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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화, '사실상의 강제입법'으로 가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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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불소화, '사실상의 강제입법'으로 가선 안돼"

<논쟁> 사회학자가 보는 '수돗물 불소화'의 쟁점

'수돗물 불소화' 논쟁이 계속 뜨겁다. 지금까지 <프레시안>은 이와 관련된 찬반 양 진영의 토론을 각 2회씩 진행한 데 이어 이번엔 그 어느 쪽에도 명시적으로 소속되지 않은 학자의 글을 소개한다.

이번에 글을 보내 온 서이종 교수(서울대·사회학)는 불소화 논쟁의 쟁점을 3가지로 요약 소개해 일반 시민들도 기왕의 논란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특히 1999년에 구성되어 활동했던 '논쟁검토위원회'의 연구결과를 일정 부분 소개해 이 문제의 전사(前史)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서 교수는 이같은 정리 및 상황 설명에 이어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불소화 입법안이 '사실상 강제입법'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재고'를 요청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렇게 결론이 '불소화 반대' 진영에 동조하는 것이긴 하나, 찬반 진영을 넘어선 제3자의 주장이라는 점에 주목해 <프레시안>은 그의 글을 전문 그대로 소개한다.

특히 과거의 논쟁이 주로 의학적 측면에 치중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 제기된 입법안은 불소화의 추진과정, 즉 민주주의와 관련된 측면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서 교수의 문제제기가 나름대로 의미있다고 보아, 그의 결론에 대한 동의 여부와는 별개로, 그의 글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린다. <편집자>

우리 모두가 먹는 수돗물을 불소화하여 충치를 예방하고자 하는 소위 수돗물 불소화 사업이 다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회의원 발의로 지방자치단체에 불소화를 의무화하고 50% 이상의 반대가 있을 때만 시행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입법안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진행된 '불소화 논란'…최근엔 세몰이 양상까지 보여**

수돗물 불소화사업은 1936년 미국에서 충치예방 효과가 의제화되면서 1945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나 사업시행과 더불어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은 대표적인 공중보건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 진해와 청주시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한 이래 30여 곳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고 있었으나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2003년 들어 청주시, 과천시, 포항시 등 주요 불소화 지역에서 연이어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면서 최근 소강 상태에 있었다.

이같은 부작용에 대한 논란은 이미 1994년 전남 순천시 공청회에서 시작되어 '녹색평론'이 적극적으로 미국 등 선진국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성과를 소개하고 홍보하면서 치과계와 치열한 공방을 벌였고, 2000년 들어서는 급기야 시민단체가 찬반 진영으로 나뉘면서 세몰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치과계는 수돗물 불소화 사업과 관련해 "오늘날 건강 문제는 개인의 책임만이 아니라 국가나 사회가 보장해 주어야 한다"며 공공보건정책의 일환이라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양한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음식 등으로 충치의 발병률이 날로 심화되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 특히 저소득층은 경제적 부담으로 다양한 불소제품 등 효과적인 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소화 사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수돗물을 불소화함으로써 누구나 충치예방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 '녹색평론' 등 반대측에서는 결핵이나 성병과 같이 전염성이 있거나 치명적인 죽음에 이르는 질병도 아닌 충치예방을 위해 정부가 수돗물울 이용하는 사람 각자의 연령, 건강상태, 생활습관, 지역특성 등을 일체 무시하고 무차별로 불소화된 수돗물을 마시도록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는 논리다.

