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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권력화된 언론의 심장을 쏘다"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58> "RCTV는 언론계의 쓰레기"

'언론자유'와 '언론권력'이 세계적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민영 방송사인 RCTV 면허 갱신을 거부한 사례가 그 계기를 제공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보수매체들은 일제히 차베스 성토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언론탄압'이라고 핏대를 세우며 차베스를 때리는 진의는 자신들의 아픈 곳을 건드렸기 때문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권력화된 민간 언론이 자신의 약점을 덮기 위해 차베스를 때리고 있다는 얘기다.

"차베스에겐 마땅한 권리가 있다"

베네수엘라 역사학자이자 정치평론가인 블라디미르 아꼬스타는 세계 언론들이 이 처럼 난리법석인 것은 "차베스가 세계 언론 권력의 심장을 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최근 그가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한 내용의 요약이다.
▲ 블라디미르 아꼬스타는 "RCTV 방송 면허 갱신을 거부한 것은 차베스의 마땅한 권리이며 세계 언론이 이를 공격하는 것은 엄연한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 ABN 뉴스

"베네수엘라 RCTV와 차베스와의 악연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베네수엘라 국영석유 (PDVSA) 국유화 때부터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과 미 제국주의의 이익만을 대변했던 소수엘리트층들이 대거 쫓겨나고 그 자리를 볼리바리안 혁명세력들이 대신한 것이다.

차베스의 혁명세력들은 이들 소수 기득권층 인사들에게 집중됐던 석유사업과 관련된 부를 일반 서민 모두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의료, 교육, 사회보장제도에 분배하게 된다. 이를 못 마땅하게 여겼던 기득권층들이 빼앗긴 기득권 회복을 위해 지난 2002년 총파업과 쿠데타를 주도했고 RCTV 는 그 선봉에 섰다.

그런데 우리가 한가지 주목을 해야 할 사항은 TV 전파 발송의 권리는 개인소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와 민간 기업들 간의 양해사항이며 허가를 얻어야 할 사안이다. 민간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전파 사용의 허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일정한 의무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정부와 민간 기업들 간에 맺은 계약은 유효기간을 정할 수가 있으며 민간 기업들은 정부와 합의한 조건을 충실히 지킬 의무가 있는 것이다.

만일 민간 기업들이 정부가 내세운 의무 조건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면 계약을 취소할 수가 있는데 이는 언론사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영업 규정은 전 세계 국가들이 동일하게 다루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RCTV는 지난 53년간 이 전파를 사용해 왔지만 이 채널의 권리가 사유화된 것은 아니었다. 그건 엄연히 국가소유였다는 말이다. 따라서 국가는 당연히 그 사용권을 취소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영업 허가 취소 건을 놓고 전 세계 언론들이 들고 일어선 건 엄연한 내정 간섭이다.

그렇다면 마치 전 세계 언론들이 베네수엘라의 민영 RCTV의 면허 갱신 취소를 반대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민간 언론 매체의 아픈 곳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차베스가 이들의 심장을 겨냥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상업 TV 매체들은 언론자유를 외치고 있지만 사실은 광고 수익을 통한 영업행위에 만 혈안이 돼 있다. 다시 말해서 공익은 뒷전이고 영리를 목적으로 한 상업행위에 매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모두가 RCTV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어쩌면 이는 자기방어를 위한 몸부림이랄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모든 권력이 언론에 집중됨에 따라 소수의 엘리트 그룹들을 위해 다수의 힘 없는 민중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 공기로서 자신들의 의무는 망각하고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언론 자유라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언론 권력의 행패다.

'방송의 문화 왜곡,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돼'
▲ 권력화된 언론권력을 향해 메스를 든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그 전쟁의 결과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최근 전파 발송이 중지된 RCTV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반 정부 활동'이 아닌 '문화 왜곡'에 있었다. 지난 53년간 RCTV는 라틴 문화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미국의 문화만을 집중적으로 선전했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자신의 뿌리와 가치관, 문화적인 유산 등을 외면하고 미국이 지상낙원이라는 환상을 갖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베네수엘라뿐만 아니라 중남미 전체의 문제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같은 문화를 가진 이웃인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라틴국가들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고 오로지 미국 문화 만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이는 문화의 중독과 왜곡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RCTV는 문화를 왜곡시키는 역할을 50년 이상이나 충실하게 이행했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교회와 교육의 영향력이 가장 컸고 그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것이 언론이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교회의 영향력은 점점 축소되고 언론의 힘이 날로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제 교황이 무슨 말을 하든, 이 지역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교황의 지엄한 말씀도 별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는 남의 물건을 훔치면서도 성호를 긋고, 교황이 이혼과 낙태를 하지 말라고 해도 이혼율과 낙태율은 늘어가고만 있는 지경이 됐다.

교육 역시 별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으며 대학을 나와도 장래가 보장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선택 받은 일부를 제외하곤 누구에게나 실력에 의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그런데 언론 매체, 특히 TV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언론은 이제 중남미 지역에서 최고의 권력자로 부상했으며 밤시간을 아무런 통제 없이 자유롭게 다스리고 있다. 이들이 홍수처럼 내보내고 있는 각종 범죄, 폭력물 등은 모방범죄를 부추기고 삶의 가치관을 부정하고 있다.

따라서 권력화된 민간 TV 매체들에게 메스가 가해져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영업 수익만을 생각하는 사기업들로 남겨두기보다는 사회 전체가 이를 소유하여 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질 높은 문화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때다.

나는 문화와 정치의 왜곡은 물론 이적행위까지 서슴지 않은 RCTV를 퇴출시킨 차베스의 이번 결정은 쓰레기언론의 잘못된 영업행위를 차단한 지극히 정상적인 조치이며, 베네수엘라, 나아가 중남미 장래를 위해 환영할 만한 결정이라고 생각 한다."
(관련기사: 'AP기자가 말하는 RCTV가 폐쇄돼 마땅한 이유')

'미주기구 등은 RCTV 문제에 냉담'

한편 베네수엘라는 물론 세계적인 정치·언론계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RCTV 사태에 대해 미주기구(OAS)35개국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차베스 때리기에 열중하는 언론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현재 파나마에서 열리고 있는 제37차 미주기구총회에서 '베네수엘라 RCTV 결의안'을 상정한 국가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 문제는 정식의제로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CTV의 입장만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언론들과는 달리 미주기구 국가들은 이 문제를 이슈화해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 문제를 거론했다가 자칫 베네수엘라 정부의 입장만 강화해주고 반미의 역풍만 맞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외무부는 이 문제가 미주기구 총회에서 이슈화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각종 증빙 자료와 역공을 펼 만반의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베네수엘라정부는 RCTV 문제가 미주기구 총회의 정식의제로 채택되면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자신감마저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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