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의 의미와 시점, 주체에 관한 논란이 실무급에서 평화체제 협상 개시선언을 먼저 한 뒤, 남북한과 미국, 중국 4자 정상이 평화협정 체결 이전에 정상선언을 추진하는 쪽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6자회담 관계국간) 평화포럼이 출범된다는 것을 포괄적인 의미에서 평화체제 논의가 개시된다고 볼 수 있다"며 "이미 6자회담 합의에 의해 별도의 한반도 평화포럼을 출범시키기로 했고, 이는 6자회담 대표들이 모여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그렇게 될 때에는 6자회담 수석 대표급이든 한 단계 위든 그런 의미의 (평화체제 협상) 개시가 될 수 있다"며 "그것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그 이전 단계, 특정한 시점에서 평화체제로 가는 길을 촉진하고 추동하기 위한 정상, 최고위급 수준에서의 정상선언은 별개의 것"이라고 했다.
평화체제 협상, 사실상 '5단계'로 세분화
이는 평화협정을 맺기 위한 협상을 개시하는 시점에 종전선언을 추진하겠다는 청와대의 기존 입장과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은 별개가 아니라는 외교통상부의 입장을 일부 절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협정의 단계는 '평화체제 협상 개시선언(실무급 혹은 장관급)→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종전을 위한 4자 정상선언→평화체제를 위한 후속 협상→평화협정 체결'로 나눠지게 된다.
이는 천 대변인의 지난 26일 발언에 따라 평화협정의 단계가 '종전선언→평화협정을 위한 협상→평화협정 체결'로 나눠질 것이라고 점쳐졌던 것 보다 세분화된 것이다. 천 대변인은 당시 "평화체제로 가는 과정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촉진하고 추동하기 위해 사전에 고위급의 공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고, 이런 의미에서의 종전선언 또는 종전을 위한 선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해 그같은 분석을 낳았었다.
정부는 지난 25일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이같은 방향을 최종 결정하고, 11월초 송민순 외교부 장관과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하는 계기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등 미국 측 고위인사들에게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협상 개시선언의 시점과 관련해 정부는 송 장관이 언급한 '손에 잡히는 (북한 핵시설) 불능화의 진전'이 이뤄진 시점에 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북핵 불능화·신고가 완전히 마무리된 뒤에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어서 송 장관과 백 실장은 이에 대한 한미의 입장차를 좁히는데 협상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국이 그같은 프로세스에 동의하고 내달 1일부터 북핵 불능화가 본격 이뤄질 경우 이후 열리게 될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나 6자 외교장관회담 안에서 4개국 회담을 별도로 열어 평화체제 협상 개시선언이 이뤄지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미·대북 설득 모두 필요"
천 대변인은 그러나 "다만 무엇을 먼저 하기로 했다 아니다 라는 것을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했는지는 제가 확인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결정이 종전선언을 평화체제 협상의 '출구'가 아닌 '입구'에서 먼저 하겠다는 기존의 방침을 바탕으로 한 것임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정부의 최종 결정이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3~4자 정상들이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수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대북 메시지'로도 들린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중요한 건 평화협정을 논의할 '4자트랙'을 만들어 차기 정부로 넘겨주는 것"이라며 "6자회담이 있고, 남북채널이 돌아가고, 4자트랙까지 만들어 차기 정부에게 넘겨주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안정적인 체계가 잡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그러나 "남북이 종전선언을 정확히 어느 시점에 한다고는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건 없지만, 실무급이나 장관급에서 평화체제 협상 개시 선언을 하자고 하면 북한이 자신들과의 합의를 변경했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다"라며 "따라서 정부는 미국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종전선언의 개념과 관련국의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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