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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영국군 15명 억류…이란 침공 도화선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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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영국군 15명 억류…이란 침공 도화선 되나

'사건 장기화' 전망 우세…미군 개입 명분은 충분

이란혁명수비대가 이란과 이라크를 가르는 수로상에서 영국 해군 15명을 붙잡아 억류한 사건이 일어나 페르시아만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레바논 무장정치조직인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구금하면서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이 시작됐던 것과 유사한 이번 사건으로 그간 끊이지 않던 미국의 이란 침공설에 기름을 붓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사건 직후인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를 거부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함으로써 긴장은 더욱 첨예해 지고 있다.
  
  ■ 사건의 발단
  
  사건은 23일(현지시간) 오전 10시 30분 경 이란과 이라크의 국경을 나누는 샤트 알 아랍 수로에서 일어났다. 영국왕립해군 소속 8명과 왕립해병대원 7명으로 구성된 영국해군이 수로를 통과하던 한 상선에 대한 수색을 하고 있었다. 15명의 영국해군에는 여군도 1명 포함돼 있었다.
  
  이들의 수색 활동은 이라크의 안전보장을 위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른 것이었다고 영국 국방부는 설명했다.
  
  이란혁명수비대 소속의 이란 함정 2정이 영국해군들에게 접근해 온 것은 수색을 마친 직후였다. 이란 함정은 영국해군들이 탄 배 2척을 둘러싼 후 호송했고, 곧 영국군들을 이란 함정으로 옮겨 타게 했다.
  
  이란은 22일부터 페르시아만 해역의 북쪽 해안선을 포함한 이란 해안선을 따라 해군 훈련을 하고 있었다. 바레인에 주둔중인 미 해군 15함대의 성명에 따르면 이란 함정은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양측간의 교전 또는 영국해군이나 배에 대한 물리적인 응징은 없었다.
  
  이란 반관영 바르스 통신은 24일 '영국해군들이 그들의 침략 행위를 해명하기 위해 (이란의 수도) 테헤란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 이란 "영해 침범" VS 영국 "이라크 영해" 공방
  
  이란 언론들은 영국해군이 불법으로 이란 영해를 침범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외무부의 모하마드 알리 호세이니는 24일 "이란 정부는 명백한 침략행위에 대해 추가적으로 조사중"이라며 "타국의 주권이 미치는 경계를 어기고 불법으로 들어오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정당화될 수 없는 국제규범 위반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란의 아랍어TV 방송인 알-알람도 알리레자 아프샤르 군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침략 행위를 시인하는 "고백"이 곧 공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군 대변인은 "현재 심문이 진행중이고 영국인들은 건강한 상태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은 문제의 영국해군 선박이 명백히 이라크 영해에서 일상적인 임무를 수행중이었다고 반박하고 즉시 이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유럽연합(EU) 의장국인 독일도 EU 27개 회원국의 이름으로 석방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23일에 이어 24일에도 런던 주재 이라크 대사를 소환해 영국군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테헤란 주재 영국 외교관도 "그들이 체포됐을 때 이라크 영해에 있었다는 주장에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샤트 알 아랍 수로에서 가장 가까운 이라크 남부 도시 바스라의 이라크군 사령관 하킴 준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잘 모르지만 현장을 목격한 어부들에 따르면 영국 군함이 이라크 통제를 벗어난 영역에 있었다"고 말해 영국군의 이란 침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 샤트 알 아랍 수로는 어떤 곳
  
  사건이 일어난 샤트 알 아랍 수로는 페르시아만을 향해 내륙에서 200km 정도 강처럼 뻗어있는 긴 수로로 이란과 이라크를 동서로 나눈다. 이라크에서 생산된 원유의 전량 가까이가 바스라항을 거쳐 이 수로를 통해 페르시아만으로 운반되기 때문에 이라크로서도 양보할 수 없는 경제적ㆍ전략적 요충지다.
  
  이란과 이라크는 이 수로에 대해 1975년 국경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1980년 이 협약을 어기고 이란을 침략해 8년간의 이란-이라크 전쟁을 촉발시켰다.
  
  이에 앞서 2004년 6월에도 이란혁명수비대는 영국 해병대 6명과 해군 2명을 같은 곳에서 나포한 후 사흘만에 석방했었다. 당시에도 이란 해역 침공 혐의였고, 영국군들은 이란 TV에 출연해 길을 잃어 이란 영해로 들어갔다고 공개 사죄한 후 석방됐다.
  
  ■ 영국 언론들 '사건 장기화 될 듯'
  
  핵 개발 문제로 서방세계와 이란의 긴장이 조성된 시점에서 터진 영국군 나포 사건은 일단 영국과 이란 사이의 외교적 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언론들은 첫 번째 억류 사건이 있었던 2004년에 비해 이란 핵 개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등장 등으로 영국-이란 관계가 훨씬 악화된 상태라서 사건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영국해군이 이란 영해에 들어 왔다는 이란의 주장은 나포가 실수에 의한 것이 아니며 (나포로 촉발된) 이란과 영국의 위기가 빠른 시일 내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영국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도 사건이 장가화된다면 좌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억류된 해군들은 미군과 함께 이라크를 점령중인 영국군 소속이라는 점에서 미군이 이를 계기로 군사적 행동에 나설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토니 스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이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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