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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도 졸속이더니 공개방식도 졸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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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도 졸속이더니 공개방식도 졸속"

[한미FTA 뜯어보기 504]한미FTA 협정문 공개 첫날, 5시 넘겨 컴퓨터 설치 시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이 20일 오후 국회 소회의실에서 공개됐다. 그나마 협정문 열람을 위한 컴퓨터 설치가 늦어져 이날 열람은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과 최재천 의원의 보좌관이 살펴보는 수준에서 그쳤다. 협정문은 당초 5시부터 공개될 예정이었다.

정부가 공개한 협정문은 약 400쪽에 달하는 협정문 영문본과 부속서, 부속서안. 정작 논란이 되고 있는 서비스/투자유보안, 상품양허안, 품목별 원산지기준 등은 제외됐다.

협정문을 열람할 수 있는 기간은 이날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일과시간인 오전 9시부터 6시까지로 제한됐다. 그마나 점심시간인 12시부터 1시까지는 열람이 불가능하다. 또 국회의원 1인과 보좌관 1인만이 열람할 수 있고 간단한 메모만 허용된다.

첫날은 '설치 때문에' 못 봐?
▲ 협정문 열람에 사용되는 컴퓨터를 설치하고 있는 국회 소회의실 ⓒ프레시안

정부는 협정문 공개 첫날인 20일 오후 5시가 넘어서야 국회 본청 236호에 자료열람을 위한 컴퓨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열람에 사용되는 컴퓨터는 모두 10대. 컴퓨터를 설치하고 있는 동안에도 기자들의 출입은 허용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측은 "애초 3시부터 설치를 시작해 5시부터는 열람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의도적인 지연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이유야 뻔한 것 아니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통외통위 관계자는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협정문 공개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의원들 "전문 공개하라" 목청

의원들은 "협상도 졸속이더니 공개방식도 졸속"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협정문의 공개방식을 바꿀 때까지 열람을 거부하기로 했다.

통외통위 김원웅 위원장은 "정부 입장을 고려해 열람만 하기로 하되 협정문은 문서화 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를 거부하고 컴퓨터 모니터로 보라는 정부의 오만한 태도가 지나치다"며 "원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상 국회가 자료를 요구하면 제출토록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협상내용에 대한 엄정한 검증을 하려면 문서를 직접 봐야 한다"며 "문서가 유출될 우려를 들어 거부하는 것은 정부가 국회의 권위를 무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일은 국회와 행정부간 자료 제출에 대한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있어 정부가 성의를 보이지 않는 한 열람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FTA 특위는 컴퓨터 모니터로 열람하는 방식을 수용하기로 했으나 이날 협정문을 열람한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한마디로 황당할 뿐"이라며 "협상이 떳떳하지 못했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55명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한미FTA협상 졸속 타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는 항의의 표시로 오는 23일 협정문이 비치된 소회의실을 단체 방문할 예정이다.

한미FTA 특위 소속 민생정치모임 최재천 의원은 "열람을 하고 나서도 이 내용을 외부에 말하면 '누설'에 해당된다"며 "만약 협상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더라도 '향후 문안을 변경할 것이다'라거나 '국익에 위해가 된다'고 하지 않겠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미FTA특위 소속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협상이 잘 됐다고 선전을 하면서도 협상내용 전체를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이미 미국 의회에서는 공개가 됐다. 협상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전략이 노출되는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 만큼 협상내용 전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한미FTA평가단 단장을 맡고 있는 윤건영 의원은 "협정문 초안부터 일반에 완전히 공개하면 미국과의 관계에서 혼란이 생겨날 수 있다"며 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양허안과 유보안도 준비가 되면 공개될 것으로 본다"며 낙관했다.

'원조논란' 벌이며 평가단 꾸리더니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지난 5일 각각 한미FTA평가단을 꾸렸다. 평가단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남의 정책을 따라한다'며 비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이날 협정문이 공개됐는데도 양 당은 대책이 없다.

열린우리당 한미FTA평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의원 측은 "4.25재보궐 선거 유세 등 일정이 있어 한미FTA 협정문 공개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 측은 "탄탄한 자문위원단을 구성했으니 협정 평가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으나 '국회의원 1인, 보좌관 1인만 열람할 수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지적에는 "대책을 강구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이러한 사정은 한나라당도 다르지 않다. 한나라당 평가단 단장을 맡고 있는 윤건영 의원은 "아직 평가단 차원의 논의는 하지 않았다"며 "협상문 독해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 측은 "사실상 현실적인 논의는 4.25 재보선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주 금요일로 예정되어 있는 국회 한미FTA특위가 지나고 나면 논의가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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