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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의 '볼리바리안 혁명'이 끝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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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의 '볼리바리안 혁명'이 끝났다고?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94> 남미은행 창설과 차베스의 미래

회원국들간의 입장차이로 연기를 거듭하던 남미은행(Banco del Sur)이 9일 오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창립을 선언했다.

지역경제의 통합과 공동통화 발행을 최종목표로 삼고 있는 남미은행은 막판 브라질의 적극적인 참여 선회로 기초자본금 70억 달러를 종자돈으로 출범하게 됐다. 이 자본금은 베네수엘라가 30억 달러를 우선 투입하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30억, 그리고 나머지 4개국이 10억 정도를 마련한다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미은행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중남미 공동통화가 발행되면 그동안 경제불안 등으로 남미기업들과 부호들이 서방선진국 금융기관에 예치해둔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흡수하는 효과를 가지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남미경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던 달러 외환 보유의 개념이 없어져 경제적인 독립은 물론 달러 의존도를 대폭 줄이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장에서도 언론들의 관심은 온통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쏠렸다. ⓒ김영길

하지만 남미은행 창설을 주도했고 물주 노릇을 하게 될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최근 개헌안 국민투표 부결사태를 맞아 남미은행의 장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베네수엘라 야권과 반(反)차베스계 학생들은 "차베스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범국민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일사천리로 추진돼오던 우고 차베스의 볼리바리안 혁명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거부로 인해 그 명분을 잃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대로 정말 차베스의 시대는 끝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이번 개헌안 국민투표 실패는 차베스주의자들(CHAVISTAS)의 결속을 다지게 하는 기회가 됐고, 차베스도 자신의 집권 8년을 겸허하게 되돌아보는 한편 자신의 정책에 대한 민심의 심판과 질책을 호되게 받았다는 반성의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9일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을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공식 방문한 차베스 대통령의 측근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는 차베스를 수행한 측근들과 중남미 외교관계자들, 현지학계의 외교전문가 등을 통해 개헌 실패 이후 베네수엘라 정국의 향방과 차베스의 대응책을 알아보았다.

차베스의 이번 아르헨티나 방문은 남미은행 창설 선언과 대통령 취임 축하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취재기자단의 관심은 온통 차베스의 행보에 쏠려있었다. 차베스의 정치적인 장래와 남미은행의 진로는 상호 긴밀한 함수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필자 역시 남미은행 창설에 관한 세부 사항보다는 우선 차베스의 심중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공을 들였다.

남미은행 창설 선언과 대통령 취임식 등 공식행사가 겹친데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모였기 때문에 경호 등의 제약으로 차베스의 입을 통해 그의 의중을 직접 떠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와 동행한 측근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개헌 실패 이후의 상황을 알아보았다.

차베스 측근들과의 대화는 인터뷰 형식이 아닌 자유로운 대화형식으로 각국 정상들이 취임식공식행사에 참석하는 동안 틈틈이 이루어졌다.

차베스를 8년 가까이 그림자처럼 보좌했다는 한 측근은 "차베스의 말 가운데 '지금은(혹은 당분간은=Por ahora)'이라고 한말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반정부 혁명에 실패했을 때 차베스는 '지금은 나의 실패를 인정한다'고 했었고, 지난 2002년 강제사임을 요구 받을 때에도 '지금은 나의 실패를 인정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지난 2일 개헌 실패 때도 '지금은 나의 실패를 인정하겠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는 항상 모든 위기를 극적으로 극복했고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차베스 측근들의 이같은 발언 속에는 이번에도 차베스가 극적인 돌파구를 찾을 거라는 자신감이 배어났다.

또 다른 측근은 "차베스는 이번 사태에 낙심하기보다는 오히려 즐기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개헌 부결 발표 후 각료들에게 '민주주의는 이런 것이다. 그러나 민심은 우리 편임을 명심하고 더욱 심기일전하자'고 각료들을 위로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차베스는 최근 자신의 임기만 채우고 오는 2013년에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평소 그가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물러날 각오가 돼있다고 입버릇처럼 공언을 해왔던 그 약속을 일단 지킨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나와 우리의 조국, 그리고 미래에 커다란 빚을 진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퇴임을 하더라도 자신이 추진중인 볼리바리안 혁명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다.
▲ 차베스와 신임 크리스티나 아르헨 대통령이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김영길

베네수엘라 민심은 아직도 차베스편

그렇다면 개헌 부결 이후 차베스가 구상중인 '21세기형 신사회주의' 완성을 위한 정치적인 노림수는 무엇일까?

현지의 정치평론가들은 "차베스가 믿고 있는 건 사회주의연합당(PSUN)원들을 포함해 600만 명이 넘는 차베스주의자들"이라면서 "이번 개헌 국민투표에서 차베스 측근들은 당연히 승리할 것이라는 압도적인 여론조사 결과만 믿고 자만에 빠져 이들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게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50%에 가까운 차베스 지지자들이 당연히 승리할것이라고 믿고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에 반해 반(反)차베스주의자들은 정치적인 구심점이 없었는데도 100%에 가까운 투표참여율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어 "차베스는 개헌 부결 이후 두 가지의 선택을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차베스는 남은 임기 내에 자신의 퇴임을 반대하는 국민여론을 형성해 개헌안을 대폭 수정한 다음 제헌의회를 다시 소집하는 카드를 내밀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차베스의 퇴임발언 이후 카라카스에 거주하는 차베스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차베스 물러나지 마세요"라는 노래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두 번째 선택지는 임기가 끝나는 2013년 자신이 선택한 대통령 후보를 내세워 대권을 잡아 임기를 채우게 한 다음 6년을 쉬었다가 개헌에 상관없이 다시 합법적으로 대권에 도전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법은 아르헨티나의 후안 도밍고 페론이 연임제한 조항과는 상관없이 3선을 했고 카를로스 메넴도 3선에 도전한 전례가 있어 차베스 역시 이 제도를 염두에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차베스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볼리바리안 혁명에 대한 베네수엘라 민심의 향배다.

차베스 측근들이나 현지의 학계 및 외교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개헌 부결사태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아직도 차베스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베네수엘라 민심은 개헌 국민투표 거부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았다는 근거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베네수엘라에는 현재 약 1600만 명 정도의 유권자가 있다. 여기서 투표에 참여하는 인구는 통상 약 1200만 명 정도다. 그 가운데 절반수준인 600만 명 정도가 열렬한 차베스주의자들로 분류되며, 여기에다 약 250만 명 정도의 극빈자들과 토착원주민들이 차베스에 호의적이다.

반면 반차베스로 분류되는 보수층의 투표인구수는 450만에서 500만을 헤아릴 뿐이다. 이같은 수치는 차베스 집권 이후 10번이 넘는 선거를 치르면서 드러난 것이며 이는 차베스가 지금까지 선거불패 신화를 이어온 배경이 되었다. 따라서 차베스가 어떤 선택을 하던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다시 차베스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한편 한국 정부는 아르헨티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츠네르 대통령 취임식에 전윤철 감사원장을 특사로 파견했다. 전 특사 부부는 9일 오후 아르헨티나 외교부의 산마르틴궁에서 퇴임하는 키르츠네르 대통령이 베푼 각국대표 환영만찬에 참석, 키르츠네르 부부를 접견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일정을 시작했다.
▲ 전윤철 특사 부부가 키르츠네르 대통령 부부를 접견하고 모습 ⓒ김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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