 압력과 대형은행들의 협박에 굴복했다. 그 결과 오바마 정부는 은행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과 주주 등 은행 관계자들을 구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분명한 것은 오바마의 정책이 초래할 현재와 미래의 비용은 매우 크다는 것이며, 여태까지 은행의 대출 재개라는 목표조차 성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통을 초래한 자에게 혜택 주는 '이상한' 규칙

반면 납세자들은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불하게 됐다. 더 나쁜 것은 전세계 경제에 엄청난 고통을 초래한 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시장 경제의 규칙을 다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손실은 사회화되고, 이익은 사유화되는 새로운 형태의 '짝퉁 자본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 하기에는 너무 큰 은행'들은 책임도 지지 않고 도박을 할 수 있고, FRB가 제로 금리로 제공하는 자금 등 판돈도 풍부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경제체제를 '미국식 사회주의'라고 일컬었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서민들이 주인공인 제도다. 반면 미국은 상업은행에서부터 투자은행, 보험, 자동차산업에 이르기까지 유례없는 기업복지망을 확대해 왔다.

"정치척 힘이 너무 강력한 은행들"

이런 것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기업 복지국가주의'다. 어려운 서민들은 사회적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하는 반면, 부자와 권력자들은 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정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체제다.

우리는 대마불사급 은행들을 해체해야 한다. 하지만 대마불사급 은행, 구조조정하기에는 너무 큰 은행들은 정치적으로 너무 강력하다. 그들의 로비 능력은 규제 완화, 그리고 납세자가 부실 정리를 위한 돈을 내도록 위력을 발휘했다.

그들은 또다시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사태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