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협상이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이 드디어 국회에 공개된다. 그러나 공개에 까다로운 부대조건이 붙은 것은 물론이고 협정문이 국문으로 공개되는 것도 아니라서 실질적인 공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한미 FTA 기획단은 19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및 한미FTA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4월 2일 타결된 한미 FTA 협상의 협정문에 대한 비공개 열람을 위해, 동 협정문을 4월 20일 중 국회 비공개 자료실에 비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문본만 공개…관세 양허안과 서비스·투자 유보안은 공개 대상서 빠져
하지만 협정문 전체가 공개되는 것은 아니고 영문으로 된 협정문 원문과 부속서(annex)만 공개된다. 한미 FTA 득실 논란의 핵심에 놓여 있는 부속서한(side letter), 품목별 원산지 기준(PSR) 등은 물론이고 'FTA의 꽃'이라고 불리는 관세 양허안과 서비스·투자 유보안마저도 열람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통상교섭본부는 "현재까지 양측 간 확인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인 관세 양허안, 서비스·투자 유보안, 품목별 원산지 기준에 대해서는 확인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로 비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향후 협정문 내용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는 "현재 협정문에 대한 한미 간 문안조정 협의 및 법률 검토 작업과 협정문의 국문본 작업이 진행 중임에 따라 금번 비공개 열람은 향후 일부 문안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 하에 실시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적으로는 '문안 변경'이지만 실제로는 협상 타결 내용 자체가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측은 이미 자국 의회에 한국 협상단으로부터 노동 분야 등의 새로운 요구사항을 추후 반영해 준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선전해 놓은 상태다.
열람실에 '정부 감시자'만 30명
협정문 열람 조건도 매우 까다롭다. 협정문은 열람실에 비치된 컴퓨터 화면상으로만 열람할 수 있다. 열람자는 깨알 같은 글씨로 된 수백 쪽의 영문 문서를 컴퓨터 화면으로만 봐야지, 이를 출력하거나 복사할 수 없다.
열람실에는 통외통위 및 한미FTA 특위 소속 국회의원과 해당 의원 보좌관 1명만이 출입할 수 있다. 전문가의 입회는 전면 금지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통상교섭본부는 30여 명의 '감독자'들을 열람실에 파견해 열람 진행상황을 관리·감독하도록 할 예정이다. 사실상의 '감시'다.
이밖에, 통상교섭본부는 열람 기간을 위원회 개시 전후로 2~3일 간으로 한정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매일 공개'를 원칙으로 하자는 국회의원들의 의견은 무시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문건 유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강구책'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사실상 협정문 공개 효과를 떨어뜨리기 위한 정부의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19일 오후 5시 30분 현재 국회 관계자는 "협정문이 20일 공개되려면 국회 업무 마감시각(오후 6시)까지는 협정문 비치 작업이 완료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그러나 아직 협정문도 도착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열람 기간에 대해 아직까지도 정부와 국회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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