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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들의 정치 참여, 득과 실은?

[해외시각] 스프링스틴, 결국은 서포터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미 대선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미국의 유명 로큰롤 뮤지션인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오바마 지지를 공식 천명하고 나섰다. 그는 오는 18일(현지시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합동 유세를 시작으로 오바마 지지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미국에는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많다. 지난 9월 제이-지(Jay-Z)와 비욘세는 오바마 캠프 선거 자금 모금을 위한 자선 파티를 열어 한화 45억 원 상당의 자금을 오바마에게 안겼다. 이외에도 스칼렛 요한슨, 나탈리 포트먼, 올리비아 문, 에바 롱고리아, 알리샤 키스 등 할리우드의 많은 스타들이 오바마를 공식 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이들과는 좀 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2004년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이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도 그를 지지했고 지난 2008년 대선에서도 오바마와 함께했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대표 뮤지션이다. 그런데 그의 이력을 보면 당연한 오바마 지지 행보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지난 3년간 음악과 관련한 큰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가디언>에 비평을 썼던 도리안 륀스키는 칼럼을 통해 그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스프링스틴이 열정적으로 자신의 히트곡인 '배드랜드'를 부른다고 하더라도, 그는 오바마보다 롬니를 지지하는 이들이 2배 많은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들은 아마 스프링스틴을 노동자의 동료가 아닌,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명 인사 중의 한 명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그는 스프링스틴이 오바마가 대선에서 지더라도 그것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현명하고 강인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또 아무리 대단한 유명인사라도 대통령 선거에서는 서포터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원문보기) <편집자>


▲ 2008년 대선 당시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원에 나선 스프링스틴과 오바마가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가 자신이 이제 그만 두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들은 다시 끌어들였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뉴요커>에 자신은 이번 미국 대선이 끝나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한 뒤, 버락 오바마의 재선을 한 번 더 돕기로 결정했다. 그는 18일 오하이오주 파르마에서 열릴 유세에 빌 클린턴과 함께 첫 등장할 예정이다.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연설을 했던 클린턴과 마찬가지로, 스프링스틴은 다소 냉랭하고 수세적인 오바마 측의 선거 운동에 감성적인 열기를 불어넣을 준비가 되어 있다.

정치판에서 스프링스틴은 성공만큼 실패도 겪었다. 지난 2008년 대선은 미국의 좌파 진영에 꿈만 같았던 선거였지만, 스프링스틴은 2004년 민주당 존 케리의 '보트 포 체인지'(Vote for Change)' 유세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유세단이 방문한 경합주(swing state)의 어느 곳에서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고, 조지 부시가 다시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미국의 록밴드) R.E.M의 (기타리스트) 피터 벅은 스프링스틴의 기타리스트인 스티브 밴 잰트와 무대 뒤에서 이야기했던 때를 떠올렸다. "우리 둘 다 말했다. '(존 케리의 유세를 지원) 하게 돼서 기쁜데 할게 없네. 케리가 지고 있잖아."

