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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개헌 국민투표서 美에 판정패?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93> 미국의 차베스 반대 여론몰이 공작

'21세기형 신사회주의'의 기치를 앞세우며 승승장구하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온 신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부결됐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3일 새벽(현지시간) 개헌안이 반대 50.70% 찬성 49.29%로 집계되어 1.41%라는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차베스는 집권 이후 10차례의 선거에서 전승을 거두며 이룬 '선거불패 신화'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차베스도 선거 결과를 인정하고 개헌안이 부결됐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차베스는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개헌에 대한 노력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21세기 신사회주의 완성을 위해 헌법이 허용하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 '개헌 국민투표가 부결되었다'고 발표하고 있는 아메리코 모리죠 선관위원장 ⓒ베네수엘라 국영 <아베앤에> 통신

선거기간 동안 찬반으로 나뉘어 분열된 사회통합이 최우선 과제임을 선언한 차베스는 "이번 투표를 통해 나타난 국민다수의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반대표를 던진 대다수의 국민들이 베네수엘라를 종속시키려는 미 제국주의가 꾸민 음모에 동원되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2002년 반(反)차베스 쿠데타에 이어 이번에도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선거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국민투표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은 지난달부터 중남미 진보언론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이기도 했다.

특히 국제변호사이자 언론인인 에바 골링거는 지난달 28일 베네수엘라 주재 미 중앙정보국(CIA)이 전방위적으로 국민투표에 개입한 증거라며 CIA 내부 비망록을 공개해 파문이 일기도 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개헌안이 60% 이상의 지지를 얻어 통과될 거라는 여론이 우세해 미국 정부의 선거 개입을 크게 문제화 삼지 않았다. 의례적인 방해공작 정도로 치부된 것이다.

그런데 막상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니 막판 사회불안요소가 결정적으로 개헌반대 여론을 조성해 이 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이 됐음을 증명해주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작전명 '플라이어스'는 무엇인가

카라카스 주재 미 대사관에 근무하는 한 베네수엘라인에 의해 공개된 미 중앙정보국 내부 비망록(internal CIA memorandum)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8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해 대학교수는 물론 학생대표, 야당정치인, 언론사 사주 등을 포섭해 폭력시위를 조장하고 반차베스 여론몰이를 조직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돼있다.

11월 20일 작성된 이 비망록은 미국 정보 당국이 베네수엘라 개헌안이 60% 이상의 찬성을 얻을 것이라는 가정을 한 뒤 플라이어스 작전(Operation Pliers. 스페인어명: Operacion Tenaza)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작전은 1차적으로 개헌 저지를 위해 △베네수엘라 전국의 도로를 차단하고 폭력을 행사해 사회불안을 조성할 것 △무정부상태가 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것 △글로버비시온을 비롯한 외국 통신사들과 폭력시위 활동에 대해 상호 협력할 것 △베네수엘라 주재 미군 무관을 통해 현지 퇴역장성들의 협조를 구할 것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문서는 또 만약 개헌안이 통과된다면 2차 작전을 벌여 신헌법 거부운동 등을 통해 사회불안을 유도해 정권퇴진운동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 비망록에는 플라이어스 작전에 직접 관여한 미 정보부 요원들의 실명과 베네수엘라 정치단체, 대학교 교수, 학생대표 실명은 물론 언론사 대표들의 이름까지 명기돼있어 추후 파문이 예상된다.

현지의 일부 언론들은 "이 비망록을 살펴보면 최근 베네수엘라 내에서 일어난 일련의 폭력적인 시위들과 언론들의 보도행태, 정치인들과 퇴역장성들의 움직임은 고도로 계산되고 치밀하게 짜인 시나리오의 일환이었다"고 평가했다.

연일 베네수엘라 개헌 정국을 뜨겁게 달군 과격한 학생시위 등 반개헌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들이 우발적으로 벌어진 해프닝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에바 골링거는 이 기고문에서 "작전은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주권을 침해하고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을 행사한 행위는 전세계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개헌안이 통과될 것을 전제한 기고문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이 작전은 성공을 했고 개헌안을 부결됐다. (☞에바 골링거의 <글로벌리서치> 영문기고문은 바로가기)

따라서 일부 언론들은 "이번만큼은 차베스가 미국에게 판정패 했다"면서 "미국 정부를 향한 차베스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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