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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초에 종전선언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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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르면 내년초에 종전선언 할 수도"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0/08] 문정인 연세대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지난 주 2007 남북정상 선언 이후 이제는 각 분야에서 합의된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현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의 조기 실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 중에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무엇보다 한반도 종전선언에 중국의 참여 여부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지난 2000년에 이어.. 이번 2007 정상회담 때도 특별 수행원으로 북한을 다녀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문정인 교수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연세대 문정인 교숩니다. 문정인 교수는 1951년 제주 출생으로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미국 켄터키대학 정치학과 교수를 거쳐 1994년부터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정치학회 국제위원장,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를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정상회담 갔다 오신 이후 더 바쁘신 것 같습니다. 바쁜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0년 정상회담과 2007년 정상회담을 모두 가보신 분이 드문 걸로 아는데 몇 분이나 되십니까?

문정인 : LG 구본무 회장하고 삼성전자 윤종용 회장, 그리고 저하고 셋입니다.

박인규 : 그러니까 학계나 관리 중에서는 문정인 대사 한 분만 갔다 오신 거네요. 행운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정인 : 그렇죠. 역사적 현장을 두 번 목격했으니 영광이고 행운이기도 하죠.

▲ ⓒ프레시안

박인규 :
어떤 분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보면서 첫 번째 정상회담보다는 감격이 덜한 것 같다는 말씀도 하시던데, 첫 번째 정상회담과 이번 회담, 어떤 차이가 있었습니까?

문정인 : 글쎄요, 첫 번에 비해서, 첫 번이야 사실상 분단 이후 최초 방문이니까 감동과 감격이 상당히 컸죠. 이번엔 상당히 차분한 느낌이 들었구요. 그러나 환영 그 자체는 1차보다 2차 때가 더 격조 높은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1차 때는 순안 비행장에서 바로 김정일 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만나서 환영식 간단히 하고 차 타고 백화원 초대소까지 그냥 지나갔거든요. 연두에서 환영만 있었지만 이번엔 평양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4.25문화회관 앞에서 수십만 군중이 모여서 환영을 했습니다. 그러니 그건 격이 다르죠. 그래서 저는 남측 보도를 보면서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4.25문화회관이라는 게, 4.25가 김일성 주석이 1932년 4월 25일 항일유격대를 만든 그 날이거든요. 북의 모든 정치적 정통성의 근거가 되는 날인데, 그 큰 광장, 평양에서 가장 큰 광장일 겁니다. 거기서 군중환영대를 했다는 건 상당히 의미가 큽니다.

박인규 : 저희가 이번 정상회담 갔다오신 분들 모시면서 이번 회담의 가장 성과나 의미가 뭐냐, 이런 말씀을 여쭤보고 있는데 한완상 총재 같은 분은 예전에는 남북 간의 화해 노력이 중간에 많이 끊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6.15선언에 이어서 또 정상선언이 나오면서 연속성을 이룩했다. 상당히 거기에 의미를 두셨거든요. 문정인 교수가 보시기에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뭐라고 보십니까?

문정인 : 그거죠. 남북관계의 지속성을 거의 제도화시킨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고. 그리고 1차 정상회담이 일종의 선언적이고 총론적이었다면 2차 정상회담은 상당히 본론적이고 각론으로 들어가고 구체적이었다고 할 수 있죠.

박인규 : 국내에서는 한나라당 같은 보수세력 같은 데서 핵문제가 좀 미흡했다든가 또 퍼주기 아니냐, 이런 지적들도 나오고 있는데 그것과는 무관하게, 문 교수께서 보시기에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 중에서 아쉽다거나 좀 부족했다고 느껴지시는 부분은 혹시 없습니까?

