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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공동통화 발행 가시권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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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공동통화 발행 가시권에 들어섰다"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80> 남미은행 11월 초 창설확정

금년 6월 창립을 목표로 추진되었던 남미은행이 자본금분담과 주주회원국 참여 문제를 놓고 시간을 끌어오다 드디어 오는 11월 3일 창립을 선언한다는데 최종 합의했다. 지난 8일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7개국 경제관련 주무장관 회담에서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등 서방금융기관들의 대안으로 자리를 잡게 될 남미은행은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브라질, 에콰도르, 볼리비아,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7개국이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비록 창립멤버에서는 제외됐지만 칠레와 콜롬비아, 페루, 가이아나, 수리남 등 국가들도 추후 남미은행에 주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 남미은행의 임시로고. 막판에 참여를 결정한 우루과이 국기가 빠져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태동하게 될 남미은행은 지금까지 다국적 서방금융기관들에 의해 움직여왔던 중남미 금융시장에 자율성을 확보해주고, 지역특성에 맞는 경제 개발프로젝트를 수립하게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질적으로 남미은행 창설의 실무를 주도했던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등 중남미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남미은행에 참여할 국가들의 외환 보유고가 30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어 남미은행이 본격적으로 가동이 되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남미은행이 업무를 시작하면 회원국들의 안정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유로화에 뒤이은 중남미 공동통화 발행에 박차를 가해 역내 금융시장 안정은 물론 달러화의 의존도를 대폭 줄여나가겠다는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등 서방금융기관들은 남미은행 창설 결정에 비상이 걸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의 통제를 벗어난 대륙별 금융기관 창설이 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 금융기관들은 남미은행 창설이 가시화되자 최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지원을 강화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남미은행의 파장이 타 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발 빠른 움직임인 것이다. 또한 이들 금융 기관들은 개발도상국을 향한 종전의 콧대높은 고자세를 버리고 금융서비스의 질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내부 정책개혁론도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현지 경제전문가들은 남미은행이 마냥 장밋빛 청사진만을 가지고 출범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경제계의 참여의지가 남미은행과 공동통화 발행의 최대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브라질 경제계는 남미은행이 창립일정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브라질이 창립멤버로 참여하게 된 것에 대해 "룰라가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아직까지도 IMF와 WB 등 서방 금융기관들과 밀월을 즐기고 있는 브라질 경제계는 차베스 주도의 남미은행 발족을 실리를 떠나 무조건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남미은행이 경제적인 실익추구보다는 정치적으로 휘둘릴 거라는 이유를 들어서다.

이들은 나아가 남미은행이 볼리비아나 파라과이, 에콰도르 등 경제기반이 취약한 국가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경제성장의 발판이 되겠지만 중남미 최대 경제대국 브라질이 남미은행을 통해 얻을게 무어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브라질 경제계 인사들은 노골적으로 남미은행은 차베스가 주도하고 있는 중남미통합의 들러리 역할을 하게 될 거라는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브라질 경제계의 이와 같은 입장은 룰라 정부가 남미은행에 소액지분(3억 달러)만을 고집하면서 지금까지 은행창설에 딴지를 건 깊은 속내이기도 하다.

천연가스에 매인 룰라 남미은행이 유일한 대안

그러나 룰라는 마냥 자국 경제계의 입장에 매달려 남미은행 참여를 거부할 수 없다는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당장 차베스와 등을 돌리게 되면 브라질 산업이 휘청거릴 만큼 천연가스 등 에너지 공급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룰라의 고민은 볼리비아산 천연가스다. 에너지자원의 자급자족을 외치고 있는 룰라 정부는 볼리비아산 천연가스의 의존도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상당기간 동안 볼리비아산 천연가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브라질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부라스는 지난 8월 13일 볼리비아 정부로 부터 투자금 전액을 환불 받고 철수를 결정했지만 곧바로 에보 모랄레스 정부가 내세운 에너지자원 국유화 정책을 인정하고 대규모 투자계획서를 새롭게 제출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전면적인 철수를 내세우며 기세등등하던 브라질의 페트로부라스가 볼리비아 정부의 국유화 정책을 그대로 받아드리고 새로운 투자를 해서라도 볼리비아산 천연가스만은 예전대로 공급을 받겠다고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결국 룰라가 브라질 경제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차베스와 모랄레스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남미은행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은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가 맺은 가스에너지 동맹의 힘이 상당한 작용을 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비록 형식적이라 할지라도 경제대국 브라질의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었던 남미은행은 천연가스라는 에너지의 뒷심에 힘입어 순조로운 출발을 하게 될 거라는 전망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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