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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안보·북핵 전략, '혁명적' 변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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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안보·북핵 전략, '혁명적' 변화 예고"

[심층분석] 미국의 새 북핵 정책 핵심 포인트 바로보기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6자회담 차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북핵기획단장은 지난 5∼8일 뉴욕에서 오바마 진영의 한반도 정책팀장 프랭크 자누지를 만났다.

이 만남과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북핵 전략이 우리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느낌이 있다"며 "앞으로도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당국자는 또 북미 '고위급대화' 개최 가능성과 관련해 "(6자회담과)동시에 추진할 수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이에 대해 드라마틱하게 이니셔티브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비핵화와 함께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오바마 진영이) 북한에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11일 언론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어떤 사람은 그것이 한국을 소외시킬 수 있을 것으로 여기지만 나는 한 점도 염려하지 않는다"면서 "오바마 당선인은 남북문제에 관한 한 한국의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며, 오히려 부시 정권 때보다 양국이 서로 협의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레시안>이 입수해 지난 10일 보도한 '버락 오바마의 아시아 계획'이라는 페이퍼(☞관련 기사 바로가기)와 오바마 당선인이 선거기간 동안 해왔던 말, 그리고 북핵 협상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들의 말이 크게 틀린 건 아니다.

오바마는 2007년 중간선거 이후 변화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대체적으로 긍정하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를 가하진 않을 것이며,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을 감안한다는 것도 불변의 원칙일 것이다. 북핵 전략에서 한국과 유사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의 그같은 전망은 오바마의 북핵 정책, 나아가 핵정책이라는 '숲'은 보지 못하고 그 숲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나무'만 골라 소개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 북핵 정책의 전체 구조와 정책의 우선순위, 강조점 등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같은 희망사항에 근거해 향후 대책을 마련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뉴스위크> 한국판 최신호(11월 19일자) 기고문에서 오바마 캠프 북핵 정책의 포인트를 심층 분석하고, "지속적이며,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외교(sustained, direct and aggressive diplomacy)"라는 화두가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했다.

또한 서재정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가 역대 어느 정권도 채택한 적이 없었던 "핵무기 없는 세상(nuclear weapons free world)"을 안보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을 주목, 그 배경에는 헨리 키신저, 조지 슐츠 등 '거물 4인방'의 최근 행보가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이란은 물론 러시아, 중국 등을 상대로 하는 미국의 핵정책이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대목이다.

<프레시안>은 <뉴스위크> 측의 양해를 구해 서 교수의 기고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 '오바마 시대'의 한반도 관련 <프레시안> 주요 기사

1. "열려있다. 문제는 우리다" - 박선원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 전 청와대 비서관

2. '북미관계 급진전', 기관차는 마련됐다 -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교수

3. '엇박자'와 '친미성' 사이에서 - 손호철 서강대 교수

4. "MB 대북정책, 바꾸지 않으면 한미갈등 부른다"

5. 오바마의 대북정책, 정말로 부시와 다를까?

6. "지속적이고, 직접적이며, 적극적인 외교"

7. "한국의 FTA 선비준동의는 부시 퇴임 선물" - 이해영 한신대 교수

8. 오바마 집권, 한미FTA 재협상은 '현실' - 최재천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차기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키워드는 "지속적이며,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외교"다. 이 공약이 이행될 경우 한반도 정세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가 급진전할 조짐이 전방위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공약에서, 오바마 캠프 참가자들의 발언에서, 미국 외교안보 거물들의 움직임에서 확인되고 있다.

제거 대상은 '핵무기 프로그램'…'핵 에너지 생산은 신축적' 시사
▲ 10일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오바마와 조지 부시 현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오바마 캠프는 아시아 정책정강에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하게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 부분의 의미는 2005년 9월 19일 6자회담 공동성명과 비교하면 뚜렷이 드러난다.