문정인 : 저는 개인적으로는 사실상 1990년 남북기본합의서 중에 군사 부분, 남북한 간의 군사적 신뢰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이 있기를 바랬는데 그러질 못했고, 단 이제 경제 부분에서 남북협력을 하고 그것에 대해서 군사적 보장을 해주는 신뢰구축 조치를 취했거든요. 그만큼 아직도 남과 북 사이에 군사적 긴장은 남아있는 거고 그걸 풀려고 참여정부가 노력했고,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바로 서해 지대를 평화지대화 시키면서 거기서 남북한 간의 군사적 신뢰구축을 하려고 했던 대목이 바로 거기에 있는 거거든요. 제가 볼 때는 남과 북 사이에 아직도 오해도 많고 불신도 많고. 그런 걸 우리가 느낄 수 있었던 게 반가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 차이점을 인정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극복하지 못했다는 건 아쉬운 점이 있는 거죠.

박인규 : 앞으로도 군사적 신뢰구축, 군사긴장완화를 위해서는 남북이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다, 그걸 또 보여준 셈이기도 하네요.

이번 정상회담이 끝난 다음 어떻게 보면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것이 4항인가요?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한반도 지역에서 연다. 이게 가능한가 그런 얘기도 나왔는데, 우선 왜 3자면 3자고 4자면 4자지 3자 또는 4자라는 말을 넣었냐. 중국이 빠지는 게 아니냐, 또 일각에서는 남한이 빠지는 게 아니냐, 그런 얘기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문정인 : 이것을 이해하려면 우선 휴전협정 체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죠. 휴전협정은 사실 엄격한 주권국가는 북한만이 참여한 겁니다. 중국에서는 의용군이 참여했고, 미국은 사실상 유엔을 대표하는 16개 참전국을 대표한 국제기구 대표로 얘기할 수 있는 거거든요.

박인규 : 서명대표는 유엔사령부

문정인 : 유엔군 사령부니까요. 그렇다고 보면 휴전협정 자체가 소위 주권국가라고 하는 북한과 중국의 의용군과, 유엔이라는 국제기구를 대표하는 유엔군 사령관 자격으로서 위임받은 미국 대표가 서명한 거거든요. 그러니까 휴전협정 그 자체의 법적 의미를 너무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봐지고요. 그 다음 이번에 순차는 이렇게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드니에서 부시 대통령과 우리 대통령이 만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결국 북핵문제가 진전되고 그러면 한반도도 이제는 종전선언을 하고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고 하는 얘길 했고 그 메시지를 우리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했거든요. 김정일 위원장도 거기 화답을 했어요. 그래서 3자 얘기가 그래서 나왔던 것이거든요. 남,북,미, 3자로 나가는데 하다 보니 고민이 있는 거예요. 6자회담을 보면 관련 당사국 해서 남북한과 미, 중 4개 국가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얘기하는 걸고 돼 있단 말입니다. 그 문제가 있는데 그 다음 또 후진타오 주석이 명시적인 평화협정 아이디어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그것을 승인해서 메시지를 전달한 건 아니거든요. 그렇다 보니 기본적으로는 3자, 남북한과 미국이 하고, 그 다음 중국이 참여를 결정하게 되면 종전선언은 결국 같이 참여해서 4자가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래서 한편에서는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을 연동시키는 문제, 여기서 4자가 나온 거고, 실질적 당사자인 남북한과 미국 3자는 그래서 나온 겁니다. 이건 오해될 것이 하나도 없는데 돌아보니까 상당히 오해의 여지를 많이 만든 모양입니다.

박인규 : 어제도 언론보도를 보니까 중국이 굉장히 섭섭해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도와주기만 하고 받은 건 없지 않느냐, 심지어는 약간의 경고성인 것 같은데, 평화협정 같은 게 제대로 되려면 중국이 방해세력이 돼선 안 된다, 이런 식의 얘기까지 하고 있던데,

문정인 : 글쎄요 중국도 이 상황을 좀 연구할 필요가 있을 거예요.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해서 중국은 그렇게 관심을 표해오지는 않았었어요. 직접적 당사자가 아니니까

박인규 : 국내의 한 연구자께서는 종전선언까지는 중국이 들어가는 게 좋지만 평화협정을 협상할 때는 중국을 끼워넣는 게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말씀도 하던데

