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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변화', 우리에겐 '변화 없음'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동북아 정책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동아시아 전략에 대한 중국인들의 시선이 조심스럽다. 국제문제 전문가인 스용밍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20일 "외교정책에서 오바마와 조지 부시 현 대통령의 차이는 전략이나 목표가 아니라 방법일 뿐"이라고 말해 그같은 시각을 드러냈다.

스용밍 연구위원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한겨레·부산시·한국토지공사 국제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하고 "오바마의 노선은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혼합형이다. 오바마는 적대국들과 대화하겠다고 말하지만 결코 군사적 해법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부시 행정부 2기가 취했던 방식과 같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변화는 '변화 없음'처럼 보여"

스용밍 위원은 "오바마는 미국인들의 '평등의 꿈'을 실현시켰다"라며 "그러나 이것은 미국이 다른 국가들까지 평등하게 대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국 제일주의의 유지' 또한 오바마의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강조했다.

스 위원은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은 새로운 정세에서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새로운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세계 경제의 '세계화' 현상을 고려할 때 오바마의 개념은 새롭지 않고, 오바마가 강조하는 '변화'는 '변화 없음'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바마의 과제는 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재건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전략을 수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은 '균형자' 역할을 선호하는데, 균형자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에서 분열과 대립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의 정책은 항구적으로 지역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그는 "동북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은 안보의 초석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취하고 있다"며 "그러나 미국이 자신의 영토보호를 위해 동맹국의 역할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동맹의 지역의 신뢰구축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말했던 "한미동맹은 냉전 유물"과 유사한 관점이다.

"적국과의 대화는 엄청난 변화" 반론도

스용밍 위원의 시각이 오바마에 대한 중국 조야의 신중한 시각을 대변하는 것이라면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오바마에 의한 '변화'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뒀다.

김성배 연구위원은 "적국과 대화를 하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이라크 전쟁과 북한 핵실험으로 나타났다"라며 "부시 1기 행정부에서는 북한과 대화 자체를 포기했었지만 적과도 대화하겠다는 오바마의 접근법은 굉장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18일 발표된 '오바마-바이든 플랜'에서 북한 문제를 "거침없고 직접적인(tough and direct) 외교"로 풀겠다는 언급이 있었음을 언급하며 "미국 외교에서 진보주의적인 행태를 취하겠다는 것으로,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재단하지 않겠다는 건 굉장히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동북아 정책에 있어서도 동맹 정책 유지라는 측면에서는 지속되는 게 많지만 오바마가 양자회담, 간헐적인 정상회담, 심지어 6자회담을 넘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겠다는 건 기존의 동맹 중심에서 동맹과 다자접근을 병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스용밍 위원은 "미중관계와 관련해 오바마가 달라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미국의 대중정책은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다. 전략적으로 미국은 패권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냉전이 종식된 후 어느 누구의 도전도 용납하지 않았다"고 재반박했다.

스 위원은 "미국은 리더십과 패권주의의 개념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중국은 세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걸 리더십이라고 하고, 나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건 패권주의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인도의 핵개발을 묵인하는 걸 봐도 미국은 자신의 이익에만 천착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형평성, 공정성, 평등과 같은 아메리칸 드림은 인류의 드림일 수도 있는데 미국은 왜 인류의 평등을 위해 발벗고 나서지 않나"고 따져 물었다.

스 위원의 이같은 시각과 관련해 중국 전문가인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동맹과 다자주의를 병행 추진하는 데 따른 중국의 '비관적 견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희옥 교수는 이날 오후 별도의 토론에서 "한미동맹에 '21세기', '전략동맹', '가치동맹'이란 말이 들어가면서 한미동맹을 (한국과 미국 사이의) 내부의 문제라고 보던 중국의 시각이 변하고 있다"라며 "다자안보를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협력'으로 보는 중국이 동맹에 대해 점점 비관적인 견해를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국이 그간 한미동맹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던 건 남북관계 발전과 미중관계 및 한중협력의 선순환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한국과 미국이) 한미군사동맹을 강화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동맹에 새롭게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방문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은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중국의 인식 변화를 의도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핵무기 없는 세계' 추구 주목해야"

그러나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는 오바마가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 강조점을 뒀다.

서재정 교수는 "오바마의 선거공약을 보면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펼 근거가 있다"며 오바마가 '핵무기 없는 세계'란 보다 큰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음을 그 첫 근거로 들었다.

서 교수는 '궁극적으로 보유 핵무기를 모두 폐기하겠다는 핵확산방지조약(NPT) 체결 당시의 다짐을 미국이 지킬 것이라는 점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것'이라는 오바마 공약집의 언급을 인용하며 "억지전략에 기반했던 전임 미 행정부의 정책과 혁명적 결별을 선언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한 오바마 당선자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북한과 "지속적이고 직접적이며 공세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일 것을 분명히 했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이 원하는 것과 미국이 원하는 것을 맞바꿈으로써 북핵 위기를 정치적으로 풀어내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란 희망을 품게 해준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오바마 안보·북핵 전략, '혁명적' 변화 예고")

美 전문가들 "북한과 포괄적 해법 추구" 한 목소리

한편, 미국 민주당 성향의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해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바마 캠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그로스 전 미 국무부 군비통제 담당 선임고문은 "핵문제에 대해서만 주요하게 초점을 맞춰 온 지금까지의 접근은 부적절한 것임이 증명됐다"라며 "정치·안보·경제문제에 대한 일련의 합의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협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스 전 고문은 포괄적 해법의 구성 요소로 북한의 비핵화뿐만 아니라 △평화협정 체결 △수교 등 북미 외교관계 정상화 △북한에 대한 무역 제한 해제 및 국제기구 가입 지원 △인도적 지원과 개발 지원 △군사적 신뢰구축 △동북아 안보협력 다자기구 출범 등을 제시했다.

그는 포괄적 해법이 "북한의 비핵화와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안정과 평화 달성이라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이루는 데 매우 큰 외교적 지렛대를 제공"하고 "중국과의 외교적 공동전선 형성이라는 전략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언 시걸 미 사회과학연구협의회 연구위원도 "지금 당장 미국이 협상 테이블의 판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오바마 차기 미 행정부에 대해 "점진적인 접근법 대신, 정치·경제·전략적 측면에서 북한과 근본적으로 새로운 관계로 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적시한 포괄적인 대책을 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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