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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엇박자, 정리가 되긴 됐는데…

靑-외교부 상호 시각 수용…추진은 '글쎄'

종전선언의 의미와 시점, 주체에 관한 청와대와 외교통상부의 시각차가 청와대 안(案)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정전상태에서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정에서 정치적, 군사적, 법률적 의미에서의 종전선언은 그 마무리 단계에서 이뤄진다는 것이 상식"이라며 외교부의 '일반론'이 타당함을 인정했다.

그러나 천 대변인은 "또 하나의 의견은 이런 것을 전제로 평화체제로 가는 과정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촉진하고 추동하기 위해 사전에 고위급의 공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이런 의미에서의 종전선언 또는 종전을 위한 선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평화협정을 맺기 위한 협상을 개시하는 시점에 종전선언을 추진하겠다는 청와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게 실현된다면 평화협정의 단계는 '종전선언→평화협정을 위한 협상→평화협정 체결'로 나눠지게 된다.

천 대변인은 또 "(종전선언은) 관련 당사국 정상간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의지를 천명하자는 것"이라고 말해 종전선언의 주체가 관련국 정상들임을 분명히 했다. 이 또한 평화협정을 위한 협상 개시 선언은 외교장관 등 실무자급에서 하는 것이라는 외교부의 시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靑, 이견 노출에 당황한 듯

청와대가 이렇게 입장을 정리한 것은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과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지난 24일 상반된 발언을 내놓은데 따른 것이다. (☞관련 기사 : 靑-외교부, 종전선언 두고 '딴 소리')

백 실장은 24일 아침 "남북정상선언에 담긴 3, 4개국 정상들의 종전선언은 평화협상을 이제 시작하자는 관련국들의 정치적·상징적 선언을 의미한다"며 "평화협정으로 가는 터닝 포인트로서, 관련 정상들이 모여서 약속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종전선언"이라고 말했다.
▲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연합뉴스

그러나 송 장관은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언론 브리핑에서 "종전을 하려면 여러 가지 조치가 있어야 하며 정치적·군사적·법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며 "평화협상 개시를 선언하는 것과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협정을 맺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때는 누가 하든지 단순 개시 선언만 하면 되고, 종전선언은 그 협상을 통해 내용을 정리한 뒤 평화협정의 한 부분으로 맨 나중에 하는 것이라는 의미였다.

이같은 차이는 남북정상선언 채택 후부터 지속적으로 있어 왔지만 뚜렷이 드러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백 실장과 송 장관은 같은 날 전혀 다른 발언을 내놓음으로써 양측의 입장차가 심각함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정부는 25일 오후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입장을 조율했고, 다음날 천 대변인을 통해 정리된 내용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안보정책조정회의의 내용을 일부 언론에 전하며 "송 장관이 백 실장의 발언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였다거나 "두 사람이 말한 종전선언의 성격은 지점만 다를 뿐 이견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언론 브리핑을 위해 최신 보도를 훑고 나오는 외교부 장관이 2~3시간 전에 나온 백 실장의 발언을 몰랐을 리 없기 때문이다. 또 종전선언을 언제 하느냐, 즉 "지점"의 문제는 두 사람이 보여준 시각차의 핵심인데도 불구하고 "이견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억지스러웠다.

이는 청와대가 정부 내 엇박자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해 부심했음을 엿보게 해준다. 실제로 정부 당국자들은 25일 밤 몇몇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전후사정을 설명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외교부 입장 미온적이라면 임기 내 성사 어려울 듯

우여곡절 끝에 청와대 안으로 정리가 됐지만 완벽한 의견 통일이 이뤄졌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송민순 장관은 26일 외교안보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평화체제 협상 출범 선언을 어느 급에서 할 것인지에 대해 "실무급도 가능하고 그 문제의 중요도나 난이도, 정치적 타결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최고위 선까지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는 "(종전선언을) 누가 하느냐는 부차적인 것"이라는 송 장관 자신의 24일 발언과 유사한 맥락으로, '정상들이 하는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청와대의 '정리'를 수용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같은 현상과 관련해 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정부 내에 이견이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미국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분리해서 보지 않기 때문에 외교부의 입장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어쨌든 정부 정책이 정해졌으면 그대로 추진해야 하는데 실제 손발이 되어 미국과 협상해야 할 외교부가 미온적이라면 임기 내 종전선언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정상선언에 종전선언이 들어간 것은 부시 미 대통령의 제안을 노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했고 김 위원장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에 완전한 핵폐기는 불가능하다는 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제안을 한 것은 핵폐기 전에라도 만날 수 있다는 뜻인데 외교부가 왜 적극성을 띠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또 "맨 나중에 하는 평화협정은 그야말로 법적인 행위라서 외교장관들이 모여서 하면 된다"라며 "그러나 그 협상을 시작하는데 추진력을 주기 위해서는 최고 지도자급이 모여 정치적인 의지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에 관한 외교부의 시각이 오히려 어딘가에 경도됐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적인 의미의 종전선언을 처음 꺼낸 미국이 왜 최근에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동일시하는지에 대해 "미국은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베긴 이스라엘 총리를 미국으로 불러 캠프데이비드협정을 맺었듯 자신들이 주도·관장하는 형태의 협정을 좋아한다"라며 "그러나 남북 정상들이 종전선언을 한반도지역에서 하기로 하는 등 남북 주도성이 강화되자 일종의 물타기를 하려는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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