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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는 실패한 자본주의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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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는 실패한 자본주의의 상징"

FT "월가, 美정부 흔들어 위기해결 방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석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가 '대마불사론'에 휘둘려 주주나 채권자들에게 책임도 묻지 못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미국 경제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라고 질타해 주목된다.

그는 14일 '미국은 새로운 러시아인가?(Is America the new Russia?)'라는 칼럼(원문보기)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사이먼 존슨 MIT공대 교수의 견해를 소개하며 월가에 지배되고 있는 미국 정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제기했다.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 ⓒEBRD
"미국의 경제 및 금융위기, 신흥국 사례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

존슨 교수는 "미국의 경제 및 금융위기는 신흥시장에서 발생한 사례와 비교할 때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신흥국가들은 산업엘리트들이 지배하고 있지만, 미국의 정책은 '금융 과두체제'에 지배되고 있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외국자본의 대규모 유입, 금융시장의 폭발적 성장, 과도한 차입, 자산가격 거품(특히 부동산)을 거쳐 자산가격 붕괴, 금융시장 혼란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똑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존슨 교수가 정작 주목하고 있는 공통점은 따로 있다. 미국이나 신흥국이나 산업 엘리트들이 파국을 맞을 때까지 정부의 은밀한 지원을 받으며 위기를 초래하고, 도박판을 키우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이 산업엘리트들이 바로 금융업체들이라는 것이다. 금융부문에 부가 집중되면서 은행들은 가공할 정치적 파워를 갖게 됐으며, 결국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은행들은 막강한 정치적 힘을 이용해 위기 해결을 방해하고 있다. 존슨 교수에 따르면, 은행들은 사실상 지급 불능 상태라는 것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손실을 완전히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美정부, 은행 구제에 급급"

하지만 이로 인해 은행들은 돈이 들어오면 대출을 하지 않고 보유하려 들거나, 무리하게 고수익을 추구하는 대출이나 투자를 일삼게 돼 경제는 갈수록 피폐해지고, 다시 은행 자산은 더욱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이용해 신흥경제들과 달리 외국에서 달러를 계속 끌어들이며 위기가 표면화되는 것을 미뤄왔다. 이런 대응은 위기를 경제 붕괴로 확대하는 사태를 초래할 뿐이다.

울프는 이러한 존슨 교수의 지적에 대해 미국의 금융부문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공감을 표시했다. 금융산업이 급팽창했던 2002년 미국내 기업들의 수익 중 금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1%나 됐다. 2008년 현재 미국의 민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95%로 1976년 112%에서 대폭 증가했으며, 금융부문의 부채는 GDP의 121%에 달했다.

울프는 "정책결정자들도 최대한 관대하게 은행들을 구제하는 숨은 의도를 가지고 온갖 임시방편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일본 정부처럼 미국도 거대해진 금융산업이 붕괴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공적자금 투입을 혐오하는 여론과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자본주의는 기업 파산 가능한 체제가 필수"

이에 따라 그는 정부의 과감한 구조조정만이 향후 더 큰 위기를 초래하지 않는 길이라면서, 두 가지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선 핵심 금융기관들의 자본을 충분히 확충해주고,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들은 파산시킬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로 커질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 이제는 '대마불사론'에 휘둘리는 체제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채권자들의 손실을 초래하는 파산도 반드시 선택가능한 대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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