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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반대파, 이제야 민주주의 배웠다"

[베네수엘라 개헌실패 바로보기] ① 反차베스 세력은 누구?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개헌이 지난 2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간발의 차이(50.7% 대 49.3%)로 거부됐다.

차베스의 개헌안 중 △선거 연령 하향 조정 △성과 인종에 따른 차별 철폐 △사회보장제도의 확대 △근로시간 단축 △여성 선출직의 확대 등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 연장(6년에서 7년으로)과 대통령 연임 제한 철폐 △국가비상사태시 행정부의 권환 확대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서방 언론들은 개헌안의 부정적인 측면에만 촛점을 맞춰 차베스가 헌법을 뜯어고쳐 장기 독재를 구축하려 한다고 비난했고, 개헌안이 부결되자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자유주의적 입장에서 베네수엘라의 사회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던 이들도 이번 개헌안에만큼은 우려 섞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의 진보적 시사주간지 <네이션>은 최신호에서 서방 언론들의 그같은 시각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차베스 개헌의 긍정성과 문제점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논평 5편을 게재했다.

<프레시안>은 차베스의 개혁에 반대하는 이들은 누구이고, 개헌한 부결이 차베스가 추진하는 '볼리바리안 혁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베네수엘라 국민투표에 대한 미국 언론의 보도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도모하고자 이 시리즈 중 3편을 선정,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첫 번째 논평은 반(反)차베스 세력의 비민주성과 위선을 고발하고 베네수엘라에 존재하는 정치적 균열은 어떤 것인지를 분석하는 마크 웨이스브롯의 글이다. 미국의 진보적 싱크탱크인 '경제 및 정책 연구센터(CEPR)의 부소장인 웨이스브롯은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보스톤 글로브> 등 550여개 미국 언론에 논평과 해설을 해왔다. (☞원문 바로가기)


베네수엘라의 진보적 변화

베네수엘라 정부의 개헌이 실패했다고 해서 그리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개헌안에 담긴 개혁안의 대부분은 의회를 통해 이행될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 보장과 대학 교육 자율화, 성차별 금지 등 진보적인 개혁안에 대해서는 특히 그러하다. 국가비상사태시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이 법으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리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차베스 정부는 그간 한 번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적이 없고, 베네수엘라 경제를 위태롭게 했던 2002~03년 석유 부분의 파업과 2002년 4월의 군부 쿠데타 때에도 어떤 특별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

대통령 연임 제한을 없애겠다는 차베스의 제안이 거부되어 지금이 그의 마지막 임기라 하더라도 베네수엘라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뒤집힐 것 같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정치 투쟁의 성격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정치 투쟁을 친(親)차베스 대 반(反)차베스로 규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것은 계급, 민주주의와 주권에 대한 태도, 인종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려 있는 좌파와 우파의 투쟁이다. 진보 혹은 자유주의 세력들 중에서 지난 8년간 차베스 정부를 반대했던 세력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베네수엘라 정치는 극단적으로 분열되어 있다.
▲ 차베스 반대파들의 개헌 반대 시위 ⓒ로이터=뉴시스

개헌 국민투표는 그같은 정치적 균열을 조금도 바꾸지 못했다. 친정부적 정치 연합의 일부가 개헌에 반대하긴 했지만, 개헌이 실패한 핵심적인 이유는 차베스의 지지자 중 많은 수가 투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헌에 반대했거나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이 반대 세력으로 넘어갔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차베스와 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여전히 높다.

주로 유복한 가정 출신들로 이데올로기적으로 혼합된 학생운동 세력이 반대파에 가담하긴 했지만 반정부 세력의 중심은 여전히 우파 야권이다.

선거보다 쿠데타를 선호한 베네수엘라 야권

우선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에서 좌파와 우파는 매우 달랐다. 차베스는 면도날 한 장 차이로 갈라진 국민투표 결과를 개표가 다 끝나기도 전에 즉각 인정함으로써 언론들이 그에 대해 "독재자"라며 호들갑을 떨 틈을 주지 않았다. 차베스는 과거에 있었던 선거에서도 결과가 어찌됐건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투표일 전에 밝히면서 야권에도 그렇게 하라고 요구했었다.

