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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오바마의 금융개혁 공약, 물건너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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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크루그먼 "오바마의 금융개혁 공약, 물건너가고 있다"

"사기극에 가까운 스트레스 테스트, 월가와의 타협 상징"

미국 재무부가 지난 2개월에 걸쳐 월스트리트 대형은행들의 생존능력을 평가한 이른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즉각 혹평하고 나섰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의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상급 두통거리'라고 지목될 정도로 오바마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제기해온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달말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 초대해 만찬을 대접하고 의견을 경청할 만큼 영향력이 큰 학자다.
▲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로이터=뉴시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의 비판 강도는 백악관 만찬 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낙제점을 부여한 것이다.

사실상 낙제 없는 테스트 결과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이 된 월가의 19개 대행 금융회사 가운데 10개 은행은 '악화된 상황'을 전제로 할 때 올해와 내년에 걸쳐 불과 5992억달러의 추가 손실이 발생하고, 이에 대비해 746억 달러의 자본만 확충하면 된다.

정부에 의해 6개월 내에 이행하라고 명령받은 자본확충 규모를 은행별로 보면, 미국 최대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339억달러로 가장 많이 차지했고. 이어 웰스파고 137억달러, GMAC 115억달러, 씨티그룹 55억달러, 리전스 파이낸셜 25억달러, 선트러스트뱅크스 22억달러, 모건스탠리 18억달러, 키코프 18억달러, 피프스 서드뱅코프 11억달러, PNC 파이낸셜서비스그룹 6억달러 등이다.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메트라이프, US뱅코프, 뱅크오브뉴욕멜런, 스테이트스트리트, 캐피털원파이낸셜, BB&T,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9개사는 자본 확충이 필요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일단 자본 확충을 요구받은 은행들도 민간에서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만일 실패하더라도 이미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될 정도의 규모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에 사실상 낙제 점수를 받은 곳은 하나도 없다는 판정이다.

루비니 "시장에서는 실패한 은행들 벌써 골라냈다"

이때문에 이번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예측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 월가의 대표적 비평가들은 스트레스 테스트 신뢰성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설정한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이미 실제 경제 지표가 훨씬 더 나쁘다"면서 "시장에서는 제한된 정보만으로도 실패한 은행들을 벌써 골라냈다"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19개 은행 중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캐피탈원파이낸셜, 씨티그룹, 피프스서드, 키코프, 리전파이낸셜, 선트러스트 등 7곳은 사실상 파산 상태로 낙인찍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Stressing the Positive(긍정 강요하기)'라는 제목의 칼럼(☞원문보기)에서 크루그먼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위기에 대해 '대충 넘어가기 전략'을 택했다"면서 "이 전략이 실패하면, 일본 경제처럼 높은 실업률과 미약한 성장이 장기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칼럼에 따르면, 이번 스트레스 결과가 보여주는 중요한 사실은 오바마 대통령과 경제팀이 은행들이 스스로 회생하길 기대하면서 금융위기를 그럭저럭 넘기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향후 몇 년 동안 경제는 취약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을지라도 진정한 경기회복을 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경제가 장기간 저조한 상태에 놓여있다면, 은행들은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상정했던 시나리오보다 훨씬 더 심각한 곤경에 처해질 것이다.

향후 더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고려할 때, 미국 정부가 은행들을 국유화하거나 파산하는 것을 명백히 꺼리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경제 여건이 좋아지면 은행들이 이익을 취하고, 현재의 전략이 실패하면 납세자들이 또다시 공적자금을 추가 부담해야될 상황이 되고 있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따로 있다"면서 "근본적인 금융개혁이 물건너가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오바마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또다시 절망감을 토로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만세! 금융위기가 끝났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7일 사기극에 가까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마침내 발표됐지만, 그 결과가 전달하려는 의미는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일부 대형은행들은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지만, 어쨌든 괜찮다는 것이다. 팀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결과 발표도 하기 전에 "별 문제 없는 것으로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보고 안심해도 좋다고 할 사람은 은행 관계자들일 것이다. 이 글에서 스트레스 테스트의 품질에 대한 논쟁에 비중을 두지는 않겠다. 다만 애초부터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자산을 엄밀하게 평가할 자료도 확보하지 못했으며, 테스트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와야 하는지 은행들과 흥정해왔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됐었다는 점만 상기시켜 두겠다.


"은행 회생 위해 경제가 볼모로 잡힌 형국"


스트레스 테스트 과정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 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번 스트레스 결과가 보여주는 중요한 사실은 오바마 대통령과 경제팀이 은행들이 스스로 회생하길 기대하면서 금융위기를 그럭저럭 넘기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이런 전략이 효과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은행들은 대출에 대해서는 높은 이자를 받고, 정부가 보증하는 지원 자금에 대해서는 사실상 이자를 물지 않는다.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은행들은 회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어떤 의미를 지녔으며, 그 위험은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시당초 은행들의 자본이 부족한 상태라고 판단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었다.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 금리나 은행의 신용부도스왑(CDS) 가격처럼 은행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최근 하락세를 보였으며,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따라서 핵심 대형은행들이 지금보다 훨씬 건전해지지 않는 한 금융시스템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과감한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은행들이 부실한 상태로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은행들은 당분간 대출을 확대하지 않아도 정부가 보증하는 대출기관들이 공백을 메우려 투입돼 있다. FRB는 지난 1년 사이에 1.2조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으며,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주택담보대출의 중심기관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경제가 좋아져 은행들이 회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충 넘어가기 전략, 일본 경제 꼴 나게 할 수도"


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사태가 진전될 수 있다. FRB, 패니매, 프레디맥의 대출은 건전한 금융시스템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전혀 확실하지 않다. 대체물이 될 수 없다면, '대충 넘어가기 전략'은 일본 경제처럼 높은 실업률과 미약한 성장이 장기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향후 몇 년 동안 경제는 취약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을지라도 진정한 경기회복을 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경제가 장기간 저조한 상태에 놓여있다면, 은행들은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상정했던 시나리오보다 훨씬 더 심각한 곤경에 처해질 것이다.

향후 더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고려할 때, 미국 정부가 은행들을 국유화하거나 파산하는 것을 명백히 꺼리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경제 여건이 좋아지면 은행들이 이익을 취하고, 현재의 전략이 실패하면 납세자들이 또다시 공적자금을 추가 부담해야될 상황이 되고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따로 있다. 근본적인 금융개혁이 물건너가고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금융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월스트리트 내부자들은 오바마 정부의 유화적인 금융정책을 조만간 예전과 똑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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