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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환영 받지 못한 중남미 방문'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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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환영 받지 못한 중남미 방문' 속사정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40>'바이오에너지'는 미국 외교의 수사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중남미 5개국 순방에 나서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순방중 환영 인파나 플래카드를 그 어디에서도 만나기 힘들 것 같다.
  
  오히려 그의 방문을 반대한다는 피켓과 극렬한 반미시위가 중남미 전역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의 순방을 이틀 앞둔 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5월의 광장 어머니회' 등은 중남미 전체 여성운동단체들이 합심해서 그의 방문을 반대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교롭게도 부시 대통령이 순방을 시작하는 오는 8일은 '국제 여성의 날'이기도 하다)
  
  브라질과 우루과이, 과테말라 등의 사회운동단체들과 좌파 정치인, 학생대표들을 중심으로도 반부시 집회 연계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콜롬비아와 멕시코 역시 시민단체들과 정치인들이 반부시와 반미 시위 연대에 대거 동참을 할 것으로 보여 부시 대통령 일행은 방문하는 곳마다 시위대와 힘겨운 몸싸움을 해야 할 판이다.
  
  중남미 인권단체들은 미군의 이라크 철군과 관타나모기지 쿠바 반환, 멕시코 국경 장벽공사 중지 등을 대표적인 시위 슬로건으로 정했다.
  
  부시 미 대통령의 순방 기간 동안 에콰도르에서는 전세계 40여 개국의 개발도상국 인권단체 대표들이 모여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 철폐를 외치고 아르헨티나에서는 군정 당시 자녀들을 잃어버린 어머니들의 모임인 5월의 광장 어머니회 주관으로 1970년대 미국정부의 중남미 군사정권지원 등 인권유린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다.
  
  특히 아르헨티나 반부시 규탄대회에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특별초대 손님으로 참석할 것으로 예상돼 관심을 끌고 있다.
  
  브라질의 반부시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사회단체 대표들은 삼엄한 군경의 경비로 부시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주장이 전달되지 못할 경우 미국계 은행과 맥도날드 식당 등이 시위대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공언해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편 부시 행정부가 바이오 에너지를 매개로 브라질 룰라 정부와 급속도로 협력체제 구축을 강화하고 있는 데에도 숨겨진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향후 10년 내에 자국의 전체 석유소비시장의 20%수준을 바이오 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 브라질의 에탄올 생산 기술이 필수적이라며 룰라 정부와의 밀월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유명무실해진 미주대륙자유무역협정(FTAA)의 불씨를 살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미국시장과 EU(유럽연합), 일본까지 가세한 에탄올 시장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브라질 전역을 사탕수수 재배지로 바꾼다고 해도 그 수요가 턱없이 부족할거라는 비관론을 내놓고 있다.
  
  브라질이 비록 세계적인 에탄올 생산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생산량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탕수수 재배만 밀어붙인다면 그 다음에 직면하게 될 식량부족 사태는 무엇으로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브라질은 식량수출국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농민들과 극빈자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과 룰라의 바이오 에너지 생산 목표를 따지자면 전세계의 경작 가능한 모든 경작지를 사탕수수로 채워도 수요에 턱없이 모자랄 것이라고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또한 현재 80% 정도가 에탄올과 휘발유를 병행해서 사용하는 브라질의 모든 차량 (일부는 바이오 디젤과 디젤 혼합 차량)의 자체시장도 고려하지 않고 장밋빛 청사진만 내세우고 있는 룰라 정부의 정책을 질책하는 분위기다. 내수시장의 수요까지 무시한 지난친 수출 일변도의 정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 역시 이런 저간의 사정을 모를 리 없지만 브라질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바이오 에너지 프로젝트는 그 실용성보다는 브라질과 우루과이를 활용해 남미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인 수단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중남미 전문가들이 평가한 부시 미 대통령의 남미순방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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