그러나 야권은 달랐다. 그들은 투표를 통해 얻지 못한 것을 얻기 위해 파업과 쿠데타를 수차례 시도했다. 쿠데타로 들어선 정부가 맨 처음 했던 일은 헌법을 폐기하고 대법원과 국회를 해산한 것이었다. 쿠데타는 민주 회복을 바라는 거리 시위로 무산됐지만, 야권은 그로부터 8개월 후 석유 공장을 폐쇄하면서 다시 한 번 정부 전복을 시도했다. 미국에는 그런 파업을 주도하는 이들을 감옥에 보낼 수 있는 세 가지 노동법이 있지만, 차베스 정부는 경제가 위기에 처하는 상황에서도 파업을 하도록 내버려뒀다.

야권은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모든 탈법적인 수단이 실패로 돌아간 뒤, 2004년 8월이 되어서야 대통령 소환투표라는 헌법상의 권한을 행사하며 선거 제도를 이용했다. 야권은 그 소환투표에서 59% 대 41%로 패했고,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거부했다.

부정선거가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고 미주기구(OAS)와 카터센터가 그 결과를 인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야권은 자신들이 소유한 언론을 통해 국민투표가 선거 조작 때문에 도둑맞았다는 음모론을 유포시켰다. 2005년 12월 치러진 총선에서도 야권은 패배가 예상되자 미주기구와 유럽연합(EU) 선거감시단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보이콧했다.

그러던 야권은 2006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차베스가 63%라는 최고의 득표를 기록하자 자신들의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 후 야권은 개헌 국민투표에서 마침내 승리함으로써 민주주의적 게임의 룰에 따라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생겨났다.
▲ 개헌안에 찬성할 것을 주장하는 차베스 지지자들. 그러나 이들은 차베스 집권 8년만에 처음으로 패했다. ⓒ로이터=뉴시스

차베스 시절 상위층 수입도 늘었다

계급 문제와 관련해, 야권과 정부에 의해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빈곤층과 노동자 계층은 압도적으로 차베스를 지지하고, 상위 계층은 그를 반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차이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차베스 정부는 빈곤층 국민들 대다수에게 의료 서비스, 식품 보조비, 교육 기회 등을 제공했다. 차베스 정부 8년간 국민 1인당 사회적 지출은 314% 증가했다. 빈곤층 가정의 비율은 38% 하락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기간 동안 상위층의 수입도 늘었다는 사실인데, 따라서 그들이 차베스를 반대하는 것은 '21세기 사회주의' 같은 그의 이념에 대한 반대인 것으로 보인다.

주권과 제국주의 문제에 있어, 쿠데타에 연루됐던 인사들을 포함한 야권 지도층은 미국으로부터 금전적·정치적 지원을 받아왔다. 쿠데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은 많은 증거를 통해 입증되고 있고, 미국은 세계 주요 언론들이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깊게 쿠데타에 관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행정부가 야권으로 보이는 익명의 학생 단체들에게 지금까지도 재정적 지원을 해 왔다고 최근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불안정을 조성함으로써 정권 교체(regime change)에 골몰하고 있다. 정당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야권의 2005년 12월 총선 보이콧은 부시 행정부의 암묵적인 지원에 따른 것으로, 부시 행정부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적 변화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인종을 정확히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의 인종주의 문제와는 양상이 다르다. 그러나 백인 엘리트층과 빈곤계급의 피부색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제도적인 인종차별은 역시 널리 퍼져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친차베스냐 반차베스냐에 따라 피부색의 차이 역시 뚜렷이 나타난다. 원주민들이나 인종차별 반대운동단체 등 인종차별을 인식하고 있고 그에 반대하는 이들은 압도적으로 친차베스계다. 그것은 차베스 정부가 토지개혁, 토지소유권, 헌법적 권한 문제 등에 있어 원주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때문이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차베스 반대파들은 인종차별주의적 주장을 공공연하게 편다.

