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간 달러 자금 금리가 엔화 자금 금리보다 '공식적'으로 낮아졌다. 달러화에 대한 미국의 정책금리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뒤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은행간 달러 자금 금리가 시장이 안정되면서 마침내 대표적인 저금리 통화인 엔화보다 낮아진 것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16년만에 처음으로 달러를 엔화보다 싸게 빌릴 수 있게 됐다"면서 "시중금리를 치솟게 했던 신용시장의 우려가 상당히 누그러졌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달러 리보 하락, 신용시장 안정 신호"
이 신문은 "미국의 FRB가 단기 정책금리를 오래 전에 제로 수준으로 낮추었어도 시중에서는 자금 상환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정상적인 수준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해 왔다"면서 "이런 우려가 완화되면서, 달러 리보(런던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3개월짜리 은행간 대출금리)가 지난 1993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엔화 리보보다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달러 리보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화된 직후인 지난해 10월 4.81875%라는 공황급 금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달러 리보는 이후 하향 안정 추세를 보이면서 지난 5일(현지시각) 0.37188%까지 낮아졌다. 이날 엔화 리보는 0.38813%이었다.
일각에서는 FRB가 내년 말까지 제로 수준의 정책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 자산시장에 투자해 금리 차익과 환차익, 자산가격 차익 등을 한꺼번에 노리는 자본 거래를 뜻한다. 대표적인 저금리 통화인 엔화가 오랫동안 '캐리 트레이드'의 대상이었다.
"최근 증시 랠리는 저금리 달러가 이끈 유동성 장세"
하지만 미국 정부가 막대한 달러를 풀어놓으면서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이 미국과 신흥경제국들의 주식시장에 달러 자금을 유입시켜 최근의 증시 랠리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요즘 증시 랠리의 최대 요인은 전형적인 '달러 유동성 장세'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올해 3월 이후 미국 증시 시가총액은 4.4조 달러나 증가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투기 바람으로 상승장을 보이는 것을 실물 경제가 회복되는 신호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
오히려 '엔화보다 싼 달러'가 증시 등 자산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드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뿐, 실물경제에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달러 가치가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도 끊이지 않고 있지만, 실물경제의 불안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가치는 쉽사리 추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달러는 안전자산으로 여전히 선호되고 있으며, 기축통화이자 원자재 시장의 국제결제 통화 등의 지위로 인해 쉽사리 가치가 추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달러 가치는 금융위기 속에 천문학적인 통화 팽창이 이뤄졌어도 일정 수준에서 강세와 약세의 변동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달러 표시 채권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정상적인 시장은 주식시장이 상승할 때 채권가격은 하락한다. 주식가격과 채권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은, 향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으며 현재의 증시 랠리는 유동성에 의한 투기장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