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은 "공산국가는 압박과 봉쇄로 이긴 예가 없다"며 "의식주를 정부에 완전히 의존하는 북한은 이라크나 리비아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미국이 북한 옥죄기에 몰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네오콘들이 중국을 미래의 적으로 상정하고 군비확장을 하려 하는데 그 구실로 북한을 들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을 자꾸 잘못된 길로 몰아붙이면서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침 이날 자정에는 워싱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정상회담 직후 부시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따른 제재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를 죄어오는 위기 상황을 풀 카드로 '남북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제안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자기 임기 중에 내가 한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계제를 만들어 놓아야 이 다음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남북관계를 바꾸지 못하게 된다"는 촉구 속에서는 긴박감마저 묻어났다.
이 인터뷰는 박순성 동국대 교수에 의해 지난 7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에서 진행됐고, 이냐시오 라모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장이 배석했다.
"北은 대화 바라는데 네오콘은 팔레스타인 치듯이…"
김 전 대통령은 최근 한반도 위기에 대해 "누구는 남북관계가 진척이 안 된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은 북미관계가 근본 문제"라며 "북한은 대화를 간절히 바라는데 미국의 네오콘은 마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장벽을 치듯 북한을 몰아붙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 정책을 좌우하는 네오콘은 사실 북한 핵을 겁내지 않는다"며 "미국 앞에 가면 북핵은 어린애 장난감밖에 안 되지만 이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네오콘들이 중국을 '미래의 적'으로 가정해 군비확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이어 "일본을 재무장 시키고 일본의 군사력을 강화시키는 데에도 북한이 빌미가 됐고 이제 시작했으니 앞으로는 더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 네오콘들의 '북한 옥죄기'를 일본에서 적극 거드는데 대해서는 "일본이 악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북한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의 군수산업은 미국에서 팔아먹고 일본에서 팔아먹고 도처에서 재미를 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현실적으로 볼 때 미국의 네오콘이나 일본의 우파세력들에게는 북한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북한이 그 의미를 간파하고 역으로 행동해야 하는데 북한이 자꾸 구실을 줘서 망치려고 하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네오콘, 위기 부추기다 국제사회 외면당할 수도"
네오콘들에게는 대북 제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안점이 아니라 '위기' 자체가 목적이다 보니 정책의 실효성이 담보될 리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현재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대북 봉쇄정책에 대해 "백해무익, 백전백패"라고 단언했다. 소련과 동유럽의 예를 보더라도 공산국가는 압박과 봉쇄로 이긴 예가 없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이, 자기 눈앞에 있는 쿠바라는 조그만 섬 하나를 50년 동안 봉쇄했지만 변화 못 시키지 않았느냐.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을 봉쇄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독재국가이긴 하지만 사유재산제도를 갖추고 다른 나라와 교류도 하는 이라크나 리비아와 의식주를 완전히 정부에 의존하는 북한은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네오콘의 이같은 잘못된 판단의 결말에 대해서도 김 전 대통령은 경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중동도 안 풀리고 아프간에서도 제대로 안 되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라며 "다른 아시아 나라들은 전쟁 지향에 반대하며 등을 돌리고 중국과 경제 거래도 막힌 미국은 일본 하나 붙들고 있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이 일본과 함께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중국 내에서 맞대응을 하자는 여론을 낳을 수 있고 이는 결국 미국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며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도, 민주주의의 힘을) 내다보는 철학과 견식이 미국에 부족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盧, 정상회담 해야 정권 바뀌어도 남북관계 유지돼"
김 전 대통령은 이같은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중국과 북한 사이가 나빠질 것을 기대하지 말고 남한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북한을 안게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중국이 다섯 들어가면 우리도 다섯 들어가는 식으로 서로 상생하고 상호 협력하면서 북한의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결국 미국의 이익을 찾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단기적인 해법으로는 남-북 정상회담을 제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자기 임기 중에 내가 한 것에 한 발 더 나가는 계제를 만들어 놓아야 이 다음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남북관계를 바꾸지 못하게 된다"며 "이렇게 남북관계에 대해 좀 더 진전된 성과를 올리는 게 필요하고 좋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세계가 북한 말을 듣고 옳으면 옳다 할 것"이라며 "6자회담에 나가서 우리가 핵도 포기하고 미사일도 포기하겠다고 그랬으면 미국도 내놓을 것을 내놓으라고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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