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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風 거세질 北상공, 삐라의 비행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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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風 거세질 北상공, 삐라의 비행은 어디로

[기고] 북핵, 힐러리에 의해 최우선 외교 순위 오를 듯

버락 오바마 차기 미 행정부의 조각에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백악관 비서실장에 람 이매뉴얼, 국무장관에 힐러리 클린턴, 재무장관에 티모시 게이트너, 백악관 경제수석(head of White House Economic Council)에 로렌스 서머스가 내정됐고, 국방장관에는 로버트 게이츠의 유임이 유력시되고 있다.

단연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오바마 당선자의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외교 수장으로 기용한 점이다.

원래 후보 시절부터 오바마 캠프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도와 행정을 수행했던 인물들이 많았다. 현재 인수위원장을 맡고 있는 존 포데스타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비서실장에 내정된 이매뉴얼도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에 큰 공을 세운 후 대통령 비서로서 일했었다. 로런스 서머스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 밖에도 많은 '클린턴 사람들'이 현재는 오바마를 위해 일하고 있으며 차기 행정부의 주요 포스트에서 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로 인해 오바마 행정부는 클린턴 3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오바마 당선 직후부터 있어 왔다.

▲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음으로 양으로 힐러리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뉴시스

'해고할 수 없는 자를 고용하지 마라'는 격언 거스른 오바마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정적이었고, 과거 퍼스트 레이디로 누구보다 활발하게 자신의 입장을 반영하며 남편을 도왔던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기용한 것은 '뚝심의 승부사'나 '저돌적인 개혁가' 보다는 주위 사람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실천가'로서의 오바마의 면모를 보여 주는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가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네오콘의 대표적 인물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오바마 당선자는 자신(대통령)이 해임시킬 수 없는 인물을 국무장관 같은 자리에 기용해서는 안 된다는 법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Obama should remember the rule that you never hire anybody you can't fire, especially as secretary of state)고 충고했다.

이 말은 네오콘 일색으로 행정부를 조각한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과 정적을 기용하는 오바마 당선자의 차이를 잘 이야기해 주고 있다. 오바마의 이력을 보면 그가 급진적인 변혁을 주도하기보다는 사람들을 화합시키면서 기존에 있는 문제를 풀어가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영입하는 데에는 빌 클린턴의 비서실장으로 일했고 현재 오바마 당선자의 인수위원장을 맡고 있는 포데스타, 그리고 역시 클린턴 행정부 시절 비서실에서 일했고 현재 비서실장에 내정된 이매뉴얼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힐러리 클린턴의 능력을 인정하고 인간적으로 존경한다고 한다. 중요한 점은 이들 모두 오바마와 비슷한 성향이며 매우 실용적(pragmatic)인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오바마와 이들의 입장에서 부시 행정부가 만들어 놓은 외교적 문제들과 금융위기 이후 대두되는 외교적 현안들을 빠른 시기에 풀어가며 흔들리는 팍스 아메리카 체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인물로는 힐러리 클린턴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클린턴 3기라고 불릴 만큼 클린턴 시절 장관과 비서로 일했던 인사들이 다수 포함될 오바마의 새 행정부에서 마찰과 차이를 극소화시키며 리더십을 발휘하고 미국의 외교를 이끌어 갈 사람으로 힐러리는 가장 이상적인 인물이다. 그러면 그가 이끌어 갈 미국 외교의 대세는 무엇일까?

'성공 사례'에 목마른 힐러리의 선택은 '북한'

현재 미국 외교에는 산적한 문제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포함된 중동 문제, 확장되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주축이 된 나토(NATO)와 유럽의 에너지 공급처 역할을 하는 러시아가 포함된 유럽 문제, 미국의 금융위기와 중국의 경제 부상으로 다극체제가 되어 가고 있는 동아시아 문제 등이 선차적으로 풀어야 외교 현안들이다.

그러나 북핵 위기로 불거진 북한과의 문제는 역시 순위 밖이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이 외교 수장이 될 경우, 이 우선 순위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중동 문제, 유럽 문제, 동아시아 문제는 선차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으나 시간을 갖고 풀어 가야할 전략적인 문제들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초기부터 부시 행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며,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에 성공을 거둠으로써 미국인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북핵 위기는 힐러리가 매우 신속하게, 또 성공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다. 실상 북핵 위기는 클린턴 1기에 불거져 2기말에 전면적으로 풀 수 있었던 사항이었다.

빌 클린턴의 임기를 불과 3개월 남겨둔 2000년 10월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인 조명록 차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하고 북미간의 문제에 대한 합의를 보았는데 이것이 북미 공동코뮈니케(US-DPRK Joint Communique)이었다.

이 코뮈니케에는 북미관계의 '전면적' 개선,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한반도 평화체제로 전환, 호혜적인 경제협력과 교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제네바합의 이행, 클린턴 방북 준비 목적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방북 등을 핵심사항으로 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조명록 차수가 돌아가고 약 2주 후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방북,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대면하고 돌아와 북미 정상회담 일보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진행되었지만, 며칠 뒤 치러진 대선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에 패배해 이 모든 노력이 무산되었다. 당시 부시 당선인이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처럼 1차 북핵 위기로 불거진 북미간의 문제는 8년 전 이미 해결을 코앞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왼쪽 두번째)과 올브라이트 장관 재임 당시 대북정책조정관이었고 오바마 인수위에서 국무부 인수팀을 이끌고 있는 웬디 셔먼(왼쪽 첫번째)이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를 만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올브라이트 감독, 힐러리 주연, 웬디 셔먼 조연의 '트로이카'

그 올브라이트가 힐러리의 측근으로 '국무장관 클린턴'을 자문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일하며 올브라이트 장관을 수행,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던 웬디 셔먼은 현재 오바마 인수위에서 국무부 인수팀을 이끌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으로서 북핵 위기를 신속하게 해결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볼 수 있으며, 자신이 이끄는 미국 외교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북핵 문제를 조속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해 조직되어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조직과 정책의 배경이 되고 있는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 Progress)는 정책자문 보고서를 통해 오바마 당선자가 내년 1월 20일 취임 후 100일 안에 고위급 특사를 북한에 파견해 북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자문했다. 이 역시도 북핵 위기와 북한 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오바마의 실용외교에서 우선 순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자신의 정적이었고, 자신의 각료가 될 인물들에게 한때 보스와 같았던 힐러리 클린턴을 미국 외교의 수장인 국무장관에 기용한 것은 모두가 합의해 참여했을 때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오바마의 실용적(pragmatic)인 진면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로써 북핵 위기는 조속히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며 북미관계 정상화도 모멘텀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남북관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풍선 삐라이다. 풍선이 아니라 그것보다 훨씬 큰 기구(氣球)를 만들어 미국으로 띄워 보낸들 그 대세를 거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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