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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비핵화 촉진' 위한 '정상선언' 검토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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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비핵화 촉진' 위한 '정상선언' 검토키로

송민순-라이스 회담서 종전선언 논란 등 한미간 조율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관계 당사국 정상들이 '정치적 의지'를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는 관련국 정상들이 나서서 종전선언을 하거나 그를 위한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8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상들의 의지 표명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고, "일단 정상들이 직접 만나는 회담을 목표로 하되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면서 "굳이 정상들이 만나지 않더라도 의지 표명은 할 수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는 일단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3∼4개국 정상회담을 추진하되 회담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정상들이 각자 선언을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한미 외교장관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 장면 ⓒ외교통상부 제공

美, 종전선언 시점 '반 발짝' 물러섰나?

정부 내에서도 혼선을 빚었던 종전선언 혹은 3~4자 정상회담의 시점은 평화협정을 위한 협상 과정 중 '적절한 시점'에 한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평화협정 협상 과정의 끝에 와야 한다는 미국의 '출구론' 입장이 반 발짝 정도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청와대의 '입구론'(평화협정 협상 개시 시점에 종전선언)과 외교부의 '출구론'이 갈등한 끝에 실무급에서 평화체제 협상 개시선언을 먼저 한 뒤, 4자 정상이 평화협정 체결 이전에 정상선언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었다.

이와 관련해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7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시점에 전반적인 비핵화 진전을 위한 정치적 추동력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관련국들간에 내려질 경우 '정상급(top level)'에서 정치적 의지를 결집하는 방안에 대해 계속 검토키로 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또 "불능화와 북한 핵폐기의 진전에 맞춰 타당한 시점에 평화체제 협상을 시작한다는 데 (라이스 장관과) 전적으로 의견을 같이했다"면서 '타당한 시점'은 "언제, 어떻게 평화체제 협상을 시작할지에 대한 관련 당사국들을 포함한 한미 간의 협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비핵화가 100% 완료되기 전에도 평화협상을 개시하는 데 미국이 동의했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핵폐기 과정에서 이 정도면 평화협상을 개시해도 좋겠다는 당사국들간 공감대가 모아지는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며 "따라서 이 문제는 당사국들이 계속 협의해 나갈 사안"이라고 답했다.

정상회담·선언의 목표는 '비핵화 진전' 강조

주목할 만한 것은 정상회담이나 정상선언을 뜻하는 '정상급의 의지 결집'이 종전선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비핵화 진전"을 위한 것으로 규정됐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고위 당국자는 "지금 일각에서 마치 북한 핵문제가 완전 해결된 것처럼 생각해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문제로 넘어가려는 분위기가 있으나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라면서 "확실하게 핵시설을 폐기하면서 뭘 주고 받을 지를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9.19공동성명에 명시된 내용으로 미국도 바라는 바라면서 "우리는 적절한 시기를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실질적인 북한 비핵화의 증거를 우리는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핵폐기를 약속대로 이행하도록 핵폐기 이후의 인센티브를 보여주는 동시에,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미국 내 강경파들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정부 당국자는 "비핵화와 남북간, 북미간 관계정상화,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그리고 평화체제는 맞물려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분리해서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불능화·신고·테러지원국 삭제는 어떻게?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이같은 방안들이 진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 핵시설의 연내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 그에 따른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이행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라이스 장관은 핵시설 불능화를 위한 협력에 대해 "전문가들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의 협조가 잘 이행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잘 돼 가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처럼 불능화 작업에 대한 평가는 관련국 모두 일치하고 있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사항을 뺀 불능화 조치가 연내 완료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핵 프로그램 신고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는 8일 오후 외교부 비공개 브리핑에서 "북한이 1~2주 안에 핵프로그램 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생각한다"라면서, 신고의 충실성에 대한 검증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의 양 등 부실 신고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짙어 불능화 과정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불능화 및 신고와 함께 "병렬적으로" 하기로 되어 있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과연 연내에 되겠느냐는 데에도 전망이 엇갈린다.

일부 언론들은 익명의 외교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 조치를 연말까지 취하기로 약속했다고 9일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미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쉬 박사는 8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테러지원국 명단을 작성하는 책임이 국무부에 있는 만큼, 대통령의 명령만 있으면 충분하다"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 의회에 대한 사전통보 절차 없이 12월 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다고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도 최근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는 것은 행정부의 권한임을 강조하면서 의회통보 절차는 의회측에 입장 표명의 기회를 주기 위한 의례적인 절차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위해서는 미국 행정부가 발효 45일 전인 오는 16일까지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 때까지 핵시설 불능화가 신뢰할만한 수준으로 이뤄지겠냐는 점에서 연내 삭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견해도 많다.

또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잔존시키기를 원하는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16일 미일정상회담에서 어떤 요청을 할지도 변수라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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