문정인 : 평화협정은 들어올 필요가 없죠. 휴전협정 체제를 무효화시키면서 우리 한반도의 종전상태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그때 관련된 법적, 그리고 실질적 당사자들인 남북한과 미, 중 4개국가가 종전을 선언하고 그 다음 평화협정을 수립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제 개인적인 생각은 가장 바람직한 것은 미북 간 평화협정이나 미북 간 국교정상화를 위한 조약을 체결하고 그 안에 평화규정을 집어넣으면 해결이 다 된다고 보거든요. 남북 간에는 기본합의서가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가면 되고, 만약 그렇지 않고 3자가 안 되면 남북한하고 미국이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이런 것도 가능합니다. 남북한이 하고 그 다음 미,중이 이걸 보증해주고 이걸 다시 유엔이 이것을 담보해주는 2+2+1도 가능하겠지만, 그러나 제 개인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는 최고의 길은 미국과 북한이 관계정상화를 하고, 그리고 그 안에 평화조항을 집어넣고 남북한은 기본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하는 조건으로 하면 한반도 평화는 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종전선언까지는 중국이 들어와야겠지만 그 외의 핵심은 북미간 관계정상화이므로 거기 가장 적당한 틀을 만들어내는 게 좋겠다.

문정인 : 그렇죠. 그리고 사실상 지금 주한미군이죠. 남에 우리 자체 군대가 있죠, 북에 군대가 있죠. 그러니까 군사적 직접당사자는 남북한, 미국일 수밖에 없는 거죠.

박인규 : 저희가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을 안 해봐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종전선언이 곧 평화체제 아니냐는 생각도 했는데 요즘 나오는 걸 보니까 어제 송민순 장관 같은 경우는 종전선언이 평화협정의 개시선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그렇다면 종전선언이 언제 가능할 것인가, 최근에 청와대에서도 노무현 대통령 임기 중에 가능하다. 또 일부 아주 낙관적으로 보시는 전문가들은 11월 말씀도 하시더라구요. 물론 그것이 비핵화의 진전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데, 종전선언이 가능한 시점을 언제쯤으로 보고 계세요?

▲ ⓒ프레시안

문정인 :
2.13합의의 2단계인 북핵의 불능화와 성실신고. 모든 핵무기, 핵프로그램에 대한 성실신고, 이것이 이뤄지는 시점이 12월 31일이거든요. 천상 12월 31일 이후에 종전선언이 가능한 거 아닐까요? 종전선언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한반도 평화정상회의가 열려야 되는 거거든요. 남북한, 미, 중 4개 정상이 한반도에서 만나서 거기서 종전을 선언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 거기 때문에 천상 제가 볼 땐 12월 31일 이후에야 가능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박인규 : 최소한 북한의 핵을 불능화하고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가 완료된 이후, 그렇다면 아마 빠르면 내년 초라는 거군요. 종전선언이 만약 이뤄지고 한반도에서 관련된 당사자 정상들이 모여서 종전선언을 하고 난 후에는, 그 다음에는 평화협정을 위한 수순에 들어가게 되겠네요.

문정인 : 당연히 그런데요 그것을 빨리 가속화시켜야겠죠. 제가 볼 때는 종전선언 문제하고 북미관계수교하고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기본조약 체결 문제가 같이 가야 될 거예요.

박인규 : 어떻게 보면 굉장히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는 날이 빨리 다가왔다는 느낌도 들고요

문정인 : 역사적이죠. 그러나 저는 이건, 평양에 가서 느낀 게, 그쪽 사람들과 토론도 하면서 느낀 건 결국 우리 한반도 평화체제의 본질은 미북관계 개선에 있다는 걸 다시 재확인했습니다.

박인규 : 하지만 이번 남북정상선언에 대해서,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한나라당 같은 데서는 북한 핵폐기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왔어야 되는데 그것이 미흡했다, 그런 지적들을 하세요.

