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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달러 대체 통화시스템 도입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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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달러 대체 통화시스템 도입 불가피"

"달러의 기축통화 이득 급격히 사라질 것"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미국 정부가 달러 통화를 증발시키면서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 가치는 필연적으로 붕괴돼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도 상실할 것이라는 전망도 무성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축통화 교체는 수십년이 걸리는 과정이라는 견해가 여전히 지배적이다. 달러 가치도 뚜렷한 대안이 없는 한 쉽사리 추락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달러가 언제까지나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하고, 달러 가치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드물다.

이에 따라 새로운 국제통화시스템 도입은 불가피하고, 그 과정을 순조롭게 거치기 위해서는 미리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 ⓒ로이터=뉴시스

이와 관련,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국제경제학계의 존경받는 원로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새로운 국제통화 시스템 도입을 위해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촉구해 주목된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미국은 부채의 대가를 져야한다(Thanks to the Deficit, the Buck Stops Here)'라는 글을 통해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이득은 다른 나라들이 달러 보유를 회피하게 되면서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과정은 이미 일어나고 있으며,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고 모르는 채 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과 질서 있는 변화 과정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고 싶겠지만, 그것은 더 이상 선택 가능한 대안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미국의 국가채무가 9조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엄청난 빚을 갚으려면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막대한 재정적자 등 방만한 통화 증발로 인해 세계의 기축통화로서 미국의 지위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

재정적자가 커질수록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증가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달러 약세를 초래한다. 당장은 경제위기로 인해 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 크다.

하지만 언젠가 경제가 회복되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불거질 것이다. 향후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현재 시점에서도 달러 약세를 초래할 수 있다.

"FRB 업무 수행 능력은 회의적"

4년 임기의 FRB 의장에 재지명된 벤 버냉키는 통화정책을 잘 써서 경제를 순항시키겠다고 장담했다. 말이 쉽지 적절한 균형을 맞추어 정책을 수행하기는 어렵다. 너무 빨리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쓰다가는 또다른 경기침체에 빠뜨릴 수 있고, 너무 늦게 느슨한 통화정책을 쓰다가는 인플레이션이 촉발될 수 있다.

FRB가 최근 몇 년 동안 보여준 업무 수행 능력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FRB의 예측 능력과 균형있는 정책 수행 능력에 회의적일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통해 실질 부채 부담을 줄이려는 강한 유혹을 느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달러 가치에 부정적이다. 달러 보유는 수익은 없고 위험만 따르는 통화가 되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제로 수준이다.

수십년 동안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은 통화 안정을 위해 달러를 보유해 왔다. 하지만 세계화된 경제시대에 왜 미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전세계의 금융시스템이 영향을 받아야 하는가?

"국채가 수출품인 경제, 미국과 세계 모두에게 좋지 않아"

현행 시스템은 세계를 위해서나 미국을 위해서나 좋지 않다. 사실 다른 나라가 달러 보유고를 늘릴수록 미국은 자동차 같은 상품을 수출한 것이 아니라 국채를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국채를 수출하는 것은 미국의 일자리 창출과 관계없다.

미국은 이러한 경제 불균형을 재정적자를 통해 상쇄시켜왔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지속시키는 것은 쉽지 않게 됐다. 좋건 싫건 이제 새롭고 보다 안정된 국제통화시스템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세계 전체를 위해서나 미국을 위해서나 바람직할 것이다.

새로운 국제통화는 보다 안정된 세계 금융시스템과, 보다 견조한 세계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이 매년 엄청난 달러를 쌓아가도록 만드는 현행 시스템은 글로벌 수요를 약화시키고 미국 경제의 어려움만 커지게 할 뿐이다.

새로운 통화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내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엔 산하 국제통화 및 금융시스템 개혁 위원회에는 아시아, 유럽, 미국,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전세계의 경제학자와 전현직 정부 관료, 금융산업 관계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새로운 글로벌 통화가 세계 경제의 장기적 체질 개선을 위해 중요한 개혁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달러 기축통화 체제로부터 질서있는 변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6월 이 위원회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세계 경제를 안정시킬 정도로 충분한 규모로 새로운 통화를 발행하자는 등 보다 복잡하고 야심찬 방안들이 제시됐다.

"미국, 불가피한 변화 과정 외면 말고 리더십 발휘해야"

미국은 이런 변화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결국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새로운 시스템에서 스스로를 배제하기보다는 참여하는 것이 나을것이다.

미국은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누려왔다. 특히 낮은 금리로 거의 무제한 달러를 빌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역적자, 불안정, 세계 경제 약화 등의 대가를 치른다는 점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이득은 다른 나라들이 달러 보유를 회피하게 되면서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과정은 이미 일어나고 있으며, 가속화될 것이다.

막대한 달러 보유국인 중국 당국은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중국 등 달러 채권을 많이 보유한 나라들이 새로운 통화시스템 구축을 지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고 모르는 체 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과 질서 있는 변화 과정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고 싶겠지만, 그것은 더 이상 선택 가능한 대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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