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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더블딥 가능성 점점 높아져…앞날 험난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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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더블딥 가능성 점점 높아져…앞날 험난할 뿐"

로고프 "G20정상회의, 출구전략 심각한 논의 필요"

글로벌 경제위기가 대공황의 벼랑 끝에서 하락 속도를 늦추면서 일단 기사회생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특효약은 결국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90%를 차지하는 이른바 G20(주요 20개국)이 대규모 재정지출에 공조한 '부채로 막기'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언젠가 부채로 인한 더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부채를 걱정해 섣불리 '출구 전략'으로 부르는 긴축으로 돌아섰다가는 조만간 벼랑 끝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는 24~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제3차 G20 정상회의는 이런 논쟁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일단 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팽창적인 재정 및 금융정책을 유지하기로 실무 차원에서 의견이 조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기적절한 출구전략으로의 전환,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날 회의 개최국 지도자로서 연설에 나선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현 시점에서 비상조치의 철회와 원상복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실수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처한 위기 국면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 대한 만족이나 지나친 믿음은 위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당 기간은 팽창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해도, 적절한 시점에 출구전략으로 전환하는 것 역시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치적 현실로 볼 때 시기를 놓치지 않고 출구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로이터=뉴시스

현행 금융위기의 진행 과정에 대해 가장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주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경제회의 관련 기자회견에서 "경제회복은 특히 선진국들의 경우 V자형이 아닌 U자형으로 이뤄질 것이며,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의 완료 시기를 못 맞출 경우 더블딥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루비니 교수는 2~3년에 걸쳐 지지부진한 회복세를 보이는 U자형 경제회복을 하더라도, 시기를 놓치지 않고 출구전략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더블딥으로 갈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출구전략을 너무 이르게도, 너무 늦게도 하지 않는 정책적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어려우며, 현실적으로 너무 늦게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든 것이 괜찮다는 기대에 차있지만, 불행하게도 앞날은 지금보다 더 나쁘지 않을지 몰라도 잘해야 울퉁불퉁한 길이라는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감추지 않았다.

루비니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책 의심하는 순간, 달러가치 붕괴"

나아가 루비니 교수는 달러 가치 붕괴 가능성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당장은 미국 달러화 가치가 추락할 가능성은 없지만, 미 정부가 무역적자를 통제하지 못하고 부채를 줄이지 못하면 달러가치 하락 리스크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비니는 달러 가치가 조만간 붕괴될 리스크는 없다고 보았다. 엔화나 유로화에 대해 달러 가치는 현재의 수준에서 크게 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유로화나 엔화가 달러에 대해 크게 강세가 되면 이들 지역의 경제회복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달러 가치의 변동은 대체로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가, 그리고 그 외의 일부 수출 국가들과 연계돼 일어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그는 "시장에서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믿는 순간, 달러 가치는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은 외국 채권자들에게 부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을 줄 필요가 있다"면서 "중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재정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금융시스템의 과도한 유동성을 일소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재정적자의 지속가능성과 미국이 부채 해결을 위해 인플레이션에 의존하려는 유혹에 빠질 것이라는 점에 대해 금융시장과 외국의 채권자들의 우려가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기폭발 시기 맞추기는 불가능"


▲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로이터=뉴시스

재정팽창 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해온 국제경제학계의 석학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최근 '금융위기 다음에는 부채위기?(From Financial Crisis to Debt Crisis?)라는 칼럼에서 적절한 시기의 출구전략이 실패해 재앙이 닥칠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크게 우려했다.

"요즘 세계 각국 정부는 전쟁을 치른 후의 정부에게서나 볼 수 있는 엄청난 적자를 쌓아가고 있다. 이런 재정투입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론적으로 보면, 갑자기 무너질 수도 있고, 몇 십년 동안 버틸 수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나라가 가장 취약한 상태인지는 말할 수는 있어도, 언제 어디서 위기가 폭발할지 단정지어 말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예측을 한다는 것은 마치 심장 발작을 예측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잇다.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을 지닌 사람은 이런 증세가 없는 사람과 비교할 때 통계적으로 훨씬 더 심각한 심장 발작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위험군에 속하는 개인은 몇 십년 동안 별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다. 반면에 위험군에 속하지 않은 개인이라고 해도 심장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면밀한 점검으로 심장발작을 예방하기 위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치료와 생활습관 변화가 동반된다는 조건이 뒷받침되어야 이런 정보가 도움이 된다..

금융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모니터링을 해서 얻은 정보가 의미가 있으려면 금융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정치 및 통제 체제는 매우 부실하고 근시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 몇 년내 제2의 금융위기 예고"

정부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큰 소리를 많이 듣고 있지만, 전세계의 정부는 놀라울 정도로 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디폴트 상태에 빠져왔다. 심각한 인플레이션 상태 역시 사실상 디폴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1970년대 미국은 상당한 인플레이션으로 실질 부채를 줄였다. 1930년대 금으로 환산한 달러 가치는 1온스 당 20달러에서 34달러로 떨어졌다.

현재 정부의 신용이 버텨주는 한 위기가 수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쁜 소식도 있다.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속도로 볼 때 몇 년 내에 제2의 금융위기가 불어닥칠 가능성이 있다는것이다.

가장 두려운 점은 미국이 중국 등 외국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위기도 이런 불균형에서 초래됐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국채를 대량 보유한 아시아 국가들은 앞으로도 계속 미 국채를 늘려갈 경우, 30년전 유럽처럼 낭패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당시 유럽 국가들은 대량 보유한 미국 국채가 인플레이션으로 실질 가치가 급격히 줄어드는 손실을 입었다.

오늘날 진짜 문제는 위기가 또 닥칠 것이라고 아무도 경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치지도자들이 이런 경고에 귀를 기울이느냐이다.

9월 말 미국의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서 지도자들은 지속불가능한 국가채무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또다시 왜 다가오는 위기를 아무도 보지 못했느냐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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