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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부, '3급비밀' 꼼수 또 도졌나?

[한미FTA 뜯어보기 514]'불법' 법원 판정 받고도 한미FTA 협정문 '3급 비밀' 분류

외교통상부의 나쁜 버릇이 또 되살아났다. 현재 국회 한미 FTA 특위 자료실에서 비공개 열람되고 있는 한미 FTA 협정문 영어본을 '3급 비밀'로 분류해놓은 것이다.

자료실 앞에는 버젓이 "현재 열람되는 자료는 3급 비밀로 분류되어 관리 중이며 열람 내용을 직·간접적으로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불가합니다"라는 '안내말씀'까지 달아 놨다. 그러나 외교통상부는 이미 법원으로부터 '통상협정문을 3급 비밀로 분류할 수 없다'는 지적을 법원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받은 전례가 있다.

"통상협정문은 3급 비밀이 될 수 없다"

첫 번째 지적을 받은 것은 지난 2004년 쌀협상 때였다. 외교통상부는 '쌀 관세화 유예 과정의 이면합의 내용을 공개하라'는 농민단체의 소송에 대해 '이면합의는 3급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정부는 이면합의 내용을 3급 비밀로 분류한 법적 근거로 국가정보원법과 "누설되는 경우 국가 안전 보장에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비밀은 이를 3급 비밀로 한다"는 보안업무규정 4조를 들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2006년 1월 "(통상협정문을) 국가정보원법과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3급 비밀로 분류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개별국가와의 협상에 있어 합의 내용을 담은 정보가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된 정보라고 할 수 없다"며 "(이면 합의 내용이) 3급 비밀로 분류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올 2월 민주노동당 강기갑, 권영길 의원이 한미 FTA 협정문 공개 초안을 공개하라며 정부를 대상으로 낸 행정 소송에서도 법원은 "협정문 초안이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된 정보라고 할 수 없어 실질적 내용상 3급 비밀로 분류될 수 없는 상태"라는 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이 두 번의 판례에서 원고의 정보공개 요청은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대해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의 적용을 받아 거부됐다.

"법원의 판례도 위반하고 있는 외교통상부"

문제는 외교통상부가 한미 FTA 협정문에 대해 타당하지 않은 사유로 또다시 '3급 비밀' 분류를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송기호 변호사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외교통상부가 법원의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통상협정문에 '3급 비밀' 분류를 하고 있다는 행정행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 한미 FTA 특위 자료실에 걸려있는 '열람실 이용 안내 말씀'. '3급 비밀로 분류되어 관리중' 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프레시안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현재 '한미 FTA 협상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밀로 분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외교통상부 한미 FTA 기획단에서 협상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한 외무관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5월 중순 협정문이 공개되면 비밀 분류가 해제될 것"이라며 "그러한 판례는 이미 알고 있지만 지금은 법적으로 협상이 끝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비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이제까지의 행정법원의 판결은 '협상의 완료 여부'라는 시점의 문제에 따라 3급 비밀로 분류될 수 있는지 판단한 것이 아니라 통상협정문이 '국가 안전 보장에 관련된 정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내용적 관점에서 내려진 것"이라며 "외교통상부의 주장은 얼토당토 않다"고 반박했다.

송 변호사는 "외교통상부는 끝까지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미 행정법원의 판례가 있는 이상 3급 비밀 분류에 대해 법원에서 다투면 외교통상부는 패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정문 비공개 결정은 근거가 있나?'

또 다른 문제는 현재 외교통상부는 협정문 비공개 열람 절차를 극히 까다롭게 설정해 놓은 이유를 '협정문이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3급 기밀이기 때문'인 것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의 광범위한 반발에도 한미 FTA 협정문을 컴퓨터 모니터로만 공개하는 것이나 보좌관이나 입법 조사관 등이 협정문을 열람할 때 서약서를 써야하는 점 등이 그렇다.

현재 국회 FTA 특위 자료실을 지키는 한 외교통상부 직원은 '이 모든 절차가 3급 비밀 분류에 의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으로 안다. 사실 '3급 비밀' 문서는 간단한 메모도 금지되며 열람도 비밀 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만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답했다.

외교통상부의 한 외무관은 "모든 절차가 비밀 분류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미 FTA 협정문이 정부의 문건이기 때문에 관리방식을 정부가 정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3급 비밀' 분류와 관련된 모든 사안은 법원에 가서 물으라"고 답하기도 했다.

외교통상부는 왜 굳이 법원의 위법 판결을 두 번이나 받은 3급 비밀 분류를 왜 또 적용하고 있을까? 지난 두 번의 판결에서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통상 협정문이 '비공개 대상 정보'로 분류됐다.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실질적인 협상이 끝난 상황이기 때문에 협정문이 공개된다고 해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봤다. 정보공개법에 의해서도 한미 FTA 협정문이 '적법한 비공개 정보'로 성립되기 어렵기 때문에 굳이 '3급 비밀' 분류라는 꼼수를 쓰고 나왔다는 해석이다.

결국 외교통상부는 법적 근거도 없이 한미 FTA 협정문을 3급 비밀로 규정하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언제든 국가 기밀을 유출할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는 셈이다. 송 변호사는 외통부의 이같은 처사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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