이를 통해 스프링스틴이 이번에는 왜 망설였는지 알 수 있다.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선거운동을 하면서 여론을 올바른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그 속도는 느리며, 냉혹한 정치판에서는 오직 승자와 패자만이 남는다. 후자의 순서를 매기려는 위험을 감수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록 뮤지션들의 첫 번째 움직임은 최악의 참패로 끝났다. 캐롤 킹, 그레이트풀 데드, 사이먼 앤 가펑클과 같은 유명한 뮤지션들은 1972년 민주당 조지 맥거번의 (베트남) 전쟁 반대를 후원하는 자선 콘서트를 열었고 닐 영은 심지어 '워 송'(war song)이라는 노래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 기록한 득표차는 지금까지도 역사적인 수치로 남아있다. 1971년 투표권을 갖는 나이가 21세에서 18세로 낮아지면서 늘어난 청년층의 표가 맥거번에 대한 지지로 실현되지 못했다.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록 음악의 힘이라니 참, 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닉슨은 존 레논의 반(反) 닉슨 순회공연으로 애를 먹었고 (레논이 국외 추방 반대 운동을 벌이면서 공연은 취소됐지만) 그래서 누군가는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존 레논과 닐 영을 포함해 암담한 상태에 빠진 맥거번의 많은 지지자들은 그 후 몇 년간 정치로부터 거리를 뒀다. 영국에서도 마가릿 대처가 재선에 성공한 1987년 이후 (영국 뮤지션) 폴 웰러에게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 웰러는 노동당의 닐 카녹을 지지하는 '레드 웨지'(Red Wedge, *붉은 말뚝이라는 뜻으로 영국의 대중음악인들이 청년층의 정치참여를 고취시키기 위해 만든 단체)'에 자신의 스타성을 더하기 위해 정당정치에 대한 자신의 회의를 애써 억눌렀고, 그의 정치적 헌신은 레드 웨지의 실패로부터 결코 회복되지 못했다. 그는 <Q매거진>에 "레드 웨지 운동 전에 (웰러가 몸담았던 밴드) 스타일 카운슬은 독립적으로 많은 일들을 해냈고, 이를 통해 많은 돈을 끌어 모았다"라며 "그 운동 이후 우리는 매우 환멸을 느꼈고 모든 것을 중지했다. 우리는 정치와 관련한 모든 것에 완전히 냉소적이 됐다"고 말했다.

웰러는 선거에 대해 너무 이상적이었다. 그러한 역할은 달성할 수 있는 것을 이해하는 실용주의적 접근, 패배를 견딜 수 있는 힘, 그리고 정치 캠페인을 벌이는 뮤지션들이 고무시키는 이들만큼 짜증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겸손함을 요구한다. 스프링스틴은 <뉴요커> 인터뷰에서 "정치적 힘은 자주 사용할수록 줄어든다"라고 시인했다.

원칙이 뚜렷하지만 실용적이기도 한 스프링스틴은 자신이 까다로운 일을 맡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자신이 싫어하는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는 데는 당신에게 실망을 준 사람을 다시 뽑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주목할 점은 지난 2008년 공개적으로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천명했던 많은 뮤지션들이 이제는 인터뷰 진행자가 물어볼 때나 지지의사를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프링스틴 혼자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 지난 주 LA유세에서는 스티비 원더, 본 조비와 케이티 페리가 등장했다 -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나서기에 앞서 늦게까지 기다리고 있다. 아마도 밋 롬니 대통령-폴 라이언 부통령이라는 전망이 끔직하다는 것만이 이해되고 있는 것 같다.

제이-지(Jay-Z)와 비욘세는 지난 9월 뉴욕에서 대선 자금 모금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는 1인당 4만 달러를 낸 100명의 기부자들을 위해 마련됐다. 개정된 선거운동법 하에서 유명인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일은 아마도 선거자금을 채우는 것을 돕는 데 있을 것이다.

스프링스틴의 능력이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아무리 그가 열정적으로 '배드랜드'를 부른다고 하더라도, 그는 오바마보다 밋 롬니를 지지하는 이들이 2배 많은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들은 아마 스프링스틴을 노동자의 동료가 아닌,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명 인사 중의 한 명으로 간주할 것이다.

그러나 부동층이 거의 없이 나라 전체가 양극화 된 미국에서 선거 승리는 부동층 공략보다는 기존 지지층의 표를 획득하는 데 달려있다. 아마도 스프링스틴은 오바마의 무기력한 (대선 후보) 토론을 보고 나서 서둘러 지지기반을 다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감동적인 공연은 사람들이 11월 6일 투표장으로 향하도록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오바마가 지더라도 스프링스틴은 그것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현명하고 강인하다. 10억 달러가 넘게 들어가는 대선 무대에서 아무리 대단한 유명인사라고 할지라도 결국 서포터의 역할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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