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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의 '초심', 중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박세열 칼럼] 부정평가 이유, '내란척결' 피로감과 국민통합'

이재명 대통령의 장점은 '공감해 주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인 내가 당신의 억울함과 어려움에 공감합니다'라는 말을 참 잘 했다. 그런 대통령의 모습에 중도층은 호감을 가졌다. 그런데 대통령은 최근 '나의 억울함에 공감해 달라'는 메시지를 자주 발신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공감해 주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나를 공감해 달라'고 하면 공감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공감을 이미 끝낸 사람들 입장에선 피로도가 쌓여갈 수밖에 없다.

이재명을 옭아매고 있는 대표적인 이슈는 대장동 사건이다.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시스템 속 대규모 개발 사업의 이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이 사건은 사실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이 사건 초기에 '부동산 디벨로퍼(개발자)'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원래 개발 사업이란 게 천문학적 이익이 남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화천대유와 같은 자산관리회사(AMC)가 특수목적법인(SPC)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큰 규모의 이익 배당금을 가져가는 게 대장동 개발 사업만의 특별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그 규모가 너무 컸던데다, '아는 사람만 아는' 사업 구조라도 대중이 받아들이기에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커졌다.

윤석열은 자신의 '정적'인 이재명을 제거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윤석열 검찰'은 연인원 수백명에 달하는 검사들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재명이 삼켰어야 할 '저수지 자금'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검사들은 피의자를 겁박하고, 증거를 왜곡하고, 별건 수사를 남발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논란도 마찬가지다. 피의자에 대한 진술 회유, 협박 증거가 줄줄이 드러났다. 쌍방울 회장이 이재명 방북 대납 명목으로 돈을 줬다는 사람은 대한민국 사법 기관의 관할을 넘어서는 북한 인사다. 국정원 몰래 거액의 달러를 북한 인사에 건넸다는 것도 황당한 일인데, 자신의 집무실에 CCTV를 설치할 정도로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관심 대상인 유력 정치인이 허술한 방식으로 대납을 지시했다는 것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조폭 논란'은 어떤가. 불우했던 그의 어린 시절과 가족 관계를 공격 수단으로 사용했던 정치 집단의 프로파간다를 언론이 받아 확대 재생산된 것 역시 '범죄자 이재명' 이미지 구축에 한몫 한 게 사실이다. 별 관계도 없는 성남의 범죄자들과 대통령을 엮은 스토리가 음습한 이미지 조작에 활용됐다는 점에서 고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대통령의 억울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권자들(특히 중도와 일부 보수층)은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선출함으로써 해당 논란이 일단락 됐다고 본다. 국민은 이재명이 '악마 같은 정치인임에도' 그를 선출한 것이 아니라, 그를 선출함으로서 이재명의 '피해자성'을 일정 부분 구제했다고 생각한다. 그 배경에는 이재명을 옭아 맨 윤석열이라는 인물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 '검찰 통치'에 거부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자연스레 '이재명은 피해자'라는 주장에 일부 동의한 셈이다. '내란 청산'이라는 절박한 목표가 유권자들의 감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뺄 수 없다. 여기에서 더 많은 동의를 바랄 수는 없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도 그렇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6~7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 주요 이유는 '경제 회복'으로 27.7%를 기록했다. '외교·안보'가 13.6%, '복지·노동'이 8.7%였다. '내란세력 척결'은 5.2%, '국민통합'은 5.4%로 매우 낮은 수치를 보였다.

부정평가 주요 이유는 '내란세력 척결'이 20.9%, 그리고 '국민통합'이 15.6%였다. 요컨대 경제 회복'에 점수를 후하게 주고, 내란 세력 척결과 국민 통합에 점수를 박하게 준 것이다. 이 키워드로 보면 최근 강훈식 비서실장이 '경제적 중산층'을 민주당의 타깃으로 해야 한다는 전략이 맞는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5년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9월 전국 성인 83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본인이 중도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43.4%를 기록했다. 본인을 진보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27.1%, 보수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30.2%였다. 결국 '중도' 싸움이다.

KSOI 조사를 보면'내란세력 척결'에 대한 피로도가 꽤 쌓여 있다는 걸 알 수 있고, 대통령의 말이 '공감의 언어'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공격의 언어'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도 짚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공소 취소' 등 대통령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부분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패인으로 '공소 취소' 문제를 언급하는 인사들이 여야 막론하고 적지 않은 것도 대통령이 주목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본인의 형사 사건을 거론하면서 "검찰의 사건 조작이 살인보다 더 나쁜 짓"이라고 말한 것이 틀린 말이라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이런 말을 당사자가 하면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게 돼 있다. 유권자들은 불리한 상황에 처하거나 기득권의 공격을 받는 정치인에게 본능적으로 '연민'을 느끼는데, 이재명은 지금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며, 한국 유권자들은 매우 영악하고 냉정하다. 그리고 견제 심리가 매우 강하다.

대통령을 아는 사람들은 "공소 취소 이슈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나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도 안다. 그런데 본인(대통령)이 워낙 강경하다"는 취지의 말을 많이 한다. 유권자들은 '공소취소 이슈'와 같은 것을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로 생각한다. 그에 대한 공감을 바라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강요'로 느낄 수 있다.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바뀌어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나를 공감해 달라'가 아니라, '내가 당신에게 공감하겠다'는 는 것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본질적 지향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공감하는 사람만 모아서는 전체를 대표하기 어렵다"며 "정치는 동조자, 공감하는 사람을 많이 모아야 하고 언제나 포용적이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성공하면, 유권자들은 자연스레 그에 대한 공감을 회복해 줄 것이다. 대통령 퇴임 후에 부당한 일을 겪는다면 유권자들이 나서서 '연민'을 던져 줄 것이다. 순리에 맡기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대통령에게도, 유권자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0일(현지시간) 몽골 울란바타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화동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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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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