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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융위기와 매케인의 초절정 변신

<ABC> "규제철폐 앞장섰던 사람이..."

미국의 금융위기가 '글로벌 위기'로 수위가 높아지자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유동성 공급을 위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나섰다. 또한 미국 정부는 금융위기 대책의 '마지막 수단'이라는 자산정리공사(RTC) 설립 카드까지 꺼내들 태세다.

그동안 FRB가 파산위기에 몰린 대형업체들에게 개별적인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방식은 FRB 자체를 구제금융 대상으로 만들 것이란 경고가 나올 정도로 손을 벌리는 업체들이 즐비할 뿐아니라, 구제 대상 선정이 자의적으로 이뤄져 '정실자본주의'라는 비난마저 거세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말 저축대부조합 사태 당시 등장했던 RTC는 부실자산을 집중적으로 처리하는 효과를 발휘했지만, 당시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회의론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는 과거와 달리 손실을 확정할 수 있는 채권 형태가 아니라 각종 파생상품이기 때문에 '무엇이 얼마나 부실한 자산'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매케인, 금융위기 속죄양 찾을 자격 있나

이때문에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돼야할 RTC가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입법을 해야 할 의회가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대선(11월4일)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국민 부담이 큰 입법에 정치권이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오히려 대선후보들은 금융위기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기회로 삼으려는 계산에 바쁜 모습이다. 자기를 당선시켜줘야 미국을 금융위기에서 구출해 낼 수 있다고 역설하고 나선 것이다.
▲ 매케인이 18일(현지시간)아이오와주 연설에서 규제강화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과거 행적은 이와 반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로이터=뉴시스

하지만 최근 공화당 대선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행태는 진보진영 뿐 아니라 미국 주류 언론의 공분을 살 정도다. 금융뿐 아니라 기업에 대한 모든 규제는 적을 수록 좋다면서 공개적으로 '규제철폐주의자'로 자처했던 매케인이 갑자기 '규제주의자'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케인은 18일(현지시간) 금융위기에 분노한 민심을 호도하기 위한 속죄양을 찾아내 반사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정치꾼'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날 매케인은 아이오와주 세다 래피드에서 가진 연설에서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내 생각으로는 크리스토퍼 콕스 위원장이 대중의 신뢰를 저버린 것 같다"며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콕스 위원장을 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월가에서는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SEC 위원장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가에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특히 만일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가 금융위기를 초래한 원흉으로 특정 인물을 지목한다면 하나의 유세전략이라고 볼 수 있지만, 매케인은 그럴 처지가 못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 규제 철폐의 공범들이....

미국의 <ABC> 방송은 이날 웹사이트에 게재한 '새로운 존 매케인으로의 진화'라는 기사(원문보기)를 통해 "최근의 역사에서 정치적 인물의 변신 중 가장 경악스러운 사례"라면서 "로널드 레이건이 갑자기 부자를 빨아먹는 세금 정책을 채택하거나, 빌 클린턴이 보호무역주의자가 된 것이라고 상상해보라"고 개탄했다.

또한 진보성향의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재러드 번스타인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매케인은 대중들은 초단기 기억력을 갖고 있어, 너무나 뚜렷한 이런 얼룩들을 연결짓지 못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꼬집었다.

<ABC> 방송은 매케인의 과거 행적에 대해 '옛날의 매케인은 이랬다'면서 상세히 전했다.

매케인은 지난 3월26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한창일 때 가진 연설에서 "금융산업에 더 많은 규제완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연설의 배경에는 경제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는 필 그램 전 상원의원이 있었다.

그는 현재 유럽 최대의 금융그룹 UBS의 부회장이며, 미국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금융계 로비스트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금융위원장을 맡던 시절에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규제철폐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미국의 대공황기인 1933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보험업체들의 교차 소유를 금지하고, 금융업체들의 업무 영역을 제한하기 위해 만든 '글래스-스티걸' 법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1999년 이들 업종들의 교차소유를 허용하는 '그램-리치-빌리' 법을 관철시켰으며, 이때 이 법안 통과를 위해 그램을 강력하게 지원한 상원의원이 매케인이다.

필 그램은 이듬해인 2000년 매케인의 적극적 지원을 뒤에 업고, 현재 금융시장을 파탄으로 몰고간 금융파생상품 시장에 대해 연방규제당국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를 이끌어냈다.

현재 FRB의 공적자금을 투입받거나 파산한 투자은행과 보험업체들이 바로 '그램-리치-빌리'법과 필 그램이 주도한 각종 규제완화 조치를 틈타, 각종 파생상품에 투기적인 자산운용을 일삼은 업체들이다. '금융계의 현자'로 불리는 워렌 버핏은 필 그램이 주도한 법을 '대량금융파괴무기'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금융위기와 관련한 매케인의 '원죄'는 또 있다. 그는 1980~90년대 저축대부조합 부도사태를 촉발시킨 금융규제 무력화에 앞장선 이른바 '키팅 파이브'로 불린 상원의원 중 한 명이었다.

'키팅 파이브'는 '링컨저축대부연합'이라는 금융회사의 소유주 찰스 키팅의 로비를 받은 상원의원들로 결국 키팅의 저축대부조합은 1989년 파산하면서 34억 달러의 공적자금 손실을 초래했다.

키팅은 이 사건으로 구속됐고, 매케인을 포함한 5명의 상원의원들 이른바 '키팅 파이브'는 1991년 로비 혐의가 문제가 돼 3명은 정치생명이 끝났다. 당시 매케인도 정치생명이 끝날 뻔 했으나,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이유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난만 받은 채 다음해 재선에 성공했다.

오바마, 금융위기 사태로 지지율 탄력받나

최근 금융위기가 뜨거운 현안이 되면서 매케인의 지지율 상승세는 주춤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는 스스로 경제는 잘 모른다고 고백했을 뿐 아니라 최근까지도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며 안이한 인식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CBS뉴스>와 <뉴욕타임스>가 18일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후보는 48%의 지지를 얻어 43%에 그친 매케인 후보를 다시 앞섰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열흘전 조사 때는 매케인이 46%대 44%로 앞선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경제문제 해결능력에 대한 신뢰도는 오바마 60% 매케인 53%로 나타났다. 또 워싱턴 정치의 변화 역량을 묻는 질문에는 오바마 65% 매케인 후보 37%로 나타나 오바마의 정치개혁 능력에 대한 기대가 크게 앞섰다.

특히 매케인이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새러 페일린이 끌어들인 여성유권자들의 표심도 다시 오바마에게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낫다. 여성 응답자들의 지지율 조사에서 오바마 54%, 매케인 38%로 오바마가 16%포인트 앞섰다. 지난 8일 조사에서 매케인이 47%대 42%로 앞선다는 점에서 큰 변화로 보인다.

열흘전 조사에서 매케인이 53% 대 34%로 19포인트나 앞섰던 백인 여성유권자들의 표심도 이제는 47% 대 45%로 오바마가 조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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