베네수엘라 밖에 있는 원주민 지지자는 차베스의 가까운 친구이자 협력자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다. 아르헨티나의 키르츠네르 (전) 대통령,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도 체베스를 매우 중요한 협력자로 여기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세계 언론들은 언제나 그같은 사실을 부인하려고 하지만,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도 시종일관 차베스를 옹호해왔다.
▲ 라틴 아메리카는 '미국의 뒷마당'이라는 오명을 떨쳐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정치 지도자들.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왼쪽부터) ⓒ로이터=뉴시스

이 지도자들은 모두 과거 "미국의 뒷마당"이었던 라틴 아메리카 대부분 나라들에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인 정부가 들어서고 있는 등 현재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역사적인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차베스는 그 과정에서 정부 자금 중 수십억 달러를 이웃 나라에 대출하거나 지원하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수단은 국제통화기금(IMF)을 필두로 한 채권자 카르텔을 통해 신용대출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카르텔이 최근 몇 년 간 붕괴한 것은 국제 금융 체제에서 최근 30년 이상의 기간 중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였고, 미국의 영향력을 급속히 위축시켰다. 베네수엘라는 신용 대출의 창구가 되면서 이웃 나라의 정부가 자신들의 선거 공약을 이행할 수 있게 했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그런 시도가 있으면 외부로부터 협박이 들어왔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결과적으로 이 지역의 민주주의를 증진시키고 있다.

미국과 세계 언론들의 '반차베스' 집착증

차베스 치하의 베네수엘라가 "권위주의 국가"가 되고 있다는 주장은 어떠한가? 군부 쿠데타와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몇 번의 시도에 참여했던 TV 방송국(RCTV)에 대한 면허 갱신 거부는 그리 부적절한 일이 아니다. 그런 방송국이라면 민주주의의를 실시하는 어떤 국가에서도 면허를 갱신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브라질,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 라틴 아메리카의 다른 민주 정부 대통령들도 차베스의 그같은 조치를 옹호했다. 베네수엘라의 언론은 여전히 반대파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서반구 국가들의 언론 중 가장 반정부적이다.

또 베네수엘라에서는 차베스에게 특정한 입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일시적으로 주는, 그러나 의회나 국민투표에 의해 파기기 가능한 수권법이 논란이다. 그러나 토마스 샤논 미 국무부 중남미 담당 차관보가 지난 1월 그 법이 의회를 통과했을 때 말했던 것처럼 "헌법 규정 하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어떤 도구나 마찬가지로 그것은 어떻게 쓰이냐에 달려 있다." 차베스는 외국 석유 기업들의 특권을 빼앗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 법을 거의 쓰지 않았다.

핵심은 차베스 정부가 내린 모든 결정에 동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차베스를 증오하는 이들이 만들어 낸 "권위주의적 지배"라는 터무니없는 이미지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거의 혹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한다. 차베스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2002년 베네수엘라, 2004년 아이티 등에서 선거로 만들어진 정부를 전복하려던 시도와 관련된 단체에게 자금을 지원했던)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기금'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국경없는 기자회', 언론 재벌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언론인보호위원회' 등과 같이 정치화된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아왔다.

권위있는 인권 단체 중에서 베네수엘라의 시민적 자유나 인권 상황이 차베스 치하에서 악화됐다고 주장했거나 앞으로 그럴 것 같다고 주장하는 단체는 한 곳도 없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역사적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4반세기 이상 이어온 신자유주의적 경제 개혁, 그리고 한 세기 넘게 이어온 장기적인 경제 실패 이후 투표를 통한 반란은 경제성장과 발전을 이끌고 빈곤과 불평들을 축소시킬 민주주의적 대안을 찾고 있는 지도자들을 당선시켰다.

미국 정부는 그같은 노력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핵심 목표는 차베스를 악마로 만들고 민주적인 베네수엘라 정부를 불법화하려는 것이다. 미국과 세계의 언론들은 그같은 목표에 미친 듯이 집착하고 있다.

더 진실에 가깝고 정확한 보도와 분석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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