***'효과' '부작용' '선택권' 등 3가지 쟁점 고려돼야**

여기서 제기되는 쟁점은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불소의 충치예방 효과와 관련된 것이다. 정부와 치과계는 그 효과가 분명하며, 불소화지역과 비불소화지역을 비교하는 다양한 역학조사를 통해 이미 그런한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반대측에서는 지역간 역학조사가 통계적으로 유의미 수준이 대단히 낮고 사실상 충치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여건이나 연령구성 등 여타 사회적 요인이 동일한 비교대상지역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추정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연구결과를 볼 때 예방 효과를 의심하기는 어려운 듯하다. 하지만 설령 충치예방 효과가 있는 경우에도 효과는 전신적(systemic)이라기 보다는 국소적(topical)이기 때문에 직접 불소를 접촉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반대측의 주장도 귀기울일 만하다. 특히 정수기를 사용하거나 생수를 사먹는 계층이 늘어나면서 불소화가 사실상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여건에서는 저소득층을 위한 불소치약 무료공급이나 초등학교에서의 불소앙치(입가심) 등도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부작용과 관련된 쟁점이다. 정부와 치과계는 지금까지 여러가지 부작용과 관련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치아가 거무스름하게 된 반상치를 제외하고는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으며 따라서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대측은 저농도라 하더라도 불소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고 반발한다. 대표적인 부작용인 반상치는 단지 미관상의 문제가 아니라 몸속의 다른 뼈가 경화된 현상의 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특히 반상치는 영양상태에 따라 빈곤지역에서 발생빈도가 높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보건정책이라는 점이 무색하다는 것이다. 또한 뼈의 골절, IG저하 등 신경기제, 생식독성, 암발생, 부정적인 환경영향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대측에서는 권위있는 과학잡지에 그 연구성과가 발표되지 않았다는 치과계의 주장에 대해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주류 과학계에서 탄압을 받고 있다는 증거가 있으며, 또한 현재 문제제기가 이뤄지는 과정으로서 결정적인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그것은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노출되는 불소의 경우 그 위해성을 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반증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측에서는 "아직 결정적인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예방 차원에서 사용을 제한하거나 대체물질의 사용을 권장하는 것"이 도리라는 것이다. 이미 1999년 찬반 양측으로 구성된 논쟁검토위원회에서도 비슷하게 "아직 뚜렷한 암발생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여 곧바로 암발생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한 바 있고,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셋째는 선택권의 보장과 관련한 쟁점이다. 정부와 치과계에서는 불소화의 효과성과 안전성이 이미 검증됐기 때문에 이를 공중보건의 측면에서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측에서는 이미 1969년 WHO에서도 지역주민들의 선택을 존중할 것을 결정했고 1999년 구강보건법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듯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지난 20년 이상 불소화사업을 시행 중이던 청주시 시민들의 50% 이상이 그 동안 사업실시 여부조차 알지 못했고 주민여론조사에서 90% 이상 찬성한 대전시나 전주시 시민들도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반대측에서는 불소화의 혜택뿐만 아니라 부작용에 대해서도 상세한 정보를 제공받은, 소위 숙지된 시민(informed citizen)이라는 전제 하에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사업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실상 강제입법'엔 문제 있어…'열린 마음'으로 재고해야**

이러한 쟁점들 외에도 수돗물 불소화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선결돼야 할 과제가 많다. 불소는 일정 농도 이상에서 독성을 가진 대표적인 물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 시행을 위해서는 각 지역의 토양이나 자연수 속에 포함된 불소 함유량이나 다양한 음식과 음료수를 통해 불소를 식음하는 양 등 불소노출량에 대한 정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네 식습관에는 조리고 우리는 음식이 많고, 차 등 불소함량이 높은 음식이 많으며 또한 골절에 약한 체질을 갖고 있어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열악한 우리 정수장 환경도 점검돼야 한다. 불소화하더라도 가능한 한 불순물이 적게 함유된 불소화합물을 사용해야 하며 불소투입기 등을 적정하게 관리해 불소가 과다하게 투입되지 않도록 시설투자를 해야 한다. 선진시설을 갖춘 미국에서도 과다투입사건이 6회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러가지 부작용의 가능성, 선택권의 보장과 민주적 절차, 그리고 사업시행을 위한 선결과제 등에 대한 논란을 고려할 때, 50% 이상의 반대가 있을 때만 불소화사업을 미룰 수 있게 한, 따라서 사실상 사업시행을 강제하는 입법안은 비민주주의적인 법의 전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혹 가난한 사람에게도 충치예방의 혜택을 주고자 하는 '사랑의 정책'이 오히려 중산층뿐 아니라 가난한 그들에게까지 부작용을 고스란히 전가하는 것은 아닌지 전문가나 입법가들 모두 겸손하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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