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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경제회복, 소득불평등 개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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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경제회복, 소득불평등 개선에 달렸다"

[해외시각]오바마가 재정적자 논란을 넘어서야할 이유

지난달 28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8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법안이 미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은 상원에서도 조만간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재정지출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은 경기부양안의 구체적인 구성과 경기부양책 이후에 대한 입장은 크게 다르다. 특히 보수 진영은 주로 감세에 의존한 경기부양, 그리고 경기회복 직후 균형재정으로의 복귀를 주장하고 있다.

▲ 로버트 라이시. ⓒ로이터=뉴시스
이와 관련, 클린턴 행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이자 경제 논객으로 저명한 로버트 라이시가 1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이 주목된다.

'Once the Stimulus Kicks In, the Real Fight Begins'라는 이 칼럼(
원문보기)에서 라이시는 "주택거품 붕괴가 현재의 경제위기의 원인이지만, 그 배경에는 더 오래된 문제가 있다"면서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는 소득불균형에 따른 총수요 감소를 회복시켜야만 진정한 경제회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경기부양을 둘러싼 진짜 논쟁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하원에 이어 상원도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안을 몇 주안이면 통과시킬 것이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때, 오바마는 진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분야별로 재정지출을 지속할 것인지 또는 폐지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16년 전 빌 클린턴은 야심찬 계획들을 갖고 집권했다. 확대되는 불평등 추세를 되돌리고, 노후화된 사회기반시설을 재건하고, 효율적이며 저렴한 의로보험제도 도입, 환경위기 대처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클린턴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때문에 이런 계획 대부분을 달성할 수 없었다. 당시 노동부 장관으로서 나는 그 좌절을 함께 했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FRB 의장과 월스트리트 관계자 대부분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좌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오바마의 경기부양안은 클린턴 정부 시절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훨씬 막대한 규모이지만 그런 면에서는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물론, 오바마의 계획은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클린턴과 오바마의 계획 사이에서 가장 큰 차이는 집권 당시의 경제상황이다. 클린턴 때는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때였지만, 오바마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직면해 있다.

균형재정론자들조차 지금처럼 소비와 투자가 얼어붙었을 때는, 정부가 지출과 최종 대부자로서 개입해야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균형재정 회복보다 더 중요한 문제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그들은 정부 지출을 줄이길 요구할 것이다. 그것이 경제가 제궤도를 완전히 찾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믿는 진영도 있다.

경기부양책을 경기변동의 일환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동원하는 특단의 수단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은 경기변동론자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경기부양책을 경제의 뿌리깊은 구조적 결함을 교정하기 위한 첫 단계로 본다. 이런 사람들은 구조주의론자들이다.

현재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두 진영은 단결해 있다. 하지만 그 단결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경기변동론자들은 현재의 위기를 투기적 거품 탓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또다시 투기가 과열되면 금리를 올려 선제적으로 거품을 떠뜨리면 경기침체 재발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구조주의론자들의 시각은 매우 다르다. 주택거품이 꺼지면서 현재의 위기가 초래됐지만 그 배경에 깔린 문제는 훨씬 오래 전에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다. 1970년대말 미국의 중간소득은 정체되기 시작했다.

국제경쟁이 치열해지고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전형적인 미국 가정은 여자들이 노동시장에 대거 진출해야만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좀 더 시간이 지나면서는 노동자 모두가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했다.

이런 대응도 역부족이되면서 미국의 가정들은 빚을 지기 시작했다.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해야만 유지가 가능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주택거품이 꺼지면서 미국의 가정들은 더 이상 소비를 지속할 돈을 조달할 수 없게 되었다.

1% 부자가 전체 소득 20% 차지

미국은 국내총생산의 70%를 소비로 충당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돈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토머스 피케티와 에마뉴엘 사에즈의 연구에 따르면, 1970년대말 이후 갈수록 국민소득의 대부분은 상위 소득층으로 몰렸다.

1976년만 해도 미국의 상위 소득 1%는 전체소득의 9% 정도를 차지했으나, 2006년에 이르면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0%를 가져갔다.

하지만 부자들은 중산층 이하보다 소득에서 소비에 들어가는 비중이 적다. 상위권으로 소득이 집중되면 총수요에 큰 구멍이 생기고,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간소득을 높이고, 생산성을 제고하는 등의 정책 없이는 미국은 더 심각하고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직면할 것이다.

구조주의론자들이 볼 때 국가채무는 경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하다. 미국의 국가채무는 올해말 GDP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매우 높은 수치이지만 사상 최고는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미국의 국가채무는 GDP의 100%를 훨씬 넘어섰다.

그렇지만 전쟁 이후 미국은 새로운 과학과 기술의 시대를 열고 대대적인 소비 경제를 창출하면서 급속한 회복세를 보였다. 부채를 갚아나가면서 전국민이 공유하는 새로운 번영의 세기를 열었던 것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중이 높다고 해도 재정지출이 견고한 성장을 위한 투자에 주로 쓰인다면 그렇게 걱정할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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