공동성명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을 공약했지만 "현존하는 핵계획"의 범위에 핵 에너지 프로그램도 포함되는지, '미래 핵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불명확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은 그 대상을 "핵무기 프로그램"으로 명확하고도 제한적으로 정의했다. 핵 에너지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은 채 미국의 전략적 관심은 핵무기 프로그램이라고 못 박음으로써, 핵 프로그램이 무기생산으로 전용되지만 않는다면 북의 핵 에너지 생산은 가능할 수 있다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앞으로의 상황진전에 따라서는 에너지 문제를 둘러싸고 북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면 오바마 당선자의 정책 대상이 "핵무기 프로그램"으로 국한되었다면, 그 대상의 처리방식은 6자회담보다 더 엄격하게 규정되고 있다. 즉 6자회담 공동성명은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가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천명하고 있는 반면, 오바마 측은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하게 제거"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전에 주장하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에서 "비가역적"이라는 부분이 빠졌지만 "완전"이 추가된 점은 6자회담의 합의보다는 앞서가는 것이다. 또 6자회담에서 북은 핵 프로그램의 "포기(abandoning)"에만 합의했는데 비해 오바마 측이 핵무기 프로그램의 "제거(elimination)"를 요구한 것은 보다 강경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오바마 당선자 캠프는 대북정책의 목표를 북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제한하여 핵 에너지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신축성을 갖는 한편,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한 제거"를 주장함으로써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속적이고, 적극적이며, 공격적인 외교' 의미는?

오바마 행정부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외교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다시 정책정강을 보면, 오바마 캠프는 북의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해서 군사적 수단을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우선순위는 "지속적이며,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외교"라고 밝히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외교를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필요하다면 선제적 군사력 사용도 불사하겠다고 한 것과 비교하면 외교와 군사력 사용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또 "지속적" 외교를 강조한 점은 부시 행정부나 클린턴 행정부의 협상방식에 대한 학습효과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초기부터 북과의 외교협상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에 행정부 말기에 들어서야 외교가 가능했고, 클린턴 행정부도 외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했었다.

클린턴 행정부도 초기에는 군사력 사용을 고려했었고, 제네바합의를 성사시키고도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의 반대에 직면해 이 합의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지 못했다. 다시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야 페리 보고서를 작성해 외교를 "지속"해보려 했으나 결국 시간이 부족했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는 처음부터 외교를 시작해서 임기 내내 이를 "지속"하는 것만이 북핵문제의 해결을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직접적"인 외교는 부시 행정부의 협상방식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즉 북과의 직접적 대면 자체를 거부했고 양자협상을 배제했던 부시 행정부의 입장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초기에 북과의 직접적 대면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에 양자회동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고, 6자회담이라는 틀이 만들어 진 것도 양자협상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6자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내용적으로는 북미양자 협상이 핵심적이었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애써 감추려 했고, 가능한 한 양자회동을 최소화하려 했다. 결국 지금까지 6자회담은 거북이걸음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직접적" 외교를 내세우는 오바마 행정부는 북과의 양자협상을 최우선적 정책수단으로 추진할 것이다.

"공격적인 외교(aggressive diplomacy)" 또한 부시 행정부의 수동적인 외교 양식과 반대되는 점이다. 즉 부시 행정부는 북이 핵실험을 하거나 '벼랑끝 전술'을 펼쳐야 이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이끌었기 때문에 위기의 연속이었고 일관적인 정책수행이 이뤄지기 어려웠다. 크리스토퍼 힐은 뛰어난 협상가이지만 미국 정부의 힘이 실리지 않은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외교를 펼치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는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능동적으로 북을 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화당 일각에서도 제안했던 것처럼 선제적으로 정치적 관계개선과 경제지원을 제시하여 북의 타협을 이끌어내는 "공격적인 외교"를 오바마 행정부는 추진하려 하는 것이다.

'핵 제거=북미관계 정상화' 일관된 메시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양자회담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6자회담을 추동할 가능성은 상당히 커 보인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직접적 적극적 외교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지난 7월 23일 유튜브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그가 "북한과 이란, 쿠바 등과 같은 국가들의 지도자들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대답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5월 17일 사우스다코타 기자간담회에서도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았던 게 북한의 핵개발로 이어졌"다며 "나는 우리의 동맹국과 친구 뿐 아니라 시리아,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같은 우리의 적들과도 강력한 외교를 주도해 나갈 것이다. 나는 지도자들을 만날 것이며 준비는 하되 조건은 없이 만날 것이다"고 말했던 바 있다.

