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밍보(李明博)는 중국을 모른다"

[기고] 이명박정부의 외교편식증을 우려함

최근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의하면, 중국이 미ㆍ일 양국에 대해 북핵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의 안보현안을 논의하는 '3국간 정기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동북아 역내의 안보 관련 논의에서 한국이 제외되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측의 유감표명에 대한 중국 측의 반응은 과연 어떨까?
  
  <니혼게이자이>의 이번 보도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군사력 증강을 둘러싸고 미국과 호주가 공동대처 방안을 협의하는 가운데 나왔다. 이렇게 볼 때, 이 제안은 무엇보다도 미국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과 관련하여 이명박 외교의 '중국 경시'에 대한 중국 측 함의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국 신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중국 측의 불쾌감은 동북아 국제관계를 전공으로 하는 중국인 전문가들과의 접촉에서 최근 들어 부쩍 감지되고 있다. 많게는 수십 년 동안을, 적게는 수년 동안 한반도 관련 국제관계를 연구해 온 그들의 태도는 한국에서의 17대 대선을 계기로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대선 전에는 한중관계에 대해 줄곧 밝은 표정으로 일관하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대선 이후 당선인의 외교행보를 바라보며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한국 신 정부 외교라인의 윤곽 등이 드러나면서부터는 한중 양국의 향후를 '염려'하기에 이르렀다. 이 상태로는 중국정부가 한국의 새 정권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중국 측의 심기를 표명할 것이라는 암시마저 흘러나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중국 측은 한국 측의 유감표명을 과연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려 할까.
  
  변화의 속도가 유례없는 국내외 상황으로 인해 오늘날 세계 각국의 외교정책 수립은 더욱 많은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러한 요소들 가운데 각국의 국내 여론, 즉 민심(民心)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민심이란 무엇일까. 민심이란 또한 어떻게 하면 잘 읽어낼 수 있을까. 세계 초일류 강대국에서 유학하여 영어도 잘하고 인맥 또한 막강하다고 해서 전세계 모든 곳의 민심마저 잘 읽어낼 수 있을까? 미국의 초일류 대학을 나온 엘리트 미국인이라지만, 한국 및 한국어에 대해 잘 모르는 채 한국 사회의 민심을, 이를 통한 한국사회의 오늘을 과연 얼마나 제대로 잘 파악해낼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미국의 초일류대학에서 유학한 한국인이라 해서, 그 대상이 미국이 아닌 타국임에도 불구하고 그 곳의 민심을 잘 파악해 낼 수 있을까? 가령 중국어(일본어)도 모르고, 영어로 된 서적이나 매스컴 등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중국(일본) 현지의 생활상과 제반 동향 등을 모르는 상태에서 얼마나 제대로 중국(일본)의 민심을 읽어내며 그들의 외교전략 등을 예측, 전망하며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해 낼 수 있을까?
  
  이명박 신 정권의 '편식불감증'은 매우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편식이 좋지 않다는 것쯤은 그도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변에는 온통 미국 이력만을 자랑하는 면면들만이 포진하고 있다. 더욱이 오늘날의 한국의 외교가 미국 한 나라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닐진대, 그는 한국외교를 마치 고대시대의 외교진용처럼 후퇴시키고 있다. 고대시대에는 하나의 강대국만을 잘 상대하면 그럭저럭 무난히 생존할 수 있지 않았던가. 외교라인의 편식불감증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명박 외교라인 중에 "리밍보(李明博)는 중국을 모른다.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는 중국 측의 함의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