문정인 : 그런데 그건 제가 볼 때는 지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는데 그때 상황은 이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10월 3일에 1차 정상회담, 오전에 김정일 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하셨을 때 그때 우리 대통령께서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거론하면서, 북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 비핵화선언에 준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아마 발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김정일 위원장이, 김계관 부상이 북경에서 바로 돌아왔는데 같이 보고 한 번 들읍시다. 김계관 부상이 들어와서 한 15분 동안 6자회담 진전상황, 그리고 10월 3일 합의서에 대해서 보고했어요. 거기에 불능화, 신고, 심지어 폐기 문제까지 전부 다 명시적으로 표현한 거거든요. 이런 걸 실무자들이 선언문을 만들 때 이미 그건 돼 있고 9.19선언의 제 1항이 북은 핵을 완전히 폐기한다는 게 들어있는데 여기 다시 넣을 필요가 있느냐, 그런 주장을 해서 선언문 4항에 평화체제 하는 문제하고, 핵문제는 9.19 선언과 2.13합의를 성실히 이행해나간다는 걸 집어넣었거든요. 그것은 제가 볼 때는 명시적으로 한 거나 다름없다고 보아집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이번 6자회담 합의에 따라서 연말까지 북핵을 불능화하고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해야 되는데 그것이 원만하게 순조롭게 이뤄지기까지 예상되는 장애물 같은 건 없습니까? 예를 들면, 지금 그것에 대응해서 미국에서는 테러지원국 해제라든가 적성국 교역금지법을 풀어준다고 했는데 약속은 안 했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약간 문제가 되겠다든가...

문정인 : 사실 항상 변수는 있습니다. 지금은 모든 게 선순환구조로 가는 거거든요. 6자회담의 진전, 남북정상회담의 진전, 이런 것들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번영을 가져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분명한데, 항상 변수는 있죠. 이게 악순환으로 갈 수도 있겠죠. 그러나 미국이 이번에 분명히 해준 것은 불능화하고 성실신고를 하면 바로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북을 제외하겠다는 의사를 했고 제가 알기로는 9일에 미국 팀들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와 더불어서 그 협상도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된다고 하면 제가 볼 땐 상당히 긍정적으로 모든 게 빨리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오늘 언론보도를 보니까 미국에서 북한에 대해서 대규모 식량지원과 병원용 발전설비를 지원한다. 앞으로 미북관계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고 계십니까?

문정인 : 저는 상당히 잘 풀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만큼 북측도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하는 걸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박인규 :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서는 미북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것만큼 중요하진 않을 수 있겠지만 북한과 일본과의 관계, 이 부분이 사실 납치 문제 때문에 많이 어려운 관계 아닙니까? 이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될까요?

문정인 : 이번에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후쿠다 총리가 보낸 메시지를 김정일 위원장한테 전달했죠. 있는 그대로, 납치 일본인 문제를 김정일 위원장에게 제기를 했고. 그 점에 대해서 김정일 위원장은 납치 일본인은 없다, 그 문제는 해결된 걸로 안다고 답변했답니다. 그 다음에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께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한 얘기는 아무튼간에 남북관계가 잘 되려면 북일관계가 개선돼야 할 텐데 염려된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해서 김정일 위원장은, 자기도 그건 동감한다, 그래서 일본과 관계개선 노력을 하겠다는 얘기를 했답니다.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도 분명히 일본과 관계개선을 상당히 바라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지금 정상회담 이후에 종전선언 얘기까지 나오고 굉장히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좋은 방향으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가장 신경써야 될 부분이 있다면 어느 부분일까요?

문정인 : 제일 중요한 건 국민적 합의죠. 그러니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남갈등이 해소되고. 사실 이번 노무현 대통령이 이북 가서 합의한 사항이라는 게 기본합의서 틀에서 벗어나는 게 하나도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야당들도 그걸 충분히 이해해서 초당적으로, 그리고 대승적으로 국민적 합의를 보내서 이것이 실현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박인규 : 1차 정상회담 때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임동원 전 장관께서는 지금이 세 번째 평화 만들기라고 말씀하시던데. 91년도 남북기본합의서, 두 번째가 제네바합의. 이번엔 정말 잘 돼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정착됐으면 좋겠습니다.

문정인 : 저도 꼭 같은 생각입니다.

