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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처형'과 느닷없는 '북한 2차 핵실험'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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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후세인 처형'과 느닷없는 '북한 2차 핵실험' 징후

[기고] 여전히 떠돌고 있는 네오콘의 유령

미국의 ABC 방송은 5일 (미국 시간 4일 오후) 북한이 추가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는 미 국방부 고위 관리의 발언을 톱뉴스로 보도함으로써 전세계를 아연 긴장케 했다.

미국 첩보위성이 지난해 핵실험이 있었던 북한의 북동부 풍계리에서 지난해 10월 9일 첫 번째 핵실험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기 전에 취한 조치들과 유사한 움직임이 이뤄지는 장면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CNN도 ABC 방송을 인용해 북한의 추가 핵실험 징후가 포착됐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데 이어, 전세계가 이 소식을 긴급 뉴스로 타전하면서 후세인의 죽음으로 이라크에 집중되어 있던 지구촌의 시선을 일순간 한반도로 돌려놓았다.

그렇다면 2006년 말 전격적으로 단행된 사담 후세인의 처형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면서 그의 재판 및 죽음에 대한 처리 과정을 놓고 전세계가 첨예한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발생한 북한의 추가 핵실험 징후를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같은 상황에서 '텍스트 인 콘텍스트'(text in context)의 원칙은 언제나 우리에게 유용한 사건의 해석 방법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그 대상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더불어 조지 부시 행정부에 의해 '악의 축'으로 지목됐던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이라면 더더욱.

중간선거를 앞둔 부시를 겨냥한 북한의 1차 핵실험

실제로 지난해 부시 행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띠는 미국의 상·하 양원 선거(11월 7일)를 한 달여 앞두고 미 첩보위성들은 북한의 핵실험 장소로 추정되는 북한의 북동부 풍계리에서 핵실험 검측 장비인 대형케이블 하역 작업이 이뤄지는 장면을 목도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 9일 북한의 김정일은 전격적인 핵실험을 단행함으로써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실제로 이 사건은 미국인이 선정한 2006년 10대 사건 가운데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인에게 일대 충격을 줬다) 물론 이는 중간 선거를 준비하는 조지 W. 부시에게 있어 하나의 재앙과 같은 사건이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시는 전세계 언론과 시민단체로부터 메이저 석유회사와 군산복합체의 배를 불리기 위해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미국민의 혈세를 이라크에 쏟아 붓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어느새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온 아들을 끌어안고 오열하던 수천명에 달하는 전사자 부모들의 부시에 대한 원성은 이미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여기에 반군 소탕 과정에서 애꿎게 희생된 이라크의 민간인 피해자와, 하루가 멀다고 발생하는 자살폭탄 테러로 사라지는 이루 셀 수 없는 이라크인과 미군들의 원혼은 어느새 언론의 집중포화로 돌변해 부시를 막다른 코너로 몰아가고 있었다.

이처럼 그로기 상태에 있던 부시에게 북한의 핵실험은 미 중간선거에서 말 그대로 메카톤급 핵폭풍을 일으키며 무려 12년 만에 공화당이 민주당에게 상·하 양원을 내주는 참패로 이어지고 말았다.

물론 그 결과는 참담했다. 부시는 마치 백기를 들고 투항하듯, 체니 부통령과 더불어 자신의 후견인으로 평가받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네오콘의 상징이던 존 볼튼 유엔 대사의 옷을 벗겨야만 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이라크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조기 철군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기에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계좌 동결로 중단되었던 6자회담도 재개했다.

