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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케인, 금융위기 초래한 '올드보이' 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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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케인, 금융위기 초래한 '올드보이' 편애"

"경제에 대한 무지보다 서민 고통에 무관심하기 때문"

올해 말 대선을 앞둔 미국의 최대 선거 이슈는 경제다.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 속에 경기후퇴(recession)에 빠져들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내가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구호가 대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을 위한 규제완화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던 '올드보이'들이 내놓는 것이라면 경계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진보웹사이트 <트루스딕>의 발행인 로버트 시어는 최근 공화당 대선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그의 선거캠프 공동의장이자 경제고문인 필 그램의 행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관련 기사: 매케인의 3대 이미지, 그 실상은? )

매케인은 스스로 경제를 잘 모른다고 고백하면서 내세운 인물이 필 그램 전 상원의원이다. 그는 지난 10일 "미국은 정신적 침체에 빠진 투정꾼(whiners)들의 나라"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발언은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수십만명이 주택을 차압당하는 등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일반사람들을 비난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 스스로 경제를 잘 모른다고 고백한 공화당 대선후보 매케인. 최근 경제참모 필 그램의 실언과 그의 과거 경력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당황한 매케인은 "그램의 발언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고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애썼다.

이에 대해 시어는 "그램 전 상원의원이 관철시킨 금융 규제완화로 혜택을 받았던 은행들보다 투정을 심하게 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라면서 현재 금융위기를 초래한 역사적 배경을 파헤쳤다. 최근 국내에서 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경제정책 결정자들이 'IMF 사태를 초래했던 올드보이'로 지탄을 받고 있는 것과 유사한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다음은 'The Real Legacy of the Reagan Revolution'이라는 글(
원문보기)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매케인의 경제참모 필 그램의 추악한 과거

매케인 선거캠프 공동의장 필 그램이 "미국이 투정꾼들의 나라가 되었다"고 한 말 자체는 옳다. 그러나 그램 전 상원의원이 관철시킨 금융규제완화로 혜택을 받았던 은행들보다 더 투정을 부리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램이 두둑한 보수를 챙기고 있는 투자은행 UBS 같은 은행들이 정부의 구제금융을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그램은 현재 UBS 부회장이기도 하다).

상원금융위원회 의장으로 있을 때 그램은 대공황 때 도입된 금융규제의 핵심조치들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입법을 주도했다. 1999년 공화당이 지배한 의회에서 통과되고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서명한 이 법은 은행, 증권거래업, 보험사 등을 70년 전 도입된 규제들로부터 해방시켰다. 금융업계는 이 법의 통과를 간절히 원했고, 남용했다. 그런데 왜 이제와서 이런 금융사들을 구제해주어야 하는가?(☞관련 기사: 미국 월街는 사회주의? )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정부 지원에만 기대지 말 것을 요구하는 정부가 부패한 기업들을 구제할 때는 마구 돈을 퍼주는 큰 정부 역할을 하려드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것이 '레이건 혁명'이라고 과대포장된 진정한 유산이다. '레이건 혁명'은 클린턴 대통령이 따르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만개했다. 부시의 집권 기간은 엔론 사태와 탐욕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은행들을 구제하는 일들로 점철되어 있다. 이런 역겨운 사태가 벌어질 수 있게 된 데에는 필 그램과 웬디 그램 부부만큼 책임이 큰 자들이 없다.

엔론은 그램 부부가 탄생시킨 자식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그램은 엔론의 사기극이 가능하도록 만든 선물계약 현대화법을 주도했다. 경제고문으로 그램의 선거를 도왔던 켄 레이 엔론 회장은 엔론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무척 솔직하게 답변한 적이 있다.

"성공비결? 규제완화 덕분"

그는 "무엇보다 규제가 완화되고 있거나, 최근 규제가 완화된 시장에 우리가 뛰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물시장을 감독하는 미국의 선물거래위원회 위원장이 당시 그램 의원의 부인인 웬디 그램이었다. 그녀는 퇴임 직후 엔론의 이사회 멤버로 고액의 보수를 받으며 8년이나 일했다. 심지어 엔론의 사기극이 벌어지고 있을 때 그녀는 엔론 이사회의 감사직을 맡고 있었다.

또한 엔론의 이사로 있는 동안 웬디 그램은 규제 반대를 주장하는 싱크탱크를 이끌었는데, 이 연구소의 정책으로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엔론과 다른 기업들의 자금을 받아 운영했다.

이 글에서 내가 제기하려는 요점은 그램 부부의 과거를 드러내는 것보다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왜 선거캠프에 필 그램을 끌어들였느냐는 것이다. 그램의 망언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매케인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재무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케인은 수백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된 저축대부조합 사태 당시 악명 높은 '키팅 파이브'의 일원으로서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매케인은 규제완화를 추진해 현재 미국을 훨씬 더 심각한 금융위기에 빠드린 전직 상원의원을 선거캠프 공동의장으로 선택했다. '금융계의 현자'로 불리는 워렌 버핏은 그가 주도한 법을 '대량금융파괴무기'라고 꼬집었다.

상원을 떠난 뒤 현재의 금융 혼란 속에 있는 은행의 고위간부가 된 자, 자신이 주도한 법의 혜택을 받은 거대 은행에서 고액의 보수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은행을 더 깊은 수렁에 빠드린 더 많은 규제완화를 위해 의회에 로비를 일삼은 전직 상원의원을 왜 핵심 경제참모로 선택했을까.

그 답은 매케인이 스스로 고백했듯 단순히 경제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기 힘들다. 경제를 모른다는 답변은 그램이 추진했던 조치들 모두에 대해 매케인이 찬성표를 던진 이유를 설명해줄 수는 있을 것이다. 경제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라 집을 잃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무관심이 매케인의 선택에 대한 더 그럴듯한 설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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