박인규 : 군사 부문 관련된 질문을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전에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국민적 논란이 되고 있는 게 서해북방한계선 문제에요. 물론 이번에 우리 정부에서 평화협력지대를 만들자고 해서 긍정적인 안을 냈는데, 보수적인 세력 쪽에서는 그렇다면 NLL문제는 어떻게 된 거냐. 그 문제는 넘어간 거냐, 우리가 포기한 거냐,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번에 그쪽에서 NLL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서요?

문정인 : 놀랍게도 제기하지 않았어요. 전에는 어떤 형태의 서해에서의 공동사업, 임진강, 한강 하구사업... 전제조건이 NLL문제에서 남측이 분명히 양보하라는 거였는데 이번엔 그 전제조건을 달지 않았어요.

박인규 : 그 의미는 지금의 NLL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겁니까?

문정인 : 그럴 수도 있겠죠. 우리가 해상경계선으로서 NLL을 갖고 있는 건데 그걸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러나 이 모든 건 11월 평양에서 열릴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가 될 건데요. 그러니까 NLL문제의 선결 없이 우리가 제안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역이라는 걸 받았다는 데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북한 측의 NLL문제에 대한 입장변화라고 볼 수도 있다.

문정인 : 부분적 입장변화라고 볼 수 있겠죠.

박인규 : 이번 회담에서 남북이 북한의 해주를 경제특구로 개발하기로 했어요. 해주항이라는 데는 북한의 서해사령부라고 하던가요? 굉장히 군사적으로 요충지라던데 그 군사적 요충지를 경제특구로 개방하겠다고 나온 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좀 의구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정인 : 그만큼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느끼는 거겠죠. 개성이 북의 입장에선 최전선 아닙니까? 개성공단 허용했죠. 우리 장전항 해서 금강산 개발하는데도 장전항이 북의 잠수함 핵심기지거든요. 그것도 북이 열어놨단 말입니다. 이번도 해주, 북의 해군력의 60%가 해주에 집중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열었다는 것은 결국 경제협력을 통해서 서로 뭔가를 얻으면서 이런 것들을 통해서 평화의 지분을 찾으려고 하는 북측의 노력도 반영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인규 : 이번 정상회담을 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에 개혁 개방이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서 김정일 위원장이 상당히 이의를 제기했다고 하고. 더불어서, 개성을 개방했는데 4년 이상 특구를 운영했는데 실제로 실익은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해요.

▲ ⓒ프레시안

문정인 :
오전에 1차 정상회담을 할 때 노무현 대통령께서 특구를 북에 만들자. 그랬더니 김정일 위원장의 답이, 개성에 특구 해서 우리 득 본 거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4년 전에 첫 삽질 해놓고 지금 아직도 시범단계 아닙니까, 속도가 너무 늦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개방의 실익을 별로 받은 바가 없다.

문정인 : 그리고 세 번째로는, 남븍에서 개성공단 가지고 얼마나 정치적으로 활용했습니까? 개방 개혁의 모범사례처럼 하는데 듣기 안 좋습니다. 이렇게 얘기했고, 그걸 들은 대통령께서 점심을 할 때 간단한 모두발언을 하셨는데, 그때 말씀하신 게... 이번에 느낀 건 우리는 자연스럽게 개방 개혁 얘기를 하는데 북에서는 그게 엄청나게 불쾌하게 들리고 마치 북측 체제를 변화시키려고 하는 남측의 전술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역지사지 심정으로 개방 개혁이라는 표현 같은 건 상당히 우리가 용어를 쓰는데 신중해야겠다. 그런 말씀을 하셨죠.

박인규 : 북한의 입장은 개성공단을 통해서 남측이 정치적 이익을 얻었을지 몰라도 북측에 경제적인 실익은 별로 없다. 그런 말인 것 같은데요 앞으로 북한도 이른바 개방을 해서 경제적 실익을 얻었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문정인 : 이번에 경제 부분, 선언문 5항에 보면 재밌는 표현을 씁니다. 공리, 공생, 유무상통. 이건 북측에서 쓴 용어인데 유무상통이라는 용어에 우리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요, 북이 없다고 하지만 북도 줄 게 있고, 남이 가지고 있지만 남도 얻을 게 있다. 개성사업 같은 건 일방적인 퍼주기가 아니라는 거죠. 남의 자본과 기술, 북의 토지와 인력. 이렇게 합쳐서 서로가 상생적 이익을 취득하는 건데 남에서는 마치 그걸 퍼주기하는 것처럼 하는데 그런 식으로 하면 경제협력 못 한다고 해서 이번 5항에 그런 식으로 공리, 공영, 유무상통이란 표현을 써서 양측이 상생의 입장, 상호보완적, 상호 호혜적인 교환관계를 갖자는 것을 명시했죠.

