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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戰, 실탄은 장전됐다"

영국군 억류사건, 협상여지 없는 '외통수'

지난 25일 이란혁명수비대가 이란과 이라크를 가르는 수로 상에서 영국 해군 15명을 붙잡아 억류한 사건 이후 페르시아 만의 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급기야 미국 해군은 27일부터 페르시아 만 인근에 배치된 항공모함 두 대를 모두 가동해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해상훈련에 돌입했다. 미 해군 측은 이번 훈련이 이란에 위협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이란 접경 해안에서 15척의 군함과 100대 이상의 항공기, 1만 여명의 병력이 참가한 훈련을 벌인 것은 누가 봐도 무력시위가 아니라고 하기 어려웠다.

이에 미국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 이언 브레머 대표는 28일 <아시아타임스>에 실은 글에서 이란 정부가 의도적으로 영국 해군을 억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로써 "필요하다면 미국과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가 국제사회에 전달된 것으로 풀이했다.

이를 계기로 페르시아 만 내 미군의 정찰과 훈련이 강화된 것 또한 이란과의 우발적 충돌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소로서 미국과 영국이 의지를 갖지 않는 한 '외교적 협상' 여지는 없다는 전망이었다.

▲ 페르시아 만 긴장도를 고조시킨 영국군 억류 사건에 이란 정부가 의도적으로 개입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사회는 이를 이란 최고지도자인 알 하메네이(사진)의 주도 아래 이뤄진 이란 정부의 "전쟁 준비" 신호탄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로이터=뉴시스

'의도된' 영국군 억류, 왜?


브레머는 이번 억류 사건을 지난 2월 초 이라크에서 일어난 이란 외교관 납치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바그다드에서 이란 고위 외교관 한 명이 미군의 직접 지휘를 받는 특수부대 복장을 한 괴한에게 납치된 사건을 두고 이란 정부는 미군에 책임을 물었었다. 시각에 따라선 이란 정부가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영국군 억류를 계획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미묘한 시점도 이란 정부의 '의도적 개입'을 추정케 하는 근거다.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인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우라늄 농축활동을 중단하라는 유엔의 요구를 거부한 이란에 대해 추가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유엔의 결정에 대한 반발을 영국군 억류로 표출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브레머는 향후 외교적, 군사적 분란을 야기할 수 있는 사안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내릴 수 없는 만큼 이번 사건에는 알 하메네이의 재가가 있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브레머는 이 같은 추론을 바탕으로 "이란이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외교적으로 타개할 의사가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란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들이 모두 "입맛에 맞지 않는 것들 뿐"이라며 "필요하다면 전쟁을 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내고 있다는 것이 브레머의 설명이었다.

이란 정부는 억류한 영국군들을 볼모로 영국과의 협상을 원하겠지만 서구권과 신뢰할 만한 외교 채널이 설정돼 있지 않은 판국에 도리어 섣부른 협상 시도는 '심각한 보복'을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란이 다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포로교환'이다. 이란 외교관과 영국군을 맞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이번 사건으로 냉각된 양국 관계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안으로 보인다.

'적대조치'로는 이란 핵개발 못 막아

이처럼 외교적 출구가 전무한 상황에서 미국과 영국군이 군사배치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우발적 군사 충돌의 가능성을 잔뜩 높여 놓았다.

덩달아 이란과는 국경도 맞대지 않은 이스라엘까지 바짝 긴장해 지난 주 텔아비브 인근에선 이란 공격을 가정한 미사일 시험 발사가 있었고, 이스라엘이 전술 핵무기로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파괴하는 비밀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번 사건을 유엔 안보리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이란 제재의 수위를 높이는 데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의회도 이란 견제를 위한 법안 제정에 속도를 낼 듯하다. 상원에는 최근 이란의 핵개발에 협조하는 나라와는 세계무역기구(WTO) 내 협력을 중단토록 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통과가 유력시된다. 이 법안은 러시아가 이란에 우라늄을 파는 대신 원자력 기술을 이전키로 한 협정에 제동을 거는 데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과 영국의 이 같은 총공세가 이란의 핵개발 의지를 막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난 주 이미 하메네이가 "유엔 안보리가 계속해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활동 제지를 고집한다면 국제적 규제를 벗어난 핵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어, 오히려 서구의 적대적인 태도는 이란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브레머는 "미국 정부는 당장 대중 연설에 좋은 '강한 주장'보다는 장기적 국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란과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난 2년 간 이란을 비롯한 이라크, 북한, 중국, 러시아 등 미국에 동조하지 않는 국가에 대응하는 미국 정부의 방식을 봤을 때 "'군사조치'를 선호하는 대통령은 긴장 완화는 안중에도 없는 듯" 하지만 그래도 이란과의 충돌만은 피해야 한다는 게 브레머의 인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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