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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을 '중세시대'로 돌려놓겠다는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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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을 '중세시대'로 돌려놓겠다는 이스라엘

[해외시각]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만들지 않으려 한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인 희생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양측은 확전과 정전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 와중에 이스라엘의 부총리인 엘리 이샤이(Eli Yishai)가 가자지구를 "중세로 돌려 놓아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샤이에 따르면 문제가 되는 가자지구를 중세로 돌려놓아야 이스라엘이 40년 동안은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돌발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스페인 이커바스크(Ikerbasque) 연구소의 마이클 마더(Michael Marder) 철학 교수는 이 발언이 결코 돌발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샤이가 속한 정치 그룹을 보면 그들은 '당연히'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마더 교수는 19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원문보기) 이스라엘 집권 세력의 이 같은 발언은 이들이 가자지구를 침공한 숨은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들의 의도를 더 자세히 파악해보면 결국 정치·경제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중세에 머물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팔레스타인이 유엔에 '비(非)국가(non-state)' 자격으로 회원 가입을 신청했을 때 이를 극렬하게 반대한 것도 팔레스타인이 현대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국가'로 기능하지 못하게 하는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엘리 이샤이(Eli Yishai) 이스라엘 부총리 겸 내무부 장관이 현재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전에 대해 뻔뻔하고 노골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그는 "이 작전의 목표는 가자를 중세로 되돌려놓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스라엘이 40년 동안은 조용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과 함께 그는 공식적인 이유에 가려져 있던 가자지구를 침공한 숨은 뜻을 드러냈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군사 억지력"을 회복시키고 하마스의 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평화 비전에 대해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가 생각하는 평화는 동등한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라 패배자의 침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2013년 1월에 있을 이스라엘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군 통수권자로서 강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전쟁을 이용하는 것과 일치한다.

40년 동안 사막을 방황한다는 이샤이의 성서적 암시는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가 속한 정당인 샤스(Shas)는 네타냐후 정부에서도 광적이고 종교적인 파벌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이스라엘의 이상적인 모습은 중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남성과 여성은 모든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분리되어 있어야 하며, 종교의 자유는 몽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동성애는 "조류독감"과 같은 독성이 있는 전염병으로 간주된다. 즉 이샤이 정당의 국내외적 정책의 기본은 반근대주의, 신권정치(신탁(神託)에 의한 정치), 종교적 파벌주의, 인권에 대한 경멸과 같은 유해한 것들이 뒤섞여 있다.

▲ 이스라엘의 포탄을 맞은 가자지구 ⓒAP=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특징들은 "가자를 중세시대로 되돌려놓아야 한다"는 발언에 비하면 하찮은 것들이다. 이미 팔레스타인의 생활 조건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사회 기반시설의 파괴, 거주지의 파괴, 수많은 굶주림 발생, 질병 창궐과 같은 끔찍한 위협이 울려 퍼지고 있다. 이는 분명 시민의 희생은 불가피하며 제네바 협정은 무시돼버리고 마는 무분별한 전투의 잔혹 행위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사이의 정치적·경제적 격차를 극복하기 힘든 차이로 여기고, 두 민족이 더는 같은 역사를 살아갈 수 없다고 주장하려는 열망을 입증한다.

상대방을 일시적으로 중세시대로 되돌려 버리려는 전략은 적들의 인간성 말살 전략보다 훨씬 더 교활하다. 이샤이의 진술이 암시하는 것은 현 상황을 만들어내는 이스라엘의 방식이 지속적인 정착촌 건설 및 점령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뒤처져 있는 팔레스타인의 경제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쪽으로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실리콘 밸리에서 고도 산업들이 성장하고 있는 반면 가자 지역은 매일의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반 시설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잔혹한 가자지구 봉쇄가 이스라엘이 관리소장이 된 이 거대한 감옥에 갇힌 모든 이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것이 불충분하다는 듯, 전쟁은 170만 명의 '죄수'가 21세기의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없게 할 것이다. 그 결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탈근대와 전(前)근대, 두 개의 서로 다른 시대에 살게 되는 것이다. 이보다 훨씬 더 나쁜 건 이스라엘의 탈근대성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정치 경제적 근대성을 가져올 권리를 억제하면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샤스(Shas)의 지도자가 만들어 낸 이 무서운 위협은 이미 2주 전 팔레스타인이 '비(非)국가(non-state)' 자격으로 유엔 회원 가입을 신청했을 때 드러났다. 국가의 지위가 정치적 근대성의 가장 주요한 상징임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을 헌법을 가진 독립국에서 탈선시키려는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노력은 이웃국가를 "중세시대로 되돌리려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팔레스타인의 근대성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쟁은 모든 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떨어지는 폭탄은 경제적 기반 시설과 사람의 생존을 파괴한다. 그리고 네타냐후가 세계 지도자들에게 유엔 결의안을 지지할 경우 맞을 "결과"에 대해 위협하는 서신과 전화, 즉 '외교적' 폭탄은 존립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기 위한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기반 시설을 약화시키려는 목표를 띄고 있다.

부정적인 맥락에서 보자면 중세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가 이룬 성취를 잊고 정체된, 더 나아가 후퇴한 시대다. 경멸적 의미에서 중세는 "암흑의 시대"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독특한 건축물과 계몽주의 시대는 중세의 무지함과는 대조적으로 이성과 진보에 대한 신념을 드러냈다. 맞다. 그 시기는 유럽의 기독교인들에게 특별히 상서로운 시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중국과 인디언 제국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랍과 이슬람의 과학, 의학, 철학 그리고 예술이 넘쳐났다. 그러므로 "진정한 중동"을 요구하는 이스라엘 정당 지도자가 낙후와 저개발 국가를 나타내는 표현에 기대려는 것은 몹시 아이러니한 것이다. 특히 주전론자와 편협한 현재 이스라엘 정부가 자신들을 스스로 중세의 어둠과 싸운 계몽주의의 후계자라고 간주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이샤이의 말에 담긴 마지막 의미를 놓치지 말자. 이샤이는 중세 시대 가자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았는지 말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이 지역에 중세의 어둠이 퍼지기를 요구했다. 유례가 없는 전략은 아니다. 독재자들은 두려움을 조장하거나 사회, 정치, 경제적 발전을 지연시키는 통치 전략을 선호한다. 이러한 수사법은 국제법과 정치 질서를 무시하면서 영구적이고 예외적인 지위를 요구하고 있는 이스라엘 스스로의 중세주의를 확실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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