박인규 : 우리쪽 입장에서도 북한에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서로 이익을 보는 관계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겠군요.

문정인 : 사실 그렇고요. 이번에 동해안의 안변과 서해안의 남포에 조선협력사업을 하거든요. 대표적입니다.

박인규 : 이번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어떻게 보면 양측 정상회담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거라는 하나의 선례를 만들었는데, 합의문에 수시로 만난다는 표현이 있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 정례화하는 게 낫지 않느냐, 정상회담의 주도권을 북측에 준다는 의견도 있고. 또 한쪽에선 북한의 실질적인 최고지도자가 김정일 위원장인데 왜 첫 번째 방문을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하느냐, 그런 데 대한 불만도 좀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봐야 될까요?

문정인 : 글쎄요 후자의 경우는 김정일 위원장의 남측 방문은 상당히 우리가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처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표하는, 아주 극단적 반대입장을 취하는 분들이 남측에 많지 않습니까. 그런 분들이 계신데 김정일 위원장이 왔다가 경호상이나 의전상의 문제가 생긴다고 보세요. 북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차지하는 위치로 봐서는 그게 남북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거든요. 그런 점을 본다면, 하여간 북측 헌법상에 국가 수반인 김영남 위원장이 답방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니냐는 의미에서 나온 것 같고요.

박인규 : 많은 분들이 남북정상회담을 우리가 자꾸만, 심하게 얘기하는 분은 구걸하다시피 해서 하고 있는 거 아니냐, 그런 불만이 있는 것 같아요.

문정인 : 글쎄요, 수시개최 문제도 사실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정상회담에서 하나를 터뜨리지 않습니까. 이번 선언문 같은 게 향후 한 5년에서 한 10년 할 수 있는 걸 다 담았다고 보는데, 총리회담 열리고 부총리회담, 각료회담 열리지 않습니까? 이렇게 하다가 일이 안 풀리면 그때 정상회담 만나서 다시 정리해서 또 나가고, 이런 의미에서 수시정상회담이거든요. 그렇게 하다 보면 그게 정례화나 다를 바가 없는 거거든요. 그 다음, 우리가 왜 정상회담을 자꾸 구걸하는 식으로 하느냐. 이번 정상회담도 사실 북에서 요청한 거지, 우리가 요청한 거 아니란 말입니다. 그 다음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구걸해서라도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고 통일을 할 수 있다면 왜 못하겠습니까.

박인규 : 만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번 10.4남북정상선언으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이 늘었고. 일부에서는 이전까지가 6.15시대라면 앞으로는 10.4시대다. 1004시대라는 말도 하긴 하던데요,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 앞으로 뭐가 필요한지 마지막으로 마무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정인 : 첫째 저는 이걸 바라고 싶어요. 남북관계라는 게 미북관계의 종속변수가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겠다. 미북관계가 어렵더라도 남북이 해서 풀어나가면서, 그렇게 해서 아주 남북이 안정화된 협력과 교류의 단계로 들어갔으면 하고 바라고요. 두 번째는 아무리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고 해도 남북문제라는 것은 결국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거고 대승적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남측에서 하여간 잘한 것들은 다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도움을 주고 지지해주고 같이 끌어나가는 것이 한반도 평화, 번영, 통일을 앞당기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인규 : 주변 상황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을 추진해갈 필요가 있고, 그걸 위해서는 남한 내의 국론의 통일이랄까요,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국제안보대사시니까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서 많은 역할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정인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지난 2000년에 이어.. 이번 2007 정상회담 때도 특별 수행원으로 북한을 다녀온 연세대 문정인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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