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3개월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상대로 좀처럼 열세를 뒤집지 못하자, 미국 정계의 최대 금기인 인종 문제까지 동원하는 네거티브 총공세를 펼치고 나섰다.
최근 매케인 진영은 잇따른 TV광고를 내고 있다. 1일부터 방영된 최신 광고에서는 오바마 의원을 사이비 예언자로 패러디하면서 미국을 이끌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오바마에 대한 지지 열기를 사이비 예언자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이상 열기로 평가절하하며 그는 결코 미국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매케인은 지난달 30일 오바마를 섹스 스캔들 등 기행을 일삼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패리스 힐튼과 같은 유명인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매케인은 이 광고에서 "오바마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지만 리더가 될 준비가 돼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그의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밖에 일부 광고는 아예 가상 또는 사실무근의 흑색선전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네거티브 전략, 역효과 부를 것"
이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매케인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2일 매케인의 네거티브 전략은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해 주목된다.
이 잡지는 "공화당 일각에서는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오바마가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런 전략은 부동층이 등을 돌리게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바마는 "그들이 시도하려는 것은 유권자들이 나를 무서워하도록 만드는 일"이라면서 "그(오바마)는 덜 애국적이다", "그는 이상한 이름(미들 네임이 후세인임을 지칭하는 것)을 갖고 있다", "그는 (미국) 지폐에 등장하는 다른 역대 대통령과도 생김새가 다르다. 그는 위험하다. 이것이 그들이 전하려는 핵심 주장"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매케인 진영은 오바마의 이 발언을 선거를 인종 대결로 끌고 가려는 의도라고 역공하고 나섰다. 매케인 진영의 핵심 참모인 릭 데이비스는 지난 31일 성명을 통해 "오바마 후보가 인종 문제를 선거운동의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불화를 유발하고, 부정적이며, 부끄럽고, 잘못된 행동"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매케인 본인도 "데이비스의 견해에 동의한다. 오바마에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런 공방에 대해 <AP>통신은 "인종 문제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오바마가 흑인으로서 최초로 주요 정당 대선후보가 된 후 빚어진 가장 첨예한 충돌"이라고 전했다.또한 <뉴욕타임스>는 "인종 이슈가 불거짐에 따라 선거 방향이 어느 쪽으로 튈지 관심사로 떠올랐다"면서 "매케인 진영의 발언으로 오바마 캠프가 미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매케인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조차 "오바마는 인종 카드 안써"
'인종'이라는 단어를 동원한 매케인 진영의 공격에 대해 오바마 진영이 대변인인 로버트 깁스를 내세워 "이번 대선은 추락하는 경제, 실패한 대외정책, 에너지 위기 등의 커다란 도전을 놓고 싸우는 장"이라며 "매케인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진짜 이슈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낡고 수준 낮은 정치를 하고 있다"는 정도로 반박한 것도 인종 대결이라는 구도가 전면에 부각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오바마 역시 지난 31일 아이오아 주에서 타운홀 미팅을 하던 중 "매케인이 대선 이슈로 인종문제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인종 문제가 선거 이슈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고 애썼다.
매케인 후보를 지지하는 공화당의 멜 마르티네스 상원의원도 "오바마가 인종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데이비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그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인종이 선거 이슈가 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바마는 그런 점에서 훌륭하게 처신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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