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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사형을 보름 늦췄더라면…

명절기간 집행, 동영상 유포 등에 수니파 격앙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사형 후폭풍이 이라크를 종파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지난 30일 현장에서 촬영돼 인터넷에 유포된 '후세인 사형 동영상'에는 후세인 전 대통령이 사형 집행관으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듣는 장면이 포함돼 있어 후세인을 지지해 온 수니파 세력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교수대 오른 사형수 뒤에서 정적 이름을 외치다니…

후세인이 사형을 당한 이튿날 아랍계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후세인이 사형당하기 직전부터 촬영된 2분 30초짜리 동영상 축약본을 공개했다. 이미 이라크 정부가 사형의 실제 집행 여부 등을 둘러싼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사형장면을 공개했으나 정부 측의 동영상에는 음성이 기록돼 있지 않았다.

후세인과 사형 집행인이 주고받은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알자지라>의 동영상에는 사형 집행인 중 하나가 후세인을 모욕하는 장면이 포함돼 있다.

교수대에 오르는 후세인을 향해 집행인 중 하나가 "지옥으로 가라(go to hell)"고 저주하면서 "무크타다, 무크타다, 무크타다"라고 외친 것이다. 이에 후세인은 신경질적으로 "이런 걸 진짜 용기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맞섰다.

'무크타다'는 시아파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급진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이름으로 시아파 민병대들은 이 무크타다의 이름을 빌어 수니파 수 천 명을 죽이기도 했다.

이에 이라크 국회의원인 아스카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교수대에 오른 후세인에게 무크타다의 이름을 외친 것은 수니파와 후세인에게 더 없이 모욕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독재자라고 하지만 사형대에 오른 전직 지도자에게 종파와 관련한 모욕을 준 것은 수니파는 물론 이라크 내 다른 소수 종파들에도 분노를 살 만한 일이라는 설명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사형 집행에 관여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인륜을 어긴 행동이 나온 것은 '이라크 화합'을 외치는 현 정부도 결국은 시아파라는 특정 종파에 치우쳐 있다는 한계를 노출시킨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평가했다.

▲ 후세인 전 대통령의 사형 현장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수니파 세력을 격앙시키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미국도 명절은 피하자고 했건만…


이라크 법률은 국경일과 이슬람 명절 기간 중 형의 집행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절)' 첫 날 사형이 집행됐다는 점도 수니파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에 잘메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가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에게 후세인 처형을 보름 정도 늦춰줄 것을 요구했으나 묵살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조차 명절을 배려하려 했지만 수니파의 반란을 두려워 한 시아파 총리가 형 집행을 강력히 밀어붙인 셈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사형수의 공포를 최소화하고 사형 직후 흉한 얼굴을 집행관들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씌우는 복면도 씌우지 않은 채 사형을 집행한 점, 제대로 된 종교 의식이 없었다는 점 등을 두고도 수니파 세력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동영상 유출 경위 밝힌다고 종파갈등 풀릴까

이에 이라크 정부는 2일 해당 동영상이 수니파를 자극해 정부에 대한 공격이 심화될 것을 우려해 동영상의 촬영자와 유포 경위를 밝히는 수사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BBC>는 이라크 정부가 동영상을 둘러싼 의혹을 선명하게 규명해 내는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후세인 사형이 수니파와 시아파 세력 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상징적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동영상 촬영과 배포 경위가 밝혀진다 하더라도 무리한 사형 집행에 관한 수니파 세력의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후세인의 임시 대변인은 이날 인터넷 메시지를 통해 "후세인의 사형은 이라크 내 반미 폭동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지도자의 암살은 후세인이 이끌던 지하드(聖戰)에 대한 바트당의 의지를 더욱 굳게 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수니파 대중들의 시위도 계속 돼 바그다드 북부 둘루이야 지역과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티크리트에서는 주민 수백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겁쟁이 무크타다" 등을 외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헤브론과 제닌 등에서도 이날 팔레스타인 주민 1000여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후세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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