그런 의미에서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전격적인 핵실험을 단행한 김정일의 베팅은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2차 핵실험 징후는 부시의 정책 전환에 대한 사전 경고

그렇다면 지난해 전격적인 핵실험으로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김정일이 국제사회의 싸늘한 시선과 설령 있을지 모르는 미국의 북폭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2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이에 대해 대다수의 언론에서는 지난해 12월 18일 개최된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미간 주요 이슈였던 BDA의 북한 계좌 동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필자는 이번 북한의 추가 핵실험 징후는 중간선거 참패 이후 예상됐던 부시의 대이라크 정책 전환이 후세인 처형을 계기로 다시금 원상복귀하려는 것에 대한 사전 경고이자 이를 제지하려는 움직임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시는 후세인 처형 이후 예상되는 이라크 질서확립 차원의 주둔병력 증원 등 새로운 이라크 정책을 다음 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의 방송과 언론들은 벌써부터 구체적인 미군의 이라크 파병 규모를 언급하고 있다.

현재 총 13만2000명의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해 있는 상황에서 CNN은 부시가 2만에서 최대 4만 명에 이르는 병력을 추가로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BC 역시 군소식통을 인용해 해병대를 포함한 2만명의 병력이 이라크에 파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미 언론에 따르면, 이미 3500명의 추가 병력이 쿠웨이트를 거쳐 이라크로 파병되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불과 두 달 전 중간선거 참패 이후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조기 철군 가능성을 언급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중간선거를 계기로 소멸한 것으로 여겨졌던 네오콘의 유령이 여전히 부시 주위를 배회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역시 4일자 기사에서 수렁으로 빠져든 이라크 사태와 더불어 네오콘의 일부 인사가 퇴장하기는 했지만, 이들은 부시의 새로운 이라크 정책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라크 질서확립 차원의 주둔병력 증원 등 새로운 이라크 계획의 핵심 부분은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이후 네오콘이 부시에게 강력하게 권유해온 제안들 가운데 하나다.

북한의 김정일은 이같은 일련의 사태를 중간선거 참패 이후 부시가 전면적인 수정을 검토했던 미국의 대외전략(특히 중동과 아시아)이 다시금 네오콘의 이데올로그인 폴 월포위츠가 구상한 '부시독트린'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것도 그동안의 문제점을 보완해 더욱 치밀하게 구성된 확장판 버전으로.

그와 함께 자신과 더불어 부시 행정부에 의해 '악의 축'으로 지목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일반인들의 예상을 깨고 지난해 12월 30일 새벽에 전격적으로 처형되자, 이를 부시 정권의 대외 정책 전환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로 이것이 다사다난했던 2006년을 마무리하는 12월 30일 새벽 6시, 전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고희를 목전에 둔 사담 후세인이 자신의 철권통치 시절 정적을 처형하던 카다미야 감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만 했던 실질적인 이유이다.

교수형 직전에 있었던 그의 고백처럼 기묘하게도 후세인은 이슬람 최대 축제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가 시작되는 날을 맞아 중간선거 참패 이후 이라크 정책의 새로운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혹은 네오콘)의 산제물로 받쳐진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김정일은 자신 덕택에 무려 12년만에 상·하 양원을 장악하는데 성공한 민주당이 의회를 개시하는 날(4일)을 맞아 2차 핵실험 징후를 보임으로써 부시에 대한 사건 경고와 더불어 네오콘에 대한 민주당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미 의회의 개회 선언과 함께 미 역사상 최초로 여성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낸시 펠로시는 취임 연설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선포함으로써 부시에게 이라크 정책에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함을 촉구했다.

"책임 있는 형태로 이라크에서의 미군 철수를 가능하게 할 새로운 계획을 내놓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이다."

바야흐로 2007년 새해 벽두부터 네오콘과 평화주의자들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필자 임종태

EBS 특집 <한국 호랑이, 그 흔적을 찾아서>, KBS 5.18 20주년 특집 <광주항쟁, 그후 20년> 등을 제작했고, 4년전부터 북미관계를 취재해오면서 월간 말지와 월간중앙을 통해 꾸준히 활발한 기고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1년 말, 본격적인 미디어 비평서인 <스타메이커>(창작시대)를 출간했고, <메이드인 텍사스>(동아일보사)를 번역했다. (echorh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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