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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은행 창설 놓고 차베스-룰라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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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은행 창설 놓고 차베스-룰라 신경전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63> 남미공동시장 정상회담 결산

지난 6월말 창립을 목표로 추진됐던 남미은행 창설 선언이 8월로 미뤄졌다. 회원국의 몸집을 좀 더 불리자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실제로 남미은행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우루과이가 마지막 순간 참여를 선언해 시간이 필요하기는 했다. 여기에 브라질의 요청에 따라 칠레까지 남미은행 창설멤버로 참여하는 것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어 6월말로 예정됐던 창립선언이 뒤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에서 개최된 제33차 남미공동시장(MERCOSUR) 정상회담에서는 남미은행 창설을 사실상 매듭짓고 회원국들의 균등한 경제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폐막됐다.

당초 중남미 언론들의 기대를 모았던 남미은행 창립선언은 지분금 규모와 추가회원 영입에 대한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중남미 정상들은 7월 카라카스 실무회담을 거쳐 8월 리우 회담에서 남미은행 창설문제를 매듭짓는다는 데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브라질 정부가 우루과이를 설득하고 칠레까지 끌어들임으로써 베네수엘라의 독주를 막으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은 향후 갈등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베네수엘라 갈등 잠복

브라질의 의도대로 칠레까지 남미은행 참여를 결정한다면 남미은행 회원국은 8개국으로 늘어나 4대 4의 팽팽한 구도로 자리잡게 된다.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한 아르헨티나-볼리비아-에콰도르 구도와 브라질의 입장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 되는 우루과이-파라과이-칠레 구도가 그것이다. 이는 남미은행의 운영에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독주체제를 견제하고자 하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노림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룰라의 이런 의도를 미리 간파한 차베스는 막판에 남미공동시장 정상회담 불참을 결정하고 일정을 앞당겨 러시아와 이란 방문을 떠나버렸다. 이미 남미은행 창설선언이 뒤로 미루어진 마당에 괜히 시간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차베스의 불편한 심기는 이란 도착 후 표면화되기도 했다. 브라질 정치권이 베네수엘라의 정회원 자격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굳이 탁상공론에만 그치고 있는 남미공동시장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브라질 등의 국가들이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통합과 은행창설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어 남미공동시장을 포기하고 차제에 아메리카를 위한 볼리바리안 대안국가(ALBA)들과 연계해 자신의 중남미 통합프로젝트에 전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차베스는 룰라의 대외정책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룰라가 미국이 주도하는 미주지역자유무역지대(FTAA)창설에 남미공동시장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것이다. 차베스는 이어 남미공동시장이 브라질 주도로 신자유주의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베네수엘라는 굳이 이와 같은 남미공동시장 회원자격에 연연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하지만 차베스가 쉽게 남미공동시장을 포기하지는 못할 거라는 전망이 대세다. 남미공동시장은 면적에 있어 전체 중남미 대륙의 72% 이상일 뿐만 아니라 인구분포 역시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중남미를 대표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남미 정상들에게 남미공동시장이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룰라를 향해 남미공동시장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통합 의지를 실현할 국제적인 기구는 얼마든지 있다는 엄포를 한번 놓아둘 필요를 느꼈을 거라는 분석이다.
▲ '남미은행 잘 돼가고 있습니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왼쪽)과 네스또르 키르츠네르 아르헨 대통령 ⓒ아르헨 대통령궁.

한편 남미은행 창설을 주도하고 있는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남미공동 시장 정상회담 후 현지기자들과의 대담에서 남미은행 창설을 낙관하고 문제가 되고 있는 자본금 지분액수를 대폭 낮추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절충안을 내놨다.

브라질 등이 요구한 대로 소액 자본금 참여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부족한 자금은 남미통화기금을 창설해서 충당하겠다는 복안이다.

코레아 대통령은 남미은행과 기금 창설에 낙관적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아순시온 정상회담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경제와 금융시장 독립이야말로 이 지역의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는 길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와 더불어 남미은행을 중심으로 한 중남미공동통화 발행문제도 상당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는 지역 경제의 특성을 살리는 경제개발프로젝트의 '자금줄' 역할을 남미은행이 할 거라는데 모두가 인식을 함께 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남미은행창설과 기금확보, 공동통화발행은 다만 시간 문제 일뿐이다."

아르헨 경제통상차관 "남미경제통합 시동 걸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최대의 성과로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우루과이와 파라과이를 만족시킬 만한 통합경제프로젝트를 발족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아르헨티나 외무부의 에두아르도 시갈 대외경제담당 차관을 만나 들어봤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서 깊은 '카페 또르또니'에서다.

시갈 차관은 남미은행 창설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묻는 필자의 질문에 "내 소관이 아닌 아르헨티나 경제부 소관"이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남미공동시장이 각국의 특성을 살려 산업발전의 분업화는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갈 차관은 이와 같은 역내 국가간 산업의 분업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금확보가 우선 돼야 하는데 남미은행이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중남미 정상들은 모두가 남미은행 창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남미공동시장위원회는 그동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돼왔던 우루과이와 파라과이의 산업발전을 위해 지역특성을 살린 경제지원책을 결정했다"며 "파라과이와 우루과이 양국은 이 지원 프로젝트의 자금규모와 기술지원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빠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남미공동시장위원회에 제출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 에두아르도 시갈 아르헨티나 외무부 대외경제담당 차관 ⓒ김영길

지역특성화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시갈 차관은 "우루과이 정부는 자동차 부품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택,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주력시장으로 삼을 전략을 갖고 있으며 파라과이는 각종 가구류와 사무용책상 등을 주력사업으로 키워 중남미 전체시장으로 진출할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가 확정되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양국은 자금은 물론 기술지원과 상품의 소비까지를 책임지게 된다.

시갈 차관은 또 "이같은 약소국 경제지원 프로젝트를 위해 남미공동시장은 오는 2008년부터 매년 1억 달러 상당의 경제지원자금이 필요하다"며 남미은행 창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미공동시장의 기본목적인 관세동맹은 오는 2008년까지 각국의 수출입 상품에 대한 세관코드 동일화 작업을 마친다는 데 합의했다"며 "우선적으로 중국산 섬유류와 신발류 등에 대한 관세부터 동일하게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갈 차관은 베네수엘라가 남미공동시장을 탈퇴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 에콰도르가 이번 아순시온회담에서 정회원 자격신청서를 제출했다"면서 "차베스가 남미공동시장에서 탈퇴를 하려고 생각한다면 에콰도르가 신규가입신청을 했겠느냐"는 반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차베스가 남미공동시장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지난 1991년 출범한 남미공동시장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독무대 체제에서 벗어나 몸통불리기와 함께 지역경제통합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 것만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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