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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처음부터 이란을 치라니깐…"

IPS "이스라엘,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반대했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기 내에 이란에 대해 전면적인 공습을 감행할 계획을 수립했다는 보도(☞관련 기사: "美 국방부, 이란 전면 공습계획 수립")가 나오면서, 그동안 부시 행정부가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사용하려는 목적이라며 문제 삼아온 이유가 이란을 공격할 명분쌓기였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2003년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침공할 때도 사담 후세인 정권이 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과장된 허위정보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동을 장악하기 위해 전쟁을 벌일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이라크보다는 이란을 공격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종파분쟁이 극심한 이라크에서 진퇴양난에 빠져있는데, 수니파인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후 이란과 연계한 시아파의 득세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수니파는 이라크에서는 소수파이지만, 이슬람 전체로 보면 압도적인 다수파이면서 친미정권이 대부분인 반면, 이란은 시아파 종주국으로서 미국 타도를 외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라크의 시아파 반군까지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어 중동지역에서 수니파-시아파 간 힘의 균형이 오히려 미국에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이스라엘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계획을 반대하고, 처음부터 이란을 공격하는 데 집중해 줄 것으로 요구했었다는 사실이 공개돼 주목된다.
▲ 지난 9월 3일 이라크 주둔 미군 부대를 전격 방문한 부시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미국의 진보적인 싱크탱크인 외교정책포커스(FPIF) 연구학자인 가레스 포터는 최근 국제민간통신사 <IPS>에 기고한 글(원문보기)에서"이스라엘은 미국이 이라크가 아니라 이란을 공격목표로 삼을 것을 요구했었다"고 전했다.

포터의 주장은 미 국무부 고위관료로 부시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인 콜린 파월의 수석보좌관을 지낸 로렌스 윌커슨이 <IPS>와 가진 인터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윌커슨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이라크 전쟁을 계획하던 부시 행정부에게 이라크를 침공하면 중동이 더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란을 주적으로 삼을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구상하는 움직임을 포착하자마자 즉각 "이라크가 적이 아니라, 이란이 적"이라고 말하면서 이같은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부시 행정부에 전했던 요지는 이란을 즉시 공격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라크와 사담 후세인 때문에 이란이라는 위협적 존재에 대한 초점을 흐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2001년말부터 이라크 침공 계획 반대 의사 전달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부시 행정부에 전달한 시점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 대한 공격계획을 심각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온 2001년 12월이었다.

밥 우드워드 기자가 쓴 <공격계획>에도 2001년 12월 1일 당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중부군 사령관 토미 프랭크스에게 그 해 12월 4일 이라크에 대한 새로운 전쟁계획에 대해 첫번째 공식 브리핑을 할 것을 지시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후 럼스펠드와 프랭크스는 전쟁계획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측도 전쟁계획에 대해 일부 정보를 취득했다. 아리엘 샤론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침공계획에 대한 논의를 하자며 면담을 요청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2002년 2월 7일 샤론과 부시가 회동하기 전 날 "몇 주 전부터 이스라엘 측은 부시 행정부에 "이란이 더 큰 위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또 WP에 따르면 샤론 총리를 수행해 미국을 방문한 푸아드 벤-엘리저 당시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란이 이라크보다 훨씬 더 위험한 존재"라고 말했다

2006년 초부터 혼수상태에 빠진 샤론은 부시와의 회동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밝힌 적이 없다. 그러나 에후드 바락 전 이스라엘 총리의 보좌관이었던 요시 알퍼는 지난 1월 미국에서 발행되는 유태인 주간지 <포워드>에 기고한 글에서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샤론은 부시에게 이라크를 점령하지 말 것을 충고했다"고 썼다.

알퍼에 따르면, 미국은 이라크 침공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의 지지를 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라크 이웃 아랍국가들의 부정적 반응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공개적인 지지를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 이라크 반군의 공격에 대비해 이라크 주둔 미군과 이라크군이 합동수색 작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이에 따라 샤론 정부는 이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침묵을 지켰다. 다만 2002년 8월 16일 샤론의 보좌관 라난 기신이 발표한 성명은 대표적인 예외다. 라난은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지금에 와서 연기한다는 것은 후세인에게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밀고 나갈 더 많은 기회를 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2년 10월까지만 해도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계획을 짜느라 몰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스라엘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었다. 당시 이스라엘 참모총장과 군정보당국 최고책임자 모두, 사담 후세인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미국에게 주된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을 사실상 일축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두 사람은 걸프전 이후 이라크는 약해져간 반면, 이라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갈수록 우위를 확고히 다져왔다는 점도 시사했다.

이스라엘 군정보당국의 최고책임자 아론 파크라슈는 이라크는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할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았다면서, 이라크가 단기간에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이스라엘의 한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도 "군 정보당국은 이라크가 4년 이내에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핵무기에 관한 한 이라크보다는 이란이 훨씬 더 큰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후세인 정권 붕괴 후 이란의 득세 우려

이스라엘의 군사전략가들은 대부분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면, 1991년 걸프전 때 미국이 후세인 군대를 격퇴한 이후 이란 쪽으로 기운 이란-이라크 사이의 힘의 균형이 더욱 이란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1996년 이스라엘의 집권 리쿠드 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미국의 네오콘 인사들은 중동에 있는 이스라엘의 모든 적들을 쓸어 버리기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보다 공격적인 합동전략을 수립할 것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공격 대상에는 물론 이란도 포함되지만, 우선 후세인부터 축출한 뒤 이라크에 친이스라엘 정권을 세우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장이 바로 '이라크 전쟁의 설계자'로 알려진 리처드 펄이 주도한 태스크포스가 1996년에 제출한 보고서의 요지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스라엘 군사전략가들과 리쿠드 당 인사들은 샤론 총리를 포함해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다.

가레스 포터는 그 이유에 대해 "많은 현안에 대해서 미국의 네오콘과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견해를 같이 하지만, 이라크 침공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정부와 미국의 네오콘과 정치·군사적인 이해관계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 인사들은 적은 비용으로 중동의 변화를 촉진할 적당한 대상을 이미 군사적으로 약해진 후세인의 이라크로 본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과 이라크 중 누가 더 위협적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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