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신들은 미국의 이란 공격설과 관련해 좀 더 구체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 측 인사들 뿐 아니라 미국의 유럽 동맹국 인사들로부터도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은 16일 프랑스 RTL라디오와 LCI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전세계에 진정한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최악의 상황, 즉 전쟁에 대비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내각 구성을 위해 단행한 지난 5.18 개각 때 야당인 사회당에서 발탁돼 화제를 모은 장관으로 "사르코지는 다혈질인데, 쿠슈네르는 충동적이어서 걱정된다"는 평이 따라 다지는 인물이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쿠슈네르의 발언에 대해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 후 지난달 가진 첫 외교정책 연설에서 나온 발언에 이은 호전적인 경고"라고 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당시 "세계 열강들이 추진하고 있는 외교적 노력이 좌절되면, 이란의 핵 무기를 허용하거나 이란을 폭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AFP> 통신도 "쿠슈네르의 발언은 군사적 공격계획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그는 모든 상황에 대해 계획을 세워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쿠슈네르 장관은 또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연합 차원에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독일의 제안으로 유엔을 통한 제재 이외에 가능한 수단을 찾기 위해 며칠 전 양국이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또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 등 핵보유국 5개국과 독일까지 포함한 6개국은 오는 9월21일 미국 워싱턴에서 회동을 갖고 새로운 이란 제재 결의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는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구 강대국들은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을 요구하면서, 이를 강요하기 위해 유엔을 통한 제재를 꾀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평화적인 목적으로 하는 핵 프로그램이라며, 결코 중단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란과의 전쟁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의 대표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업체들에 이란이 제안하는 공사에 입찰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쿠슈네르는 "민간기업들이기 때문에 입찰을 금지시킨 것은 아니지만, 입찰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조언한 것이며 이런 조치를 취한 정부는 프랑스 뿐이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얼마나 심각하게 상황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파지르 기지가 최우선 공격 목표물"
미국에서 흘러나오는 이란공격설은 더욱 섬뜩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일 영국 <더 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가 "미국 국방부가 이란의 군사력을 사흘내에 무력화시키기 위해 이란의 1200개 목표물에 대한 대규모 공습계획을 수립했다고 알려졌다"고 보도(☞관련기사: "美 국방부, 이란 전면 공습계획 수립")한 데 이어 이번에는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가 "미 국방부가 이란 내 공격 목표지점 최대 2000 곳을 확정했다고 알려졌다"며 보다 큰 규모의 공격계획을 전한 것이다.
이 신문이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1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최우선 공격 목표물은 이란혁명수비대 쿠즈 여단이 지키고 있는 이란 남부의 파지르 기지가 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서방정보기관들은 이 기지에서 이라크 내 미군과 연합군을 겨냥한 대전차 로켓 등이 제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신문은 "미국의 국방부와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들은 부시 대통령과 이너 서클은 이란을 공격하기 위한 절차를 밞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그들 사이에서는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저지하려는 외교적 노력은 실패가 예정된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이미 백악관은 이란을 치기 위해 위기를 조성하는 정교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미국이 파지르 기지 등 이란의 주요 군사시설을 공습하게 되면, 이란은 석유 수출을 중단하는 등 강력하게 맞대응할 것이며, 이에 대해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 나아가 이란군에 대해 직접적인 공습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의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부시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없다는 확증을 얻기 전에 임기를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외교적 해법을 강조해온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이란 공격을 주창해온 체니 부통령과 이견 조정을 한 뒤 군사행동에 돌입할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라이스 장관이 외교적 해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온건파는 결코 아니다"면서 "필요하다면, (강경파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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