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빚도 자산이라는 궤변 속에 사상 최대의 부채로 흥청망청 소비하는 나라로 악명이 높다. 실제로 미국은 한 해 무역적자가 수천억 달러에 달하며 2007년에는 무려 7000억 달러를 넘었다.
재정적자 역시 매년 수천억 달러씩 기록하고 있어 누적 재정적자가 이미 몇 조 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런 적자는 지금까지 국채를 발행해 넘겨 왔지만,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 달러 가치가 추락하는 등 근본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면서 미국 경제가 더 큰 재앙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일반 미국인들도 '과소비 문화'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클린턴 행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14일(현지시간) 블로그(원문보기)를 통해 이런 비난이 미국의 중산층과 서민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며 변호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인들은 분수 넘게 산다"는 주장이 '기술적으로는 맞다"고 인정한다. 지난 15년 동안 가구 평균 부채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으며, 많은 가구들이 제대로 상환하기 힘들 정도의 부채를 안고 있다. 주택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나 재대출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시는 미국의 중산층 붕괴를 결과적으로 분수 넘치는 생활을 하게 된 '진짜 원인'으로 지적했다. 라이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미국에서 가구 소득의 중간값(물가상승 감안)은 하락했다. 여기서 가구 평균 소득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소득 불균형이 심한 미국 사회에서 평균 소득은 일부 소수 부자들에 의해 약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이기 때문이다.
"중산층이 빚 안지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많은 가구들이 더 많은 빚을 지게 된 것은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가운데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보통 가정들이 갑자기 낭비를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스 등 연료가격, 식료품, 의료보험료, 학자금 등 갑자기 줄이기 힘든 생계형 지출비가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크게 늘었다는 주장이다.
예전처럼 살기 위해 더 많은 빚을 질 수밖에 없는 것을 '도덕적 실패'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배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살려고 애를 쓰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당장은 아니라도 장기적으로 미국인들은 보다 책임있게 소득 이상을 지출하지 않는 생활을 해야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라이시는 "일리는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그는 "장기적으로 올바른 해답은 중산층의 소득을 그에 걸맞는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빚더미에 휩쓸리지 않고도 살 수 있도록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 그는 "감당할 수 있는 의료보험, 학자금에 대한 세제 지원, 양질의 학교,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에너지 정책 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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