또한 마이클 쉬퍼 민주당 고문은 10월 1일 하와이 동서센터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북한이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하게 핵 프로그램을 제거한다면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에 대해 경제적 지원, 제재 완화, 안보 보장은 물론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라는 밝은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북의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관계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그는 또 "6자회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미국과 북한의 직접적이고 원칙있고 단호한 자세의 협상이 병행되야 한다"며 오바마 후보 진영의 선거공약을 확인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핵정책과 관련된 실무를 맡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프랭크 자누지 민주당 한반도 정책팀장는 지난 10월 2일 애난데일에서 열린 한인동포들의 오바마 지지모임에서 "오바마는 북한과 관계 개선을 위해 고위급 협상을 포함해 모든 외교적 대안을 고려하고 있다.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적극적인 양자 회담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일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와 오바마 진영의 이러한 일관된 입장은 광범위한 저변의 지원 위에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26명으로 구성된 '한반도 정책 태스크포스'는 이미 수년전 미국과 북 간의 전면적 관계정상화 조치를 권고한 바 있다.

도널드 그레그,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대사와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교수 등 한반도 정책에 영향력이 큰 민주·공화당 인사들이 초당파적으로 마련한 이 제안서는 미국이 대사관 개설을 포함한 전면적인 관계정상화 조치를 취하고 휴전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남북한과 미국 3자간 평화협정 협상을 시작할 것 등을 제안했었다.

국방공약에 "핵무기 없는 세계" 명시 주목돼

'북핵문제'에 관한 이러한 광범위한 합의는 오바마 진영의 안보관과도 맞물리고 있다. 즉 오바마 진영은 9.11 이후 미국의 안보위협은 테러리즘과 핵확산이라고 보고 있고, 이의 해결을 위해서 대테러전과 비확산정책을 가장 기본적인 안보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테러전을 위해서는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군시켜 아프가니스탄에 군사력을 집중, 알카에다를 제거하자는 전략이고, 비확산을 위해서는 미국이 앞장서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진영의 국방공약에서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국가적 목적으로 명시하고, 러시아 및 다른 핵국가와 "전세계 핵무기의 극적인 감축"을 임기 말까지 달성하고, "무기용 핵물질 생산의 검증가능한 중단" 등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미국이 앞장서서 '비핵화'를 궁극적 목적으로 내세우고 세계적 비확산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오바마 진영에서 하는 것은 더 큰 흐름이 미국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키신저, 슐츠, 페리, 넌 '4인방' ⓒwww.2020visioncampaign.org

즉, 이들의 뒤에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및 샘 넌 전 상원의원 등 소위 미국 외교안보계의 '거물'들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적인 핵무기 폐기운동이 있다. 이들이 2007년 1월 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핵무기가 위험한 손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핵무기 없는 세계를 목적으로 설정하고 이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힘차게 활동해야 한다"고 기고하며 출범시킨 것이 '핵 안보 프로젝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 보기)

핵무기 제거에 합의했던 1986년 미소정상회담 20주년을 기념하며 2006년 후버연구소에서 개최되었던 회의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이후 2007년 10월 2차 회의로 이어져서 지역분쟁이 있는 곳에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 등을 심각히 모색했고, 2008년 초에는 노르웨이에서 국제회의로 확장됐다.

이들 주도자 중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이미 클린턴 행정부 말기 보고서를 작성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정치적 타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키신저 전 장관은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가 2003년 9월 북핵 토론회를 처음 개최한 이래 이 회의에 꾸준히 참석하면서 이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예 한 걸음 나가서 전미외교정책협의회는 오바마 대통령이 키신저 전 장관과 페리 전 장관이 이끄는 초당적 대표단을 북에 보내 북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핵문제는 한 지역문제가 아니라 미국 안보의 핵심 사안으로 자리 잡고, 차기 정부 비확산정책의 시금석으로 부상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거물'들의 초당파적 운동과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를 배경을 둔 오바마 정부의 "지속적이며,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외교"가 흔들리지 않고 나갈 수 있는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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