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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미-이란 대리전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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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미-이란 대리전 희생양"

[분석]부시가 이라크 철군을 거부하는 이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라크 주둔 미군의 병력수준 결정에 대한 원칙에 대해 "보다 큰 성공을 거두면 보다 많은 미군 병력이 돌아온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전면 철수 일정표를 제시하라는 민주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고, 다만 올해 3만여 명의 병력을 증파한 효과가 나타났기에 증파 병력 일부인 2만여 명만 내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일부 철군에 대한 근거로 밝힌 '병력 증파에 따른 성공'은 현지상황을 왜곡한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일으킬 때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는 허위정보를 내세운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병력 증파 이후 급속히 치안이 안정된 곳'으로 지목된 안바르 주에 대한 이라크 주둔 사령관의 현지보고 자체가 백악관의 주문에 의한 '맞춤 정보'라는 의혹이 무성하다.

부시 대통령의 철군 계획 발표 몇 시간 전에, 이런 의혹이 사실임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안바르 주 수니파 부족 지도자 압둘 사티르 아부 리샤(37)가 안바르 주도 라마디의 자택 근처에서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다 매설 폭탄이 터지며 경호원 2명과 함께 살해된 것이다.

게다가 아부 리샤가 살해된 이날은 이슬람권 사람들이 모든 투쟁조차 중단한다는 라마단(이슬람의 단식월이자 성스러운 기간)의 첫 날이었다.
▲ 부시 대통령과 만난 지 열흘 만에 살해된 수니파 부족 지도자 아부리샤. ⓒ로이터=뉴시스

"'안바르 성공'은 현장 왜곡 정보"

다음날 이라크 내 알카에다 산하 조직으로 알려진 '이라크 이슬람 국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다. 이 조직은 성명에서 "알라는 형제들에게 이단자의 이맘(예배 인도자)을 죽일 수 있도록 하셨으며, 그는 부시(미 대통령)의 개들 중 하나"라면서 "이번 공격은 1개월이 넘게 준비한 영웅적인 작전"이라고 밝혔다.

<아시아타임스>는 15일 "이번 사건은 알카에다가 그들의 활동을 방해하지 말라는 가장 강력한 경고"라면서 "아부 리샤는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이 이라크 병력 증파의 성공을 위해 가장 의존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바그다드 서쪽에 위치한 안바르 주는 알카에다 등 수니파 반군이 가장 극성을 부리는 곳이지만, 최근 급속도로 치안이 안정된 이유는 같은 수니파인 부족들 일부가 알카에다의 지나친 유혈투쟁에 반감을 갖고 미국과 협력하는 변화가 일어났기 대문이다.

특히 아부 리샤는 원래 미군이 주도하는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지난해 가을 알카에다가 그의 아버지와 두 형제를 살해해 충격과 배신감에 빠진 나머지, 알카에다에 대한 '복수'에 나서 안바르 주의 부족 지도자 200여 명을 규합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는 안바르 치안 안정을 가져온 대표적인 친미 이라크인으로 꼽혀, 부시 대통령이 지난 3일 안바르주를 깜짝 방문해 그와 개인적으로 면담을 할 정도였다. 부시 행정부는 안바르를 올해 병력 증강의 성공사례로 선전해 왔다.

하지만 <아시아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알카에다가 일으킨 요인 암살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안바르 주가 겉으로는 일시적으로 안정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안바르에서 수니파 부족들의 심각한 분열이 가공할 내전으로 폭발할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수니파를 연구해온 마크 린치 미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부시 행정부가 전달하는 그림과는 현재 상황이 매우 다르다"면서 "이라크는 현재 극도로 분열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에서 알카에다 조직원은 최대 800명 정도에 불과한 반면, 미군 축출을 최우선 목표로 활동하는 수니파 반군 조직원은 10만 명에 달한다.

아부 리샤가 규합한 부족 파벌들은 대부분 수니파에서도 둘라이미 부족에 속하는 반면, 알카에다는 마샤다니 부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아부 리샤는 알카에다가 아니더라도 다른 수니파 부족들에 의해서 살해될 운명이었다는 것이다.

마크 린치는 "많은 부족 파벌들과 여러 분파의 반군 지도자들이 아부 리샤 같은 친미인사들이 미군 점령에 맞싸우며 이룩한 성과를 부당하게 가로채고 있다면서 경고해 왔다"고 덧붙였다.

부시 행정부도 이라크의 실제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의 여러 세력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기만적인 전술을 펴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 지난 3일 이라크 안바르 주 미군기지를 깜짝 방문한 부시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아시아타임스>에 따르면,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이 지난 2005년 말 새롭게 작성한 반군진압작전 지침에는 수니파 무장조직들을 지원해 수니파 반군을 진압하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현재 이라크인 70%가 실업자인 상황에서 미국은 이라크 무장단체의 말단 조직원이 월 900달러를 받을 만큼 자금을 동원해 이들을 미군의 용병으로 부리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최근까지 알카에다 편에서 활동하던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부족 지도자들도 미군과 협조하면 자기들의 세력을 키울 수 있는 각종 군사장비와 기술,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앞다투어 미군에게 협조하겠다고 나설 정도였다. 여러 부족 파벌들과 무장단체들이 각자 세력경쟁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 영속화를 위한 분열작전

<아시아타임스>는 "퍼트레이어스의 반군진압작전이라는 것은 수니파와 시아파 모두를 무장시켜 끊임없이 종파 간 증오를 부추기는 처방으로, 이라크에서 미군의 무기한 주둔을 완벽하게 합리화하는 게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이처럼 분열 작전을 펴는 이유는 수니파인 후세인 정권이 축출된 이후 정권을 장악한 시아파 세력이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연결되는 상황에 대비해 두 종파간 세력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일부 수니파 부족 파벌과 무장단체들은 눈엣가시 같은 친미 시아파 누리 알말리키 정부를 축출하고, 이라크에서 가장 강력한 시아파 무장조직으로 수니파 주민들을 학살해온 마흐디 민병대에 복수하기 위해서 미국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유도한 '혼란 전략'의 결과는 이라크인들이 서로 끊임없이 죽이는 종파 간 유혈분쟁에 매몰되는 것이다. 결국 이라크는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을 치르는 희생양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도는 미국이 겉으로는 중동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이 실제로 노리는 것은 중동 전역을 내전으로 몰고가 석유자원과 무기 판매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관련 기사 : 미국이 중동 평화를 